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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농부·조광피혁 불편한 동거]조광피혁 "주식농부와 타협 절대 없을 것"④박영옥 대표 제안 일축, "본업과 투자 통해 자본 분배 힘쓸 것"

조영갑 기자공개 2023-08-31 07:21:46

[편집자주]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주식농부)는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신화와 같은 존재다. 슈퍼개미로서 연 수익률 50%를 넘어서며 한때 자산가치 2000억원 이상을 기록한 투자의 귀재다. 반론도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투자 패턴을 거듭하고, 법의 경계에 서있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특히 조광피혁 투자를 둘러싸고,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출구(엑시트)를 찾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모양새다. 더벨은 주식농부와 조광피혁의 불편한 동거 2막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7일 13: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주식농부)와 조광피혁은 약 20년 간 이어진 불편한 동거에 종지부를 찍고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을까.

박 대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조광피혁의 주식을 매입하면서 한때 이연석 현 대표를 제치고, 개인 1대주주에 오르는 등 영향력을 확대해 온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현재 개인 2대주주(14.79%)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쉽지 않다는 게 투자업계의 중론이다. 우선 양자의 골이 너무 깊기 때문이다. 수년 간 박 대표 측이 투명경영, 주주친환 경영을 내세우며 감사위원 추천 및 배당 관련 주주제안, 검사인지정 청구, 세무조사 민원 등으로 회사를 지속적으로 압박해 왔고, 회사 역시 응대를 하며 역량을 소진했다. 박 대표가 쥐고 있는 물량이 시장에서 소화하기 힘든 대규모 매물이라는 점도 이별을 어렵게하는 요소다.

올 상반기 증시의 전반적인 침체가 이어지자 박 대표는 조광피혁 '엑시트'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3월과 4월 조광피혁 관계자들과 연쇄적으로 만나 자신과 스마트인컴이 쥐고 있는 조광피혁 주식 전량(98만주) 혹은 상당수를 블록딜(장외대량매매) 해달라는 제안을 했다.

주당단가는 약 12만원(현재 5만원)으로 하고, 조광피혁이 자사주로 매입해 주면 대신 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식의 제안도 했다. 이후 무상증자 및 자사주 소각을 하면 대주주의 지분가치가 폭등한다는 논리였다. 전량 블록딜을 할 경우 박 대표는 약 1200억원을 손에 쥘 수 있다.

그동안 언론 등 공식석상에 존재를 잘 드러내지 않던 이연석 조광피혁 대표는 박 대표의 해당 제안을 일종의 '시세조종'으로 규정 짓고, 블록딜 등의 가능성 역시 일축했다.

이 대표는 더벨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블록딜을 통한 자사주 매입 관련) 자사주는 주주환원의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다만 조광피혁의 주가는 소량 매수로 종가를 올리는 모습이 자주 보이는 등 인위적으로 관리되는 경향이 있는데, 유통량이 적은 소형주를 대량으로 사들여 주가를 만들고 빠져나가는 행태는 투자가 아니라 주가조작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리의 급격한 상승과 주가 하락으로 반대매매 위기에 놓은 투자자는 스스로 차입금 구조를 정리해야 한다"면서 "조광피혁은 펀드가 아니므로 하락장에서 투자자의 개별 환매 요청에 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블록딜 요청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당가치 제고의 제안 역시 일축했다. 이 대표는 2015년 강 모씨가 주도한 주가조작 사건을 언급했다. 당시 주요 투자자였던 강 모씨는 통정매매 등을 통해 조광피혁의 주가를 단번에 15만원 수준으로 끌어올려 최근 법원의 유죄판결을 받기도 했다. 조광피혁은 박 대표와 강 모씨를 협력관계로 판단하고 있다.

이 대표는 "주가조작 세력들이 과거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렸을 때 (주식분산요건 미달 우려로 인해) 12만원 대에 자사주를 매도한 경험이 있는데, 이때 매각대금으로 버크셔A 클래스 주식과 애플 주식 매수 등에 투입됐다"면서 "결과적으로 주가조작 세력에게는 타격이 됐겠지만 자본분배를 통해 주주가치를 증가시킨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사주 소각만으로 내재가치가 개선되지 않는다"면서 "조광피혁 투자자들은 주가조작 세력에 의해 이미 여러 차례 피해를 봤는데, 현재 상황에서 자사주를 보유하는 것이 주가조작을 방지하고, 기업의 내재가치를 증진하는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상증자나 액면분할 역시 기업의 내재가치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지적도 덧붙였다.

이 대표는 워런 버핏, 찰스 멍거, 벤저민 그레이엄 등 저명 투자가들의 저서를 탐독하는 투자 전문가이기도 하다. 초기에 잉여현금을 통해 버크셔 해서웨이, 애플 등 초우량주에 투자해 회사의 자산가치를 불리기도 했다.

이 대표는 "본업(피혁사업)에 소홀하고 투자에 집중한다는 비판이 있는데, 조광피혁은 내 재가치를 제고해 주주들에게 장기 복리수익을 드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서 "한국 피혁 산업의 규모는 매년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어 성장성의 한계가 있다. 하지만 내실을 다 져 지속적으로 본업에서 현금을 창출하는 동시에 투자부문에도 역량을 집중해 자본배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조광피혁은 지난해 매출액 1220억원, 영업이익 5억원을 기록해 피어그룹(삼양통상, 유니켐) 중 두 번째 순이었지만, 시가총액(3300억원)은 가장 큰 기업이다. 삼양통상이 1500억원 수준, 유니켐이 2200억원 수준이다. 주가 하락 이전에는 양사의 시총을 합한 것보다 더 컸다. PER(주가수익비율)과 PBR(주가순자산비율) 역시 가장 높다. 시장 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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