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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 스토리]'생분해 명가' 세림B&G, 포스트 플라스틱 시대 선점 '구슬땀'①자연 환원 PLA 전문 제조사, 필름시장 80% 점유…기술력 바탕 글로벌 진출 채비

평택(경기)=조영갑 기자공개 2023-08-23 08:24:10

[편집자주]

현장에 답이 있다. 기업은 글자와 숫자로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다양한 사람의 땀과 노력이 한 데 어울려 만드는 이야기를 보고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뿐이다. 더벨은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보고서에 담지 못했던 기업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아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2일 13: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50년 간 인류는 약 83억톤(t) 가량의 플라스틱(PE, PP 등)을 생산했다. 특히 팬데믹 초입인 2019년 한 해에만 약 5억톤 가까운 플라스틱이 생산되고, 소비됐다. 태어나 생을 마감할 때까지 플라스틱은 우리의 삶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문제는 회수와 재활용이다. 2021년 1억4000만톤의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했지만, 이 중 회수된 비율은 9% 정도다. 바다로 흘러들어간 폐플라스틱만 약 600만톤으로 추산된다. 미세 플라스틱 문제는 인류를 위협하는 공포로 대두됐다.

하지만 관점을 바꾸면 해답이 나온다. 플라스틱의 필요성은 인정하되, 분해돼 자연으로 돌아가는 플라스틱으로 점진적으로 대체하는 그림 말이다. 이미 세계 각국은 비분해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하는 동시에 생분해 관련 '거대한 실험'을 하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2025년까지 생분해성 포장재, 재활용 플라스틱 제품, 다회용 제품 3가지만 인정하기로 했고, 프랑스는 식품이 닿는 포장재는 퇴비화가 가능한 생분해성만 사용하고 있다. 벨기에, 캐나다 역시 생분해 또는 재활용 봉투 생산을 의무화했다.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다.

국내에도 이런 거대한 전환기를 준비하는 기업들이 있다. 코스닥 섹터 내 대표적인 기업이 '세림B&G'다. 지난 17일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세림B&G를 찾았을 때 회사의 구성원들은 "우리가 세계의 폐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한다"는 비전과 미션으로 포스트 플라스틱(Post Plastic) 시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세림B&G는 생분해 시장의 성장성을 간파한 나상수 대표가 2003년 설립한 '생분해 명가' 기업이다.

이날 평택 생산라인에서는 세림B&G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는 PET, PP, PS 진공성형 제품을 비롯해 30% 가량을 차지하는 친환경 생분해(PBAT, TPS, PLA, Bio-PET등) 라인이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세림B&G는 국내 식품 및 유통 대기업 등에 PET 소재 정육용기, 밀폐용기, 과일용기, 컵타입 용기를 비롯해 PP소재 두부, 도시락, 실링, 푸딩용기, PS소재 발포트레이, 전자트레이, 버섯용기 등을 공급하고 있다. 2019년 매출 327억원을 기점으로 지난해 525억원을 기록, 4년 간 17% 가량의 CAGR(연평균성장률)을 보였다.

역시 가장 눈에 띄는 라인은 친환경 소재 분야 생산라인이었다. 대형 포대 안에 각양각색의 생분해성 컴파운드(화합물)이 담겨 있고, 자동으로 압출기 안으로 빨려 들어가 생분해 제품으로 고속 가공되는 과정이 고스란히 공개됐다. 인근에서는 성형 및 사출을 마치고, 오토스태커(적재기)로 나온 수천 개의 친환경 생분해성 PLA(Poly Lcactic Acid) 컵을 라인 작업자가 선별하는 작업에 한창이었다.

▲세림B&G가 생산하는 생분해성 컴파운드. 생분해 봉투, 필름 등의 원재료가 된다.

세림B&G는 친환경 소재를 토대로 생분해성 필름을 제조, 친환경 쇼핑백, 편의점 및 약국봉투 음식물 쓰레기 봉투 등으로 공급한다. 각종 식당 또는 장례식장 테이블보도 친환경 생분해 제품으로 생산한다. 이 제품들은 각각의 특성에 따라 흙이나 물속에 있는 미생물에 의해 최종적으로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기도 하고, 상온이나 특정 온도(58도 이상)에서 퇴비화된다. 수거만 잘 하면 재활용이 가능한데다 버려도 자연으로 환원되기 때문에 포스트 플라스틱의 유일한 대안으로 평가된다.

이날 생산라인을 안내한 박순규 이사(CFO)는 "현재 약 150여 개 고객사에 생분해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생분해성 필름 제조 라인에서는 국내 주요 마트, 유통사, 배달업체, 제약사 로고가 찍힌 생분해 봉투 원단이 쉴새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주요 마트 체인의 경우 지난해에만 약 60억원 가량의 생분해 제품 관련 매출이 발생할 정도로 활발하게 거래됐다.

최근 생분해 봉투 등에 이어 농업용 멀칭필름, 육묘용 포트 등 친환경 농자재 소재와 완제품으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멀칭필름은 고구마, 감자, 양파밭 등의 보습을 위해 사용되는 비닐포장재다. 수거, 재활용이 힘들어 농업 환경문제의 주범으로 지목되는데, 세림B&G는 생분해 소재로 이를 제조해 농가에 공급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미 다수의 지자체와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특정 지자체에는 제품을 출고하는 등 신규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전영승 전무(중앙연구소장)는 "PE 필름과 생분해성 필름의 가격 차이가 약 3배 가량 나지만, 회수 및 철거 인건비와 지자체 보조금 등을 고려하면 경제성이 있다"면서 "국내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멀칭필름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올해를 기점으로 시장침투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외에도 생분해성 유골함, 어업용 어구 및 어망 등도 타깃 제품군이다.
▲세림B&G는 다종다양한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품을 제조해 유통사 등에 공급하고 있다.

다만, 국내 환경 정책이 생분해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부는 되레 일회용품 사용을 권장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으며, 재활용이 힘들다는 이유로 생분해 제품에 대한 친환경 인증제도를 내년 말까지만 유지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세림B&G를 비롯해 생분해 제조업체가 유탄을 맞는 상황이다. 플라스틱을 생분해 제품으로 대체, 권장하는 해외 사례와 반대로 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25년부터 환경부는 기존 생분해 제품 관련 폐기물 부담금 감액 및 면제 등을 없애고, 일반 플라스틱 제품과 동일하게 취급해 플라스틱 사용 자체를 원천적으로 억제하겠다는 복안이다. 인센티브 정책이 없어지면 국내 수급처는 굳이 생분해 제품을 쓸 이유가 없어진다. 오히려 플라스틱 제품의 범람이 우려되는 지점이다. 이 때문에 생분해 업계에서는 기존 플라스틱의 사용억제와 재활용 뿐만 아니라 생분해 플라스틱의 사용을 권장하는 정책적 유연성을 건의하고 있다.

세림B&G는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기존 사업부문을 유지하되, 해외 마케팅에도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생분해 관련 추가 CAPEX 투자는 일단 정책 변화를 지켜보면서 집행할 예정이다.

박 이사는 "미국은 생분해 봉투를 수출한 이력이 있는 시장이지만, 주 마다 환경 관련 정책이 달라 현재 마케팅 영점을 재차 가다듬고 있고, 생분해 의식이 비교적 가장 앞선 유럽이나 일본시장에 해외 영업력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의 플라스틱 생산 전초기지 역할을 하는 동남아를 생분해 중간시장으로 타깃팅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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