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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는 지금]이사회 중심 경영 구색은 갖췄지만…③효율성과 투명성 사이, 지배구조 개선 속도낼듯

김위수 기자공개 2023-08-30 07:34:07

[편집자주]

에코프로그룹에 오너공백이라는 악재가 발생했다. 그간 비슷한 일을 겪은 국내 기업들은 공백 기간동안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거나 투자에 있어 위축된 모습을 보여왔다. 에코프로그룹은 총수부재를 딛고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에코프로그룹의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더벨이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5일 15: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코프로는 이동채 전 회장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 의혹을 챙겼다는 혐의로 기소된 지난해부터 이사회 기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에코프로 지배구조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이사회의 권한을 확대하며 경영 투명성 확립에 대한 의지를 드러낼 수 있었다. 동시에 이 전 회장의 부재를 대비한 경영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5월 구속됐고 지난 18일에는 징역 2년 형을 선고받았다. 오너의 부재 속에서 에코프로 경영의 키를 쥐게 된 것은 송호준 에코프로 사장을 비롯한 전문경영인들과 이사회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이사회 중심 경영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이는 상황이다.

◇에코프로 이사회 현황은

에코프로그룹 지배구조 상단에 있는 지주사 에코프로가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 가장 먼저 실시한 일은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과 사외이사 추가 선임이다. 에코프로는 기존 2석이었던 사외이사 자리를 3석으로 늘렸다. 이에 따라 사내이사 3인, 사외이사 3인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완성됐다.

에코프로는 상장사이기는 하지만 별도 기준 자산총계가 2조원을 넘지 않는 기업이다. 사외이사를 이사 총 수의 4분의 1만 채워도 법적인 이사회 구성 요건을 충족한다. 사내이사가 3명이라면 1명의 사외이사만을 둬도 된다는 뜻이다.

사외이사는 기업 외부에 있는 인물들로 경영현안에 대한 조언과 더불어 경영진들을 견제·감시하는 역할을 역할을 수행한다. 지켜야 하는 기준 이상으로 사외이사 숫자를 늘린 일은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회사의 의지로 읽힌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컴플라이언스위원회와 ESG위원회를 이사회에 설치했다. 이로써 에코프로 이사회에는 기존 내부거래위원회와 더불어 3개 소위원회를 갖추게 됐다.


◇이사회 독립성 확보는 '아직'

에코프로의 이사회 형태는 경영 투명성 확대라는 목표에 걸맞게 꾸려진 듯하다. 하지만 이사회가 실질적으로 경영진을 견제하는 기능을 갖췄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에코프로의 이사회 의장은 송호준 사장이 맡고 있다. 대표이사가 의장을 겸직하는 일은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지배구조 투명성 측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일반적으로 대표이사가 아닌 인물, 특히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사결정에 주도권을 가질 경우 이사회가 충분한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평가받는다.

사외이사들의 추천 경로가 이사회인 점도 독립성 차원에서 아쉬운 부분이다. 기업 외부인인 사외이사들은 이사회 내에서 경영활동에 대한 조언과 더불어 사내이사에 대한 감시를 하는 역할을 맡는다. 전문성과 더불어 독립성이 사외이사들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꼽힌다.

독립성을 갖춘 사외이사를 선임하기 위해 기업들은 이사회에 사외이사들이 주도할 수 있는 형태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꾸리고 사외이사 추천 프로세스를 갖춘다. 사추위 설치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들의 의무이기도 하다. 지배구조 개선에 힘을 쓰고 있는 기업들은 사추위 위원장을 사외이사가 맡도록 하거나 사측 인물을 사추위에서 제외하는 등의 형태로 독립성을 높이고 있다.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산하 소위원회에 모두 참여하고 있는 점도 실효성을 끌어내릴 수 있는 부분이다. 에코프로 이사회의 위원회인 내부거래위원회와 컴플라이언스위원회는 사외이사 3인이 소속돼 있다. ESG위원회는 사내이사 1인, 사외이사 3인이다.

사외이사들이 소위원회에서 주도권을 갖는 구성은 ESG 모범규준에서 권고하는 형태지만 이사들의 과도한 겸직은 지양해야 할 사안이다. 기업들이 이사회에 위원회를 운영하는 것은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사회의 역할을 일부 나눠 전문성을 제고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도 있다. 한국ESG기준원은 모범규준을 통해 "사외이사가 이사회 활동에 충분한 노력과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3개를 초과하는 위원회에 소속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내부거래위원회와 컴플라이언스위원회 역시 위원회 구성이 완벽하게 겹치는 만큼 위원회 운영이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성장 급한 에코프로의 고민

사실 투명성과 효율성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크다. 당장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급선무인 기업들의 경우 투명성 확보를 위한 모든 요건을 맞추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배터리 업체들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완전히 분리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대표적이다.

에코프로는 성장세에 접어든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특히 올들어 전방위적인 사세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속하고 빠른 의사결정이 최우선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에코프로의 사법 리스크가 미비한 지배구조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투명성 확보를 미뤄두기도 어려운 처지였다. 효율적인 운영 형태를 최대한 갖추면서도 거버넌스 개선을 시도한 형태가 현재의 이사회로 보인다.

올들어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되고 기업가치가 급격히 치솟으며 에코프로에 대한 시장의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이 전 회장에 대한 유죄가 확정된 만큼 거버넌스에 대한 내부적인 고민이 커지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에코프로 지배구조가 개선될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대기업들 중 오너 리스크를 계기로 지배구조 손질에 나서 개선한 사례들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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