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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현대백화점그룹의 '방심' 그 이후

김규희 기자공개 2023-09-14 10:09:47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2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백화점이 상장사 합동 IR에 나서는 건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그룹 산하 13개 상장사가 한데 모여 투자 정보와 경영전략, 주주환원 계획 등을 시장에 공유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13명의 재무담당 임원들은 올해 초 신설된 ‘그룹가치제고위원회’에 참여해 주주가치제고 방안을 논의해 왔다.

이번 합동 IR을 기획한 건 현대백화점그룹의 콘트롤타워인 기획조정본부다. 기조본은 오래전부터 주주환원정책에 대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기조본이 이렇게까지 심혈을 기울이는 건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9월 그룹 지배구조를 개편하기로 하고 지주사격 회사였던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에 대한 인적분할을 실시, 2개의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하려는 그림을 그렸다. 정지선-현대백화점홀딩스-현대백화점, 정교선-현대지에프홀딩스-현대그린푸드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은 현대그린푸드와 달리 주주총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참석 주주들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했지만 64.9%의 찬성표를 받는 데 그쳤다. 1.7%p가 모자라 분할계획은 최종 부결됐다.

사실 따지고 보면 ‘방심(放心)’이었다. 당시 자문을 맡았던 삼성증권이 적극적인 IR과 함께 주주 설득에 나설 것을 제안했지만 현대백화점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향후 3년 내 자사주 6.6% 신규 매입 후 소각’ 계획으로 충분히 일반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봤다.

계획이 무위로 돌아가자 새로운 그림을 짜야만 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7월 현물출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단일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주사 전환이 완료된 현대지에프홀딩스 아래에 현대그린푸드와 현대홈쇼핑 등 계열사들을 배치하기로 하고 지난 4일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백화점그룹은 주주가치 제고를 재차 강조했다. 현물출자 과정을 모든 주주의 이익이 일체 침해되지 않고 증대될 수 있도록 진행하고 유상증자 마무리 후 기존 주주환원정책에 따라 현대지에프홀딩스 자사주를 소각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우량 계열사의 자회사 편입으로 배당여력이 확대된다는 점도 부각했다.

시장은 현대백화점그룹의 달라진 모습에 어느 정도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그룹 통합 IR을 매년 상·하반기 정례화하고 배당 확대, 무상증자 등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추가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한 차례 회초리를 맞은 만큼 앞으로는 일반주주들을 소홀히 대하지 않고 주주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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