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보증보험 IPO]공기업 '짠물수수료' 여전…주관사, 투자로 만회하나수수료율 45bp 불과, 공모규모 더 큰 두산로보틱스 3분의 1 수준…정상화 요원
최윤신 기자공개 2023-09-18 13:01:46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4일 14시4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공모절차에 나선 서울보증보험이 주관사단에게 공모금액의 0.45%(45bp)의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이뤄진 민간기업 상장사례와 비교할 때 턱없이 낮은 수수료율이다. 공기업 상장의 ‘수수료 덤핑’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이번에 책정된 수수료는 2009년 1bp의 주관수수료로 사실상 ‘무료 봉사’ 논란이 일었던 그랜드코리아레저(GKL) 상장 당시보다는 높다. 하지만 여전히 투입되는 인력의 인건비도 건지기 어려운 수준이란 지적이 나온다.
주관사들은 수수료 수익이 아닌 딜 성사를 통해 하우스의 트랙레코드를 쌓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공동대표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선제적인 지분 투자를 통한 캐피탈 게인을 추구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 공기업 상장 수수료 잔혹사
서울보증보험은 지난 12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기 직전 공동대표주관사인 삼성증권·미래에셋증권과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총액인수계약의 인수수수료로 총 공모금액의 45bp를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별도의 성과보수 등은 없다.
제시한 희망공모가격밴드(3만9500~5만1800원)를 기준으로 한 공모가격은 약 2758억~3617억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수수료를 계산해보면 12억4108만~16억2754만원으로 계산된다. 두 회사가 동일한 비중을 인수하기 때문에 밴드 내에서 공모를 마칠 경우 주관사가 수령하는 수수료는 6억2000만~8억1300만원 수준에 그친다.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지난해 9월 주관계약을 체결한 이후 약 1년간 기업실사와 예비심사 준비, 증권신고서 작성 등에 기울인 노력을 고려하면 부족한 수준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투입된 인력의 인건비를 확보하기도 빠듯한 수준이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두산로보틱스와 비교하면 얼마나 적은 수준인지 단적으로 나타난다. 두산로보틱스는 주관사단에 공모금액의 100bp를 지급하고, 성과에 따라 최대 50bp의 성과보수도 지급하기로 했다. 기본 수수료율만 두 배 이상 높고, 성과보수를 더하면 세배까지 차이가 난다. 시장에선 두산로보틱스의 수수료율도 높지 않은 수준이라고 바라본다.

이같이 낮은 수수료율이 책정된 표면적인 이유는 공기업 딜을 둘러싼 IPO 하우스들의 과잉경쟁이다. 공기업은 재화와 서비스 입찰을 맡길 때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최저가 입찰’을 원칙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기조가 IPO 주관사 선임에도 적용돼 주관사 선임 과정에서도 낮은 수수료율을 제시하는 회사에 높은 가점을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트랙레코드를 원하는 증권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낮은 수수료율을 제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이에 따라 그간 공기업의 IPO에선 주관 수수료 덤핑이 항상 꼬리표였다. 2009년 한국관광공사가 그랜드코리아레저(GKL)를 상장시킬 땐 1bp의 수수료율이 책정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GKL의 1bp 수수료가 논란이 된 이후에는 공기업 상장의 수수료가 정상화되는 듯한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2009년 말 상장한 한전기술이 92bp를 지급했고, 2010년 상장한 지역난방공사는 주관사에 150bp의 수수료율을 지급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GKL 논란 이후 공기업들이 특정 수준 이하의 수수료율에는 가점을 부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평가기준을 바꾼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년 뒤 덤핑 수수료 논란은 다시 불이 붙었다. 2017년 남동발전과 동서발전 등 발전공기업들이 IPO 주관사를 선임하며 20~30bp 수준의 수수료율을 책정하면서다. 다만 발전공기업들의 상장이 무기한 연기되며 수수료 덤핑 논란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번에 책정된 45bp의 수수료는 논란이 일었던 대표적 사례들보다는 높지만 여전히 정상적 수수료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서울보증보험 주관사 선정 때도 일정 수준 이하의 수수료 이하에는 가점이 주어지지 않았던 걸로 안다”며 “다만 그 수준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낮은 수수료율이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 상장 전 지분투자한 미래에셋증권
박한 수수료 때문에 딜 트랙레코드를 중요시하는 IPO하우스로선 공기업 딜은 계륵으로 여겨진다. 기대할 수 있는 수수료가 많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입찰제안을 하지 않을 순 없다. 실제 서울보증보험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국내 대다수의 IPO 하우스가 입찰제안을 했고, 그 결과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딜을 차지했다.
두 곳의 주관사들은 수수료수익보다 딜 트랙레코드를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울보증보험의 IPO가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공적자금 회수 계획에 따라 이뤄지는 만큼 이후 나올 블록딜이나 M&A 자문 등을 수임하는 데 유리한 환경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공동대표주관사 중 한 곳인 미래에셋증권은 선제적 지분투자를 통해 캐피탈게인을 추구하고 있기도 해 이목을 모은다. 미래에셋증권은 주관계약을 체결한 직후인 지난해 10월 20억원을 들여 구주를 매입했다. 주당 취득가액은 현재 주식수 기준으로 3만6794원이다. 이번에 제시한 밴드내에서 상장이 완료되면 7.35~40.78%의 평가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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