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0월 04일 07시3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옳은 지배구조가 과연 하나인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3년, 6년마다 CEO가 바뀌는 체계를 가지고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겠느냐."최근 윤종규 회장은 KB금융지주 수장으로 가진 마지막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은 말을 남겼다. 지배구조에 정답이 어디 있느냐는 말은 이제 더 새로울 것도 없어보이지만 윤 회장의 입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그 무게가 남다르다. 무려 9년 동안 KB금융을 이끌며 더 나은 회사를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했을 그다.
자연스럽게 같은 소유분산 기업이자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포스코그룹이 떠올랐다. 윤 회장과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둘 모두 회사를 이전과 이후로 나눴다. 윤 회장은 이미 입지전적 인물로 꼽히며 최 회장도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역대 가장 성공한 회장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최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늦어도 11월엔 그의 거취를 두고 자의든 타의든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연임 도전이든 후진을 위한 용퇴든 선택을 해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금으로선 셈이 다소 복잡해 보인다. 그의 거취를 얘기할 때 함께 짚어야할 변수가 워낙 많은 탓이다. 특히 현 정권과의 껄끄러운 관계가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포스코그룹의 이른바 회장 잔혹사는 이미 널리 알려진 얘기다.
이번에 연임하면 세 번째 임기를 지낸다는 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모두 더하면 9년에 가까운 세월이다. 전임 회장들과 비교해 한참 긴 만큼 장기 집권으로 비춰지는 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연임에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니 오래했다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실 따지고 보면 장기 집권을 둘러싼 따가운 시선이나 정부와의 관계 등은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부수적인 것들을 걷어내면 셈은 훨씬 간단해진다. 최 회장이 한 번 더 연임에 도전한다면 공과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면 그만이다. 지주사 체제 전환과 이차전지 사업 확대를 '공'으로, 지난해부터 불거진 크고 작은 논란을 '과'로 본다면 공은 더하고 과는 빼면 될 일이다.
그리고 도전자가 있다면 경쟁하면 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공정성 문제는 포스코그룹이 손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포스코그룹은 현직 CEO가 연임 의사를 밝힐 경우 이사회가 이를 우선 심사한다. 최 회장이 연임에 도전만 하면 경쟁자가 없는 유리한 고지를 밟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그룹 안에서든 밖에서든 다른 적임자가 나올 가능성은 배제될 수밖에 없다. 앞서 KT는 이와 비슷한 연임우선심사제도를 폐지했는데 포스코그룹에서도 같은 변화를 기대해볼 법하다.
사실 최 회장의 의중은 그만 알 일이다. 자신이 뿌린 씨앗을 직접 거두고 싶을 수도, 할 만큼 했으니 이제 넘기고 인생 2막을 열고 싶을 수도 있다. 뭘 선택하든 남은 셈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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