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이낸스 2023]"1등 파트너 협업 전략으로 신흥 시장 영토 확장"(2)황효구 하나금융 글로벌부문장 겸 하나은행 글로벌그룹장 "MOU·지분교환 등 추진"
이기욱 기자공개 2023-10-16 07:08:15
[편집자주]
국내 금융사의 해외사업 전략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경영 트랜드도 크게 변화하는 모습이다. 은행과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해외시장에 이식해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각 지역별로 책임자를 세워 권한을 부여하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급변하는 상황에 맞춰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다. 더벨은 전략의 진화를 모색하고 있는 우리 금융사들의 해외사업을 집중 조명한다. 글로벌 확장을 시도하는 금융사들의 해외 사업장을 둘러보고 글로벌 전략과 경영 노하우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04일 16시2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사업의 핵심은 '1등과의 협업'입니다. 베트남을 시작으로 대만, 인도, 사우디 등 각국의 1등 은행들과 협업하고 이를 발판으로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략이죠. 독자적인 진출의 리스크와 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입니다"황효구 하나금융그룹 글로벌부문장 겸 하나은행 글로벌그룹장(사진)은 하나금융의 중장기 글로벌 부문 목표를 설명하며 새로운 사업 전략을 자신 있게 소개했다. 과거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 지분 투자 경험의 전략 수립의 바탕이 됐다. 기존 국내 금융사들과는 다른 효율적인 해외 진출 통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30년 행원 생활 중 20년 글로벌 분야 담당…중국법인 안정화 특명
황효구 그룹장은 약 30년의 은행원 생활 중 20년을 글로벌 관련 업무를 담당한 인물이다. 특히 하나금융의 글로벌 핵심 거점인 중국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중국 전문가다. 최근 4년동안은 본사에서 글로벌 전략 업무도 수행했기 때문에 중국 외 전체적인 사업 구상, 기획 능력 또한 뛰어나다.

상해지점에서 3년 반 가량을 근무한 후 국내로 돌아와 중국·일본 데스크 업무를 2년 가량 담당했다. 2011년 다시 베이징으로 나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에 인수됐다. 2014년 외환은행 중국법인도 하나은행 중국법인에 합병됐고 황 부문장 역시 합병 작업을 함께 주도했다.
이후 2019년 하나은행 글로벌사업부 팀장을 맡으며 국내에 복귀했다. 지난해 1월 글로벌사업본부장에 올랐고 1년 만에 하나금융 글로벌부문장 겸 하나은행 글로벌그룹장 상무에 선임됐다.
황 그룹장의 최우선 임무로 꼽힌 것은 중국법인의 안정화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경제활동 축소,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중국법인은 지난해 실적 부진을 겪었다. 지난해 하나은행 중국법인은 972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중국 전문가' 황 그룹장은 중국 시장에 대해 긍정적이면서도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현지에서 문제시되는 오피스 건물, 상가 건물 등에 대한 익스포저가 크지 않다고 진단하면서도 전체 경기 회복에는 일정 부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황 그룹장은 "오피스, 상가 건물에 대한 익스포저는 전체의 7% 정도로 크지 않다"며 "다만 (대출 취급 시에는) 담보가 충분한 상태였는데 그 가치가 떨어지다 보니 회수가 원활한 상황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그는 "경기 회복 속도가 생각보다 늦어져서 중국 정부도 걱정을 많이 하고 있고 부양책들은 발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반 주거용 부동산 등 거래 활성화는 조금씩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조금씩 회복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담보 가치 하락 부분들에 대해서 관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나은행 중국법인은 올해 상반기 지난해 동기(65억원) 대비 170.8% 증가한 17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베트남 BIDV, 하나금융 투자 이후 '성장일로'…성공모델, 타 지역 이식
하나금융은 중국 시장 안정화 외 신규 시장 진출 측면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인도와 사우디아라비아, 대만 등 각 시장의 주요 금융사들과 협업하는 이른 바 '1등 파트너사' 전략을 통해 글로벌 영토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해당 전략은 2019년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 지분 투자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하나금융은 BIDV의 지분 15%를 인수하며 베트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현지법인 인수, 자체 설립 등 기존 국내 금융사들의 진출과는 다른 방식이었다.
하나금융이 BIDV에 투자를 한 이후 BIDV는 유의미한 순익 성장을 해왔다. 2019년말 4341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은 이듬해 3658억원으로 15.7% 줄어들었지만 2021년말 8003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33.9% 늘어난 1조715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하나금융은 BIDV를 직접적으로 경영하는 대신 한국 금융시장의 선진금융 기업을 이식하면서 BIDV의 성장을 도왔다. BIDV의 취약점이었던 소매금융 역량 강화를 주주로서 꾸준히 주문했고 리스크 관리 강화, 디지털 전환 등 변화도 주도했다. 그 결과 지분 투자 당시 20% 미만이었던 BIDV의 소매금융 비중은 현재 약 43%까지 확대됐다.
황 그룹장은 "베트남 시장의 경우 타 국내 은행들에 비해 진출이 늦은 상황이었고 당시 2개의 점포를 갖고 영업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며 "베트남 자산규모 1위인 BIDV와 협업을 통해 진출하는 전략을 세웠고 성공적인 결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BIDV 사례에 착안해서 새로운 지역으로 들어갈 때 자체 지점을 통해 현지를 공략하는 전략보다는 현지 1위 은행과 손잡고 현지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유력하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해당 전략을 바탕으로 하나금융은 올해 중국신탁상업은행(CTBC), 스테이트뱅크오브인디아(SBI), 사우디수출입은행 등과 연이어 업무 협약을 맺었다. SBI는 인도 최대 은행이며 CTBC는 국영 제외 대만의 1위 은행이다.
황 그룹장은 "IB 같은 경우 규모가 작으면 딜에서 제외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자국 대형 은행들과 협업을 통해 함께 들어가는 등 협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른 바 '피를 섞는' 지분 교환 등을 통해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도 함께 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등 협업 전략은 신규 시장뿐만 아니라 신사업 진출에서도 핵심 역할을 할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현재 인도네시아에 전산기업 넥스트티아이를 보유 중이다. 하나금융은 대만 CTBC와의 협업을 진행하면서 CTBC 인도네시아 법인의 전산 시스템 고도화 등의 사업도 함께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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