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0월 23일 07시4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자산관리업계 화두 중 하나는 패밀리오피스다. 최근 수년새 기업을 매각하거나 각종 투자를 통해 재산을 크게 불린 개인들이 본인 자산을 운용하기 위한 법인을 세우고 금융투자업계 인사들을 영입하고 있다. 법인이라도 특정 개인자산을 운용하기 때문에 별도 인가가 필요 없고 오너 의사만 있다면 과감한 투자 집행이 가능하다.투자 경험이 풍부한 인력들이 패밀리오피스에 합류하면서 주식과 채권, 대체 등 다양한 자산군을 검토하고 해외 딜을 직접 소싱하는가 하면 특정 콘셉트 상품을 직접 주문하곤 한다.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 여파로 지금도 여전히 펀딩에 난항을 겪고 있는 전문사모 운용사 입장에선 초대형 LP인 패밀리오피스의 등장과 활동이 반갑다.
하지만 모든 운용사들이 펀딩에 성공하는 건 아니다. 패밀리오피스 관심을 끌기 위해 '맞춤형 상품'을 제안하고 있는 전문사모 면면을 보면 특정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든지 독특한 아이디어로 펀드를 조성하고 있는 곳들이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패밀리오피스들이 웬만한 상품은 스스로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전문사모 운용사 마케팅 담당 임원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콘셉트의 펀드가 아닌 본인들이 구사할 수 없는 상품을 소싱하기 위해 운용사를 찾는 것"이라며 "수백억원 자금을 끌어왔던 과거와 달리 100억원대 펀딩을 하면 성공적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시장이 위축됐는데 이마저도 독창적 기술을 보유한 운용사들 얘기"라고 설명했다.
현재 전문사모 운용사는 400여 곳에 육박할 정도로 그 숫자가 상당하다. 딜 소싱과 펀딩, 펀드 관리 능력만 있다면 운용사 차리는 일은 비교적 어렵지 않기 때문에 전문사모 업계를 양육강식의 정글에 빗대는 사람들도 있다. 과거 운용사 인가를 받으려면 신청 후 1년 이상 시간이 필요했지만 요즘은 6개월이면 충분해 문턱이 낮아졌다고 한다.
경쟁은 치열해졌지만 업계 상황은 악화일로다. 해외 부동산 부실 우려가 계속 커지고 증시도 힘을 쓰지 못하면서 시장 긴장감은 유례없이 높아졌다. 대형 금융회사 중심으로 인사폭풍과 구조조정이 예정돼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한 운용사 상장리츠 운용역 모집에 갈 곳 잃은 매니저가 대거 지원해 경쟁률이 70대 1을 넘기도 했다.
마치 폭풍전야와 같은 현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전문사모 운용사 생존 요건은 더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고 하지 않는가. 물이 빠지면 누가 발가벗고 수영을 했는지 알 수 있지만 누가 수영복을 제대로 갖춰 입어왔는지도 보이기 마련이다. 시장에 휘둘리지 않고 묵묵히 본업에 충실해온 운용사들의 선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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