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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기업 피어그룹 전략]메가터치·나노팀 등 모집단만 150개 '다다익선'②4단계 톱다운 필터링 피어그룹 검토…산업군 분류 난해, 비교군 확대 초점

손현지 기자공개 2023-11-22 07:47:30

[편집자주]

2차전지 관련 회사들이 기업공개(IPO)에 나서고 있다. 전방산업에 있는 배터리 회사부터 후방산업인 부품·소재 회사까지 생태계가 확장되면서 자금조달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들마다 IPO 준비 과정에서 피어그룹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태동하는 산업인 만큼 선구적인 비즈니스를 영위하거나 독점적 지위를 지닌 경우가 많아 비교군을 찾기가 어려워서다. 올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증시입성을 준비했던 2차전지 섹터 기업 8곳을 추려 피어그룹 선정 전략과 특징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9일 14: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증시 입성한 2차전지 섹터 기업들을 만났을 때 공통적으로 언급한 애로사항이 있다. 전혀 다른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이 피어그룹으로 한데 묶여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유진테크놀로지는 고객사인 피엔티를 비교기업으로 선정했다. 정확히 말하면 피엔티는 장비사, 유진테크놀로지는 2차전지 공정에 필요한 노칭금형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다. 확연히 다른데도 비교기업으로 묶일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동일 산업군 찾기 '어렵네'…모집단 넉넉히 추린다

비밀은 1차 비교기업(모집단) 선정 과정에 있다. 2차전지 IPO 사례를 살펴보면, 다수가 피어그룹을 선정의 첫단계에서 모집단 후보풀을 광범위하게 잡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표준산업의 분류 체계에 따라 유사한 '산업군'을 정할 때부터 140~150개에 달하는 기업을 동일 선상에 올려두는 것이다. 최근 상장한 메가터치는 최초 비교군 풀을 167개까지 잡기도 했다. 다른 산업 섹터들이 두자리수 수준으로 모집단을 추리는 것과 비교된다.

딱 들어맞는 산업군을 찾기 어렵다는 데서 나온 비책이기도 하다. 2차전지 관련 산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은 각 분야의 선구자인 경우가 많다. 유진테크놀로지의 IPO 주관사인 NH투자증권도 노칭금형 산업군에선 비교기업이 없다보니, 산업군 검토범위를 5개로 넓혀야 했다. 1차 비교군도 155개로 확대됐고, 그 중에 장비사인 피엔티가 속해있었던 것이다.

올초 상장한 나노팀과 제이오의 경우 서로 다른 비즈니스를 영위하는데도 피어그룹에 '천보'라는 교집합을 만들어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노팀은 방열소재, 제이오는 탄소나노튜브 소재를 만드는 회사로 확연한 차이가 있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이 피어그룹을 봤을 땐 나노팀과 제이오가 비슷한 사업을 영위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사업유사성 선 검토, 1차 모집단 한계 '보완'

통상적으로 IPO 피어그룹을 선정하는 기준은 4단계를 거친다. 가장 먼저 모집단을 추린 뒤, 재무적 관점 등 다양한 기준을 적용해 '톱다운' 방식으로 필터링해나간다. 다수의 2차전지 섹터 기업들의 경우 '모집단 선정→사업유사성→재무유사성→일반유사성' 등 순서대로 추려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눈여겨볼 만한 건 '사업유사성' 검토 순서가 모집단 선정 바로 뒤라는 점이다. 사업유사성은 제품이나 비즈니스의 유사성을 판단하는 과정이다. 증권사 IB와 기업 CFO의 주관적인 판단이 반영될 수 밖에 없는 분야다. 여기엔 1차에서 적절한 산업군을 찾기 어렵다는 점도 감안됐다.

A 대형 증권사 IPO 담당자는 "최근 IPO를 진행하는 2차전지 장비, 부품, 소재 기업들은 모두 각자 분야에서 선구적인 입지에 있는 곳들"이라며 "완전히 비슷한 사업을 영위하는 라이벌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비상장사인 경우가 많기에 특정 산업섹터를 지정하기도 애매하다, 처음부터 비교기업 풀을 넓게 잡아두는 게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신성에스티 한 곳만 순서가 달랐다. 2번째 단계에서 재무적(시가총액, 매출이익률 등) 요인 검토를 진행한 뒤, 3번째에서 사업과 제품 등의 유사성을 살펴보는 형식을 택했다.


◇밸류향상의 키 '2차전지' 키워드…산업분류체계 '최대로'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에겐 '2차전지 섹터'로 분류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2차전지 관련주로 묶이느냐, 아니냐에 따라 밸류(기업가치)가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B 기업 CFO는 "피어그룹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2차전지주 중 인지도가 높은 기업들을 모집단 풀에 많이 넣으려고 하는 것 같다"며 "자동차는 자동차 부품주와 완성차 업계로 세분화되지만 2차전지는 하나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표준산업분류 체계를 다양하게 설정하는 경우도 보였다. 한국투자증권이 주관을 맡았던 나노팀과 제이오는 총 8개의 산업군을 지정해 최대한 많은 모집단을 확보했다.

특히 나노팀의 경우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에서 여러가지 가능성을 반영해 산업군을 넓힌 케이스다. 나노팀은 한국표준산업분류상 '산업용 냉장·냉동 장비 제조업'으로 분류된다. 다만 한투 측은 향후 나노팀의 제품(갭패드·갭필러)가 전기차, ESS, IT기기 시장에서 수요가 생길 것을 예상해 '석탄화학계 화학물·유기 화학물질 제조업' 등 8개의 산업군을 지정해 1차 모집단 풀을 선정했다.
*출처=Kisline, DART
IPO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2차전지'쪽으로 탈바꿈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달 상장한 메가터치는 2021년 전까지는 한국표준산업분류 상 '다이오드, 반도체소자 제조업'에 속했다. 그러나 이후 2차전지 부문 매출 비중이 반도체 부문을 넘어서면서 '특수목적용 기계제조업', '전자부품 제조업', '기타 전기장비 제조업' 등으로 모집단을 확장 분석할 수 있었다.

필에너지와 퓨릿의 IPO를 맡은 미래에셋증권도 모집단 확대 노력을 이어갔다. 퓨릿은 원래대로라면 한국표준산업분류상 '석탄화학계 화합물기초 유기 화학물질 제조업'에 속해 총 12개사 풀을 확보하는데 그친다. 그러나 3가지 산업군을 추가적용해 1차비교기업수를 50개사로 넓혔다. 필에너지도 '디스플레이 제조용 기계 제조업' 등으로까지 카테고리를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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