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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 스토리]필에너지 "스태킹 집중 포트폴리오 내년 확 펼친다"②황지상 설비개발본부장 "내년 스태킹 외 500억 신규 매출 목표"

오산(경기)=조영갑 기자공개 2023-11-14 12:45:40

[편집자주]

현장에 답이 있다. 기업은 글자와 숫자로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다양한 사람의 땀과 노력이 한 데 어울려 만드는 이야기를 보고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뿐이다. 더벨은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보고서에 담지 못했던 기업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아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3일 14: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필에너지는 삼성SDI와의 스태킹(stacking) 설비 공동 개발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했지만, 역으로 스태킹 설비 일변도의 매출구조로 인해 기업가치가 갇히는 측면이 있었다. 내년은 4680 원통형 배터리 권취기(와인더), 신규 레이저 노칭 장비 등을 토대로 매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원년이 될 것이다."

지난 9일 경기도 오산 필에너지 본사에서 만난 황지상 전무(사진)는 새로운 매출 포트폴리오 개발, 출시를 통해 신규 시장을 창출하는 '횡적확장' 전략에 대해 장시간 설명했다. 황 전무는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 고분자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삼성SDI에서 오랜 기간 설비 개발, 신공법 검증을 담당한 2차전지 설비의 권위자다. 지난해 3월 필에너지로 둥지를 옮겨 신규 전략장비의 개발을 이끌고 있다. 현재 설비개발본부장을 맡고 있다.

2020년 필옵틱스에서 물적분할해 올해 7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필에너지는 삼성SDI와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2차전지 설비 제조사다. 삼성SDI가 14.15%(공모 전 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SDI와 2차전지 스태킹 설비를 공동 개발, 해당 설비를 삼성SDI 양산 라인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매출액 1897억원, 영업이익 168억원을 기록했다.

필에너지는 공모 과정에서 뜨거운 투심을 확인하며, 상장 초반 이른바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의 기대감을 키웠으나 보호예수 CB(전환사채) 물량이 최근 대거 보통주 전환되면서 주가 부진을 겪고 있다.

상장 초반 6만원에 육박하던 주가는 현재 1만60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매크로(거시경제) 이슈 및 수급 문제가 겹치면서 기업가치가 이중고에 눌려 있는 형국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내년 글로벌 배터리사들의 공격적 투자가 재개되고, 필에너가가 갖고 있는 자체 개발, 제조 역량이 어필되면 충분히 기업가치가 복원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황 전무가 이끄는 설비개발본부는 필에너지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핵심 조직이다. 설비개발본부는 테슬라가 불을 지핀 4680(46mmⅩ80mm) 원통형 배터리 시장의 본격 개화를 노리고, 올인원 권취기(와인더) 관련 막바지 개발에 한창이다.

권취기는 코팅-프레스-슬리팅 등 극판 전공정을 마친 극판 릴을 원통형 배터리 형태로 말아주는 장비다. 조립공정 전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설비다. 필에너지는 현재 유럽 및 일본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공급 협의를 구체화하고 있다. 내년 정식 PO(구매주문) 접수를 목표로 한다.

업계에서는 필에너지가 독자적인 레이저 공정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아직 시장이 개화되지 않은 4680 배터리 권취기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필에너지가 개발하고 있는 권취기는 가감속 제어, 레이저 노칭(Laser notching), 자동공급시스템 등의 기능을 탑재한 올인원 설비로 평가된다. 내년 첫 공급 레퍼런스가 공급확산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황 전무는 이날 권취기와 함께 신규 레이저 노칭 설비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했다. 필에너지는 물적분할 이전인 2016년부터 모회사 필옵틱스를 통해 삼성SDI와의 협력, 레이저 노칭 설비를 제조해왔다. 레이저 노칭 설비는 전극 공정을 마친 극판에서 필요한 부분만 잘라내는 장비다. 전극의 양극과 음극 탭(tab)을 만들기 위한 핵심공정이다.

황 전무는 "아직까지 아무도 개척하지 못한 양극 합제부 레이저 노칭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면서 "현재는 음극 합제부 노칭 만큼의 속도는 아니지만, 음극 대비 기술적인 문제를 잡는데 주력하면서 생산성을 서서히 높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2차전지 음극 합제부 관련 레이저 노칭 기술은 어느 정도 보편화가 됐지만, 양극 합제부 레이저 노칭은 아직까지 양산화에 진입한 제조사가 없는 실정이다. 이는 음극 대비 양극 극판과 기재의 두께가 두껍고, 음극에 비해 양극 구성물질이 복합적인 탓에 열적 특성이 상이, 가공이 쉽지 않은 까닭이다.

합제부는 활물질이 도포되지 않은 무지부와 달리 활물질, 도전재, 바인더 등이 코팅된 부위다. 아직까지 양극 합제부의 탭을 만드는 작업은 레이저 노칭이 아니라 물리적 가공인 금형(press)로 수행하고 있는데, 설치 비용이 상대적으로 싼 대신 물리적 충격 등에 의한 유지보수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이를 레이저 노칭으로 대체하면 생산성과 효율이 올라가기 때문에 배터리사들이 공정 전환을 꾀하고 있다. 필에너지는 이를 스택 설비에 결합해 하이엔드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필에너지는 현재 레이저 스태킹 설비에 집중돼 있는 매출 포트폴리오를 내년부터 점차 다변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레이저 노칭 설비와 4680 권취기가 그 선봉에 선다. 필에너지는 현재 글로벌 고객사의 공급 협의가 구체화되고 있고, 일부 고객사에는 파일럿 설비(노칭)를 이미 출하했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부터 양 장비로부터 실질적인 '업사이드'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필에너지는 내년 500억원을 상회하는 수주 시현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 필에너지는 북유럽 신생 배터리사인 모로우(Morrow Batteries)에 레이저 노칭 장비를 출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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