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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전략장비 빌드업]이오테크닉스, '레이저 그루빙' 日 독점시장 뒤엎나④디스코 독점 상황, 고객사 데모 테스트서 호평…TSMC 입고, 내년 초 양산진입 예상

조영갑 기자공개 2023-11-22 07:31:41

[편집자주]

불황의 늪에 빠져 있던 반도체 섹터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글로벌 AI(인공지능) 테크들이 본격적으로 상용화 전선에 나서면서 고사양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덕택이다. 이를 대비해 그간 전략장비를 개발, 테스트해온 제조사들 역시 양산 페이즈에 진입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더벨은 주요 반도체 장비사들의 '킬 아이템'을 중심으로 호황 싸이클 지형도를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0일 16: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주요 반도체 레이저 공정 장비 업체인 '이오테크닉스'가 일본 디스코(DISCO)가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레이저 다이싱, 그루빙 시장에 균열을 넓혀가고 있다. 이중 레이저 그루빙 장비의 경우 올해 대만 TSMC에 입고된 데 이어 최근 전략적 파트너인 국내 고객사의 데모 테스트에서 호평을 받아 내년 초 양산라인 진입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디스코의 상대적 경쟁우위가 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오테크닉스는 최근 국내 주요 IDM(종합반도체사)의 HBM(고대역폭메모리) 양산라인 공급을 전제로 한 데모 테스트를 진행, 잠재 고객사의 호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사는 삼성전자로 파악된다. 이오테크닉스는 삼성전자와 공동개발 형태로 개발한 전공정용 레이저 어닐링(Laser annealing) 장비를 2020년부터 D램 라인에 공급하면서 사세를 키워왔다. 최근 삼성전자가 4세대 HBM인 HBM3와 5세대 HBM3E 양산 투자를 확대하면서 해당 장비들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 복수의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이오테크닉스는 수개월 전부터 삼성전자 HBM 양산 공정과 관련 양산 속도, 수율을 가늠할 수 있는 적합성 테스트를 진행했고 최근 삼성전자 측으로부터 경쟁사의 스펙에 버금가거나 뛰어넘는다는 호평을 받아냈다. 실제 양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퀄(품질인증) 테스트까지 마치면 이오테크닉스의 레이저 그루빙 장비는 삼성전자 HBM 양산 라인에 투입될 수 있다.

레이저 그루빙(Grooving) 솔루션은 웨이퍼를 칩 단위로 자르기 전 웨이퍼의 상당 부분을 레이저로 제거해 블레이드나 레이저 다이서(Dicer)가 통과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그리는 디바이스다. 웨이퍼 위에 바둑판 무늬처럼 선을 그으며 좁은 논두렁을 파내려가는 장비라고 보면 된다. 비메모리 반도체(로직/파운드리, OSAT 등) 영역을 중심으로 수요가 커지고 있다.

레이저 그루빙, 다이싱 시장은 사실상 일본의 디스코가 장악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레이저 그루빙 장비 시장 규모는 약 4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시장 전체를 사실상 디스코가 장악하고 있다. 시야를 넓혀 후공정 시장(그라인더 등)을 따져보면, 디스코의 시장 점유율은 70% 수준이다. 지난해 약 2조5000억원 가량의 매출액을 올렸다.

이오테크닉스의 레이저 그루빙 장비가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올 상반기 글로벌 최고의 파운드리인 대만 TSMC와 공급 협의를 거친 뒤 최근 양산라인에 진입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확한 공급량은 공개되지 않았다. 초도 공급 레퍼런스에 가깝지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가 갖고 있는 위상과 삼성전자와의 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TSMC와 삼성전자는 애플의 아이폰 AP를 두고 일합을 겨뤘던 적수다. 당초 삼성전자에 아이폰의 A칩 생산을 전량 맡겼던 애플은 2016년부터 아이폰7용 10나노 AP 'A10' 생산을 맡기면서 애플과 끈끈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가 아이폰의 경쟁 디바이스로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애플을 잡은 TSMC는 지난해 총 매출액 중 약 4분의 1 가량(23%)을 애플과의 거래에서 올렸다. 약 95조원 가량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고객사에 설계 자산(IP)을 맡기는 칩 발주사는 보안과 정보유출에 극도로 민감하다"면서 "애플의 경우는 칩 생산에 소요되는 중요 장비 입고에 직접 관여할 만큼 보안을 챙기는 회사로 유명한데, 이번 이오테크닉스의 레이저 그루빙 양산 적용 역시 애플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애플의 승인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다만 아직 장비의 셋업(set up)이 완료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이오테크닉스의 매출액으로 온전히 반영되는 시점은 내년 1분기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오테크닉스 엔지니어들은 TSMC 로직(비메모리) 양산라인에 투입돼 장비의 설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의 HBM 라인에도 진입하면 이오테크닉스는 로직(SoC)과 고사양 D램(HBM) 시장 양쪽을 아우르는 거대 매출 파이프라인을 잡게 된다. 업계 일각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와 테스트를 진행한 이오테크닉스의 레이저 그루빙 가격경쟁력에서부터 생산효율, 수율 등에서 기존 디스코 제품의 스펙을 넘어섰다는 전언이다. 십여 대에서 최대 20대 가량 반입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디스코의 그루빙 제품 전량이 대체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보안에 극도로 신경을 쓰고 있는 이오테크닉스 관계자는 "고객사와 관련된 어떠한 사항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내년 1~2분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을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멘트를 남겼다.

이와 별개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디스코와 달리 이오테크닉스는 그루빙 솔루션에 자체 레이저 광원을 사용하기 때문에 마진을 설정하는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면서 "여기에 장비의 스펙이 디스코 대비 뒤쳐지지 않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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