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1월 28일 15: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나스닥 입성에 성공한 캡티비전(옛 글람)이 상장 과정에서 이색적인 방식을 택해 눈길을 끈다. 역합병과 주식 교환을 포함한 구조로 우회 상장을 완료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물론 한국 금융감독원에도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두 나라에 모두 신고서를 낸 최초 사례다.

발행 과정의 난이도는 높지만 향후 상장 유지에 필요한 비용을 상당 부분 아끼게 됐다. SEC에 해외 발행사(foreign issuer) 자격을 인정받게 되면 재무제표 작성이나 분기보고서 제출 등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자문사로 참여한 국내외 증권사와 로펌 역시 이에 주목해 딜 구조를 설계한 것으로 전해졌다.

◇캡티비전, 사명 변경과 함께 미국 나스닥 상장…독자 기술 ‘G-글라스’로 주목

캡티비전은 미국에 상장된 스팩 JGGC(Jaguar Global Growth Corporation I)와의 주식교환을 거쳐 지난 16일 나스닥에 상장했다. 연초 JGGC와 합병 계약을 맺은 지 9개월 만이다. 회사는 지난 2018년부터 지속적으로 상장을 추진해왔다.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한 뒤 국내 증시 입성을 검토했으나 최근에는 스팩 합병을 통한 미국 상장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려하면 해외 상장이 보다 유리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캡티비전은 투명 유리에 영상 등 미디어를 재생하는 'G-글라스‘ 기술을 보유한 미디어파사드 기업이다. 미디어 파사드는 미디어(Media)와 건물의 외벽을 뜻하는 파사드(Facade)를 합친 말로, 건물 내·외부 벽을 스크린 삼아 영상을 투사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캡티비전의 G-글라스는 유리 사이에 LED를 삽입한 것이 특징이다. 유리의 형태와 장점은 유지하면서도 별도 회로나 전선 없이 영상 재생이 가능하다. 대형 건물에 직접 설치하는 것은 물론 모듈형 컨테이너 형태로 행사에 활용하기도 한다. 오랜 기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자체 개발한 제품인 만큼 경쟁 제품을 찾기 어렵다는 평가다.

초대형 랜드마크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캡티비전 측도 해외 진출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현재 미국, 유럽, 중국과 홍콩에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시장 개척에 나섰다. 지난해 8월 카타르 도하 소재 병원에 설치한 미디어 파사드가 월드컵 기간 랜드마크로 부각되며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 나스닥 상장을 계기로 JGGC와의 협업도 가능할 전망이다.


◇역합병→신주발행→주식교환 진행…‘해외 발행사’ 자격으로 상장 유지비용 감소

캡티비전과 자문사 측은 상장 과정에서 다소 이례적인 구조를 택했다. 한국과 미국에서 총 세 단계에 걸쳐 상장을 진행했다. 먼저 케이만 소재 스팩인 JGGC가 현지에 별도 법인을 설립한 뒤 역합병을 거쳐 명목회사(Captivision Inc.)를 만들었다. 이어 명목회사와 JGGC의 한국 자회사인 재규얼글로벌그로스코리아에 신주를 발행했다.

이후 한국에선 재규얼글로벌그로스코리아와 캡티비전 간 주식 교환을 거쳤다. 기존 주주들은 캡티비전 지분을 넘기는 대신 명목회사 주식을 받았다. 최종적으로는 Captivision Inc. → 재규얼글로벌그로스코리아 → 캡티비전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만들어졌다. 거래 종결 이후 Captivision Inc의 나스닥 상장이 승인됐다.

구조가 복잡했던 만큼 최종 클로징까지 자문사들의 역할이 컸다. 미국 SEC 승인은 물론 금융감독원에 주식 교환에 대한 증권신고서도 제출했다. 캡티비전의 소액 주주가 3000여명에 달해 주식 교환에 필요한 투자 권유가 자본시장법상 공모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신고서의 경우 법률 자문을 맡은 법무법인 화우에서 작성을 주도했다.

상장 과정은 다소 번거롭지만 장점도 존재한다. 케이만 제도 소재 회사가 상장한 것이기에 해외 발행사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지배구조나 공시에 있어 완화된 규제가 적용된다. 미국 방식(US-GAAP)이 아닌 IFRS 적용이 가능하고, 연차보고서 제출 기간도 60~90일 이내에서 4개월로 늘어난다. 분기보고서 제출 의무는 면제된다.

상장 유지비용은 미국 증시 상장에 있어 가장 큰 관문이다. 캡티비전은 주식 교환 방식을 채택한 만큼 이런 비용이 상당 부분 줄어들 전망이다. 국내 자문사로 참여한 화우 강성운 변호사는 “미국 기준에 따라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분기 보고서를 만들면 실무적으로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며 “이를 완화하기 위한 모델을 구상하다 보니 나온 방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