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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의료 기업 리포트]'1호' 상장 제이엘케이, 기대 못 미친 원인 '보험수가'①뇌졸중 특화 AI 진단 경쟁력…규제에 발목, 시장 진입 난항

차지현 기자공개 2023-12-13 11:12:49

[편집자주]

인간의 영역에 AI(인공지능)가 스며드는 건 의료 및 헬스케어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 분석과 진단, 치료까지 할 수 있다면 AI 도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보수적인 의료집단조차 AI의 무한한 가능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국내 AI 의료 시장을 겨낭한 벤처기업들이 도전장을 던졌다. 기술력만 있다면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까지도 뻗어나갈 수 있다. 더벨은 국내 관련 기업들의 전략을 들여다보고 성장 잠재력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1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이엘케이는 국내 1호 인공지능(AI) 의료 상장사라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방대한 데이터와 탄탄한 기술력 앞세워 국내 AI 의료기 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진단이 까다로운 뇌졸중 분야를 집중 공략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상장한 지 4년이 지난 지금 기대만큼 성과를 내진 못하고 있다. 주력으로 내세우는 진단 솔루션 제품은 아직 '제로(0)'에 가깝다. 선두주자인 데다 충분한 역량도 보유한 기업이 고전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데이터·기술력 앞세워 국내 AI 의료 '1호' 상장

제이엘케이가 처음부터 AI 의료 시장을 공략한 건 아니었다. 2014년 설립 당시엔 이미지프로세싱·머신러닝 기술 등을 활용해 디스플레이 검사장비를 생산해 왔다. 삼성디스플레이에 납품해 첫 해 약 25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하지만 삼성전자 휴대폰 판매량이 감소하며 납품 물량도 덩달아 줄었다.

이후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의료기기 분야에 방점을 찍고 영상 진단 솔루션 개발에 돌입했다. 국내외 AI 박사급 인력을 영입하고 연구개발(R&D)에 힘을 쏟았다. 이렇게 탄생한 게 대표 제품 뇌경색 유형 분류 솔루션 'JBS-01K'다.

핵심 경쟁력으로 방대한 데이터 그리고 탄탄한 기술력을 내세웠다. 대형 병원과 협약을 맺어 데이터를 확보하고 원천기술 특허를 빠르게 늘려면서 입지를 넓혔다. 2016년 사업전환(피벗)한 뒤 3년 동안 37개 제품을 개발했다.


특히 뇌졸중 분야에 집중하면서 차별화를 꾀했다. 뇌졸중은 뇌의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뇌 영역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정확한 조기 진단이 예후를 결정하는데 의료진의 숙련도에 따라 검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AI 진단의 필요성이 가장 크다고 판단했다. 암의 경우 조직 검사 등 다른 진단 옵션이 있지만 뇌졸중은 영상밖에 진단 방법이 존재하지 않다는 점도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성장성을 인정받으며 2019년 12월 코스닥에 기술특례제도로 입성했다. AI 의료 기업으로선 첫 상장 사례를 썼다. 바이오 업종 투심 악화 환경 속에서 공모 흥행엔 실패했으나, 상장 직후 해외 각국 기관 공개 입찰 경쟁에서 1위로 선정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상장 시 실적 추정치와 괴리율↑…깐깐 규제 성장 걸림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제이엘케이가 상장할 때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2019년 13억원, 2020년 77억원의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2021년부턴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261억원, 31억원 올려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지난해 실적 추정치는 매출 484억원, 영업이익 224억원. 연결기준 작년 매출 83억원, 영업손실 154억원과 비교하면 현저하게 차이나는 수치다.


국내 보건당국 규제가 복병이었다. 건강보험권 진입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AI 의료기기 같은 혁신의료기기를 의료기관에 판매하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절차다. 다만 식약처 허가 단계에선 건강보험코드가 부여되지 않아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 사실상 현장에서 쓰이기 어려운 셈이다.

코드를 받기 위해선 식약처 허가 이후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쳐야 한다. 해당 의료기기를 통한 '새로운 의료행위'가 건강보험권에 진입할 정도로 임상적 가치가 있는지를 증명하는 절차다. NECA 판별이 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건강보험 등재 여부를 결정한다. 건강보험에 등재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의 의료 행위에 대해 일부 가격을 지불한다. 반대로 비급여로 결정되면 환자가 의료비를 전액 부담한다.

문제는 구조적으로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것. 신의료기술평가는 임상문헌을 중심으로 임상적 가치를 평가한다. 하지만 최초 개발한 제품을 이용한 '새로운 의료행위'는 임상문헌이 없는 경우가 많다. 과잉 규제라는 지적에 따라 정부가 선진입·후평가 제도 등을 통해 숨통을 틔워줬으나 보험급여 수가 적용의 벽은 생각보다 견고했다.

'국내는 힘들다'는 현실을 직시한 경쟁 업체 루닛이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린 것과 달리 제이엘케이는 국내 허가에 시간을 투자했다. 절차가 길어지면서 현재 주력 제품으론 거의 돈을 벌지 못하는 실정이다. 연간 40억원가량 매출을 올리는 AI 데이터 매니지먼트 사업으로 그나마 버텨왔다. 그동안 현금성 자산은 9월 말 기준 64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해외 사업으로 몸집을 불린 경쟁사와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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