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부회장제' 두고 고민…존속이냐 폐지냐 경영승계 10계명 발표한 금융당국에 '부담'…외풍 차단 안전장치 향방은
김서영 기자공개 2023-12-15 08:26:03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4일 15시1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금융그룹이 부회장제를 두고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내부 출신 회장 배출에 성공한 KB금융은 부회장제를 통해 후계자 교육과 안정적인 경영 승계 체계를 구축해두고 있다. 그런데 금융당국이 부회장 제도가 폐쇄적으로 운영된다고 지적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부회장제를 두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14일 KB금융그룹은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8개 계열사 9명의 대표이사 후보자 추천을 마쳤다. 다만 금융권 관심사인 '부회장제' 유지 여부에 대해선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대추위는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를 추천해 선임하기 위한 절차"라며 "부회장제와 관련해선 아직 결정 난 바가 없고 이달 말로 예정된 지주 임원 인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KB금융이 부회장제를 두고 고민을 이어가는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우선 양 회장 취임 초기인 만큼 부회장제 운영은 이른 감이 있다는 분석이다. 부회장제란 그야말로 후임 양성에 나선다는 것인데 이보다 취임 첫해 리더십을 굳건히 다지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특히 전임 회장인 윤종규 전 회장이 3연임에 성공해 9년간 집권한 만큼 관성을 깨고 양 회장만의 리더십을 구축하는 게 중요한 시기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의 곱지 않은 시선 때문에 부회장제 유지를 두고 고민이 깊다는 게 금융업계 중론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2일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 자리에서 금융지주가 CEO 후보 육성을 위해 부회장직을 운영하는 것과 관련해 비판적인 의견을 공개적으로 내비쳤다.
이 원장은 "과거 특정 회장이 셀프 연임하는 형태보다 진일보된 제도인 것은 맞지만 폐쇄적으로 운영돼 신인 발탁과 외부 인사를 차단하는 부작용도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금감원은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발표했다. 금융지주 부회장제에 대한 이 원장의 부정적인 시각을 반영한 듯 내부 후보에게 부회장직을 부여하는 등 은행 내 육성 프로그램을 확대해 운영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외부 후보도 은행 역량 개발 프로그램 등에 참여해 이사회와의 접촉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또 경쟁력 있는 외부 후보에게도 비상근 직위를 부여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구체적으로 CEO 선임 및 경영승계절차에 대한 핵심원칙 10개를 꼽았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승계계획을 마련하는 것에서부터 경영승계절차를 최소 3개월 전에 조기에 개시하는 원칙도 포함됐다. 특히 외부후보군을 체계적으로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는 동시에 불공평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계별 평가 결과 기록을 유지하고 공시를 통해 관리 및 내규를 명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부회장제는 KB금융의 지배구조가 외풍에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와도 같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KB금융의 부회장제 역사는 2017년에서부터 시작한다. 2014년 회장으로 취임한 윤 전 회장은 3년 동안 지주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했다. 2017년 윤 전 회장은 연임에 성공하면서 지주회장으로 독립해 지주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했다. 이때 국민은행장에 선임된 인물이 허인 전 부회장이다. 윤 전 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거버넌스TF'를 꾸려 본격적으로 체계적인 경영승계 방식을 수립했다.
그로부터 4년 뒤 경영승계 방식으로 채택된 것이 바로 부회장제다. 2021년 1월, KB금융은 10년 만에 부회장제를 다시 도입했다. 이때 '포스트 윤종규' 찾기 작업에서 1호 키즈로 꼽힌 인물이 바로 양 회장이다. 윤 전 회장은 가장 먼저 양 회장을 부회장으로 임명해 부회장제 부활을 알렸고, 이듬해인 작년 1월 허인 전 부회장과 이동철 전 부회장을 부회장에 임명하면서 3인 체제를 갖췄다.
앞서 양 회장은 출근길 기자 간담회에서 부회장제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그는 "부회장직은 향후 전반적인 저의 파트너인 셈"이라며 "회장 후보군을 육성하는 측면과 KB금융 전체 업무를 분담하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사회와 협의해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양 회장 취임 첫해에는 부회장제를 운영하지 않을 수 있으나 3년 임기의 반환점을 돌게 되거나 연임에 성공한 이후에는 부회장제를 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기 체제에는 후임 양성보단 경영진 인사를 통한 조직 쇄신 작업과 체제 안정에 더 주력하고, 부회장제는 그다음 스텝이란 분석이다. 양 회장은 이달 말 부회장제 유지에 대한 고민을 마치고 지주 임원 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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