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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SK㈜ vs ㈜LG]지분 몰아준 LG, 다시 나눈 SK③[지분구조]친척들 지원으로 지배력 강화한 총수들, 이후 행보는 엇갈려

김위수 기자공개 2023-12-21 09:2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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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5일 16:2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과 LG그룹은 기업의 회장인 총수가 지주사의 최대주주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또 총수의 친인척들이 일부 지분을 보유해 우호지분으로서 경영권 방어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지주사 지분율은 각각 17.59%와 15.95%로 비슷한 수준이다. 단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따지면 SK그룹의 오너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5.67%, LG그룹은 41.7%로 큰 차이가 발생한다.

◇'장자승계' 원칙에 지분 몰아준 LG 오너일가

LG그룹 오너일가는 그룹의 소유권이 개인이 아닌 가족에 있다고 인식하는 듯하다. LG그룹 경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더라도 지분을 유지하는 오너가 일원들이 많다. 고(故) 구자경 명예회장의 직계 후손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준 LX그룹 회장, 구본식 LT그룹 회장, 구훤미씨, 구미정씨는 모두 ㈜LG의 주요 주주다.

LG그룹은 가족회의를 통해 그룹 경영의 굵직한 방향을 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 구본무 회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구광모 회장을 낙점하고, '장자승계' 원칙을 지키기 위해 구광모 회장을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시키기로 한 일 등은 가족회의를 통해 내린 결론이다. 그룹 경영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지분을 유지하는 일이 타당하다. 비단 집안 어른으로서가 아닌 주요 주주로서 의견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다.

구광모 회장이 ㈜LG 지분을 15.95%까지 모을 수 있었던 것도 친척들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가능했다. 구 회장은 2000년대 들어 ㈜LG 주식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2018년 11월 구본무 회장의 지분 8.8%를 상속받아 최대주주에 오르기 전까지 지분율을 6.24%까지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지렛대 역할을 한 것은 구광모 회장이 보유했던 희성전자 지분 23%다.

구 회장은 2004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구 회장은 비상장사인 희성전자 지분 전량을 친인척들에게 매도했다. 처분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희성전자 지분 처분을 통해 손에 쥔 자금으로 ㈜LG 지분을 확대했다고 보고 있다.

이후에도 친척들의 지원이 이어졌다. 2014년에는 구본능 회장으로부터 190만주를, 2016년에는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으로부터 35만주를 증여받았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보유 중이던 ㈜LG 주식 전량 164만8887주도 2020년 구광모 회장에게 돌아갔다.

총수로 정한 구광모 회장에게 친척들이 지분을 '몰아준' 셈이다. 구 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그룹 지배력을 높일 수 있었다. 구 회장의 ㈜LG 지분은 구 회장 개인의 소유이지만 동시에 가족들의 몫이라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셈이다.

◇친척들에게 지분 나눠준 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그룹 경영권이 이양되기까지의 과정은 LG그룹과 사뭇 비슷한 측면이 있다. 고 최종현 회장이 갑작스레 별세한 이후 창업주인 최종건 회장과 최종현 회장의 아들들이 모인 자리에서 최태원 회장이 후계자로 추대됐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고 최윤원 SK케미칼 회장,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등은 모두 상속포기각서를 썼다. 최종현 회장의 SK상사(현 SK네트웍스) 및 주요 상장사 지분 대부분이 최태원 회장의 몫이 됐다. 최태원 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르고 그룹 지배력을 확대하기까지 친척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던 것이다.

SK㈜와 SKC&C가 통합돼 지금 형태의 지주사가 출범한 2015년 최태원 회장의 지분율은 23.4%였다. 변화가 생긴 시점은 2018년이다. 최 회장이 전체의 5.11%에 해당하는 SK㈜ 주식을 23명의 친척들에게 증여하며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당시 이동한 주식의 가치는 1조원에 가까운 규모였다. 보유 중이던 SK㈜ 주식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여기고 친척들에게 다시 되돌려준 모습이다.

이후 지분을 나눠가진 친척들은 다소 자유로운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다.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은 SK㈜ 지분을 지속적으로 처분하고 있다. 최 회장에 더해 2019년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으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은 뒤 최 수석부회장의 지분율은 2.76% 수준이었다. 2019년부터 꾸준히 주식을 매도한 결과 최 수석부회장의 지분율은 현재 0.36%에 불과하다.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도 마찬가지다. 최 회장으로부터 전체 지분의 0.68%를 받은 최 사장의 지분율은 현재 0.14%에 불과하다. 대신 최 사장이 사내이사로 있는 SK네트웍스 지분율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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