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 그 이후]CJ ENM, 피프스 시즌 인수금융 상환 '제자리 걸음'②차입만기는 장기화, 비핵심자산 매각은 미진
김형락 기자공개 2023-12-22 08:33:00
[편집자주]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빅딜(Big Deal)'은 기업의 운명을 가른다. 단 한 건의 재무적 이벤트라도 규모가 크다면 그 영향은 기업을 넘어 그룹 전체로 영향을 미친다. 그 영향은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다. THE CFO는 기업과 그룹의 방향성을 바꾼 빅딜을 분석한다. 빅딜 이후 기업은 재무적으로 어떻게 변모했으며, 나아가 딜을 이끈 최고재무책임자(CFO) 및 재무 인력들의 행보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9일 07:1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 ENM은 올해 부채 부담을 줄여 재무건전성을 제고하려 했다. 지난해 피프스 시즌을 인수하면서 늘어난 차입금 상환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단기차입금 장기 전환과 비핵심자산을 매각을 주축으로 대응책을 세웠다. 차입 만기는 장기화했지만 비핵심자산 매각 실적은 미진하다.CJ ENM은 지난 11일 피프스 시즌이 일본 엔터테인먼트 기업 토호의 미국법인(토호 인터내셔널)을 상대로 2억2500만달러(약 29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 운영자금을 확보했다. 이는 종속기업 피프스 시즌 추가 출자 부담 해소에 큰 도움이 됐다.
토호는 피프스 시즌 2대주주(지분 25%)로 들어온다. CJ ENM은 지난해 미국 콘텐츠 제작사 피프스 시즌을 인수하며 늘어난 차입금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1월 피프스 시즌 지분 80% 인수대금(9337억원)은 대부분 단기차입금(8000억원)으로 충당했다.
CJ ENM은 재무안정성 약화를 감수하고 피프스 시즌 경영권을 확보했다. 글로벌향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강화하며 멀티 스튜디오 체제를 구축해 수익성 증대를 노렸다.
피프스 시즌 인수·합병(M&A) 이후 CJ ENM은 별도 기준(이하 동일)으로 차입 규모가 늘고 만기도 단기화됐다. 2020년 말 7900억원이었던 총차입금은 이듬해 말 1조5300억원, 지난해 말 2조823억원으로 증가했다. 2020년 말 49%(3900억원)였던 유동성차입금 비중은 이듬해 말 64%(9800억원) 지난해 말 72%(1조5022억원)로 상승했다. 지난해 말 CJ ENM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2581억원(단기금융상품 포함)이다.
지난해 10월 CJ ENM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부임한 황득수 경영지원실장은 차입만기 구조부터 손봤다. 올 3분기 말 CJ ENM 순차입금은 1조8392억원으로 전년 말(1조8243억원)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차입 구성은 비유동성차입금 67%(1조2485억원), 유동성차입금 33%(6245억원) 순으로 바뀌었다. 회사채 발행과 장기차입금을 늘려 단기차입금을 상환한 덕분이다.
CJ ENM은 올해 은행 장기차입금(일반 대출)을 끌어왔다. 지난해 말 100억원이었던 장기차입금은 올 3분기 말 5500억원으로 늘었다. 만기는 내년(1100억원)과 내후년(4400억원)으로 분산했다. 같은 기간 사채 발행액은 1500억원 늘어난 9100억원, 단기차입금은 8977억원 줄어든 4146억원을 기록했다.
차환 전략을 구사해 상환에 필요한 시간을 벌었지만 현금창출력에만 의존해 차입금을 줄이기는 어려웠다. 콘텐츠 제작 등 무형자산 투자를 포함한 자본적지출(CAPEX)을 지속 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 3분기 CJ ENM이 창출한 잉여현금흐름(FCF)은 171억원에 불과하다. 2021년과 지난해 FCF는 각각 1402억원, 1105억원이었다.
황 CFO는 연초부터 비영업자산 매각을 준비했다. 하지만 올 3분기까지 매도가능금융자산을 처분해 유입된 현금은 295억원뿐이다. CJ ENM은 지난 1분기 삼성생명 지분 전량(0.2%, 196억원)과 LG헬로비전 지분 전량(1.5%, 51억원)을 팔았다.
CJ ENM은 지난 10월 종속기업 빌리프랩 매각 절차를 마무리했다. 빌리프랩 지분 전량(51%, 1471억원)을 하이브에 넘겼다. 이마저도 재무구조 개선보다 사업 전략에 따른 의사결정이었다. 빌리프랩은 CJ ENM이 하이브와 합작해 설립한 기획사다.
황 CFO는 올해 자산매각 실적이 미진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재무구조 개선 관련 질문에 답하면서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3분기 말 CJ ENM이 보유한 매도가능금융자산은 3641억원 규모다. 넷마블 지분 22.9% 등 관계기업 장부금액은 1조196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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