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켐바이오 '2.2조' 기술수출]싼값에 항체 도입 후 L/O, 현명한 '선택과 집중' 전략⑤TROP2 항체 메디테라니아에서 약 500억에 도입 후 플랫폼 적용
정새임 기자공개 2023-12-28 12:56:32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7일 13시1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레고켐바이오가 현명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기술수출(L/O)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잘 만든 항체 물질을 외부에서 저렴하게 도입해 자사 기술을 적용한 뒤 비싸게 파는 전략이다.이번 얀센과의 딜에서 레고켐바이오 전략의 힘이 도드라졌다. 'LCB84' 원천 기술을 해외 바이오텍으로부터 도입할 당시 가격은 얀센과 맺은 총 계약 규모 2조원의 단 2.8%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남의 항체' 쓴 레고켐, 레이저티닙 딜과 다른 점
레고켐바이오가 얀센에 L/O한 TROP2-ADC 신약 물질 LCB84에는 외부서 도입한 물질도 있다. 2021년 5월 메디테라니아 테라노스틱(이하 메디테라니아)으로부터 도입한 TROP2 항체다. 해당 항체에 대한 전 세계 권리를 확보하면서 선급금과 개발 단계에 따른 마일스톤으로 4775만달러(한화 528억원)를 지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항체약물접합체(ADC)는 항체와 톡신을 링커로 결합해 만드는데 타깃과 기전에 따라 항체와 톡신 물질을 결정한다. 레고켐바이오는 이 중 항체를 외부에서 도입하는 기조를 택하고 있다. ADC 핵심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항체 전문 개발사로부터 우수한 물질을 도입해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임상단계까지 올리면서 2조원대 빅딜을 성사시키게 됐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얀센이 LCB84 권리 획득 대가로 지급하는 선급금 및 옵션행사금, 마일스톤을 메디테라니아와 나눌 필요 없이 모두 레고켐바이오 수익으로 인식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오스코텍-유한양행-얀센의 레이저티닙(제품명 렉라자) 딜과 다른 지점이다. 유한양행은 레이저티닙 물질을 오스코텍으로부터 사들인 후 초기 임상을 거쳐 얀센에 기술수출했다.
당시 유한양행과 오스코텍은 레이저티닙을 단 15억원(정액기술료 10억원+1상 승인 시 5억원)에 사들이는 대신 추후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이전 계약이 체결될 경우 관련 수입을 6(유한양행) 대 4(오스코텍) 비율로 분배하기로 했다.
유한양행의 레이저티닙이 얀센에 기술이전되면서 레이저티닙은 총 12억5500만달러의 가치로 커졌다. 유한양행은 오스코텍과 맺은 조항에 따라 글로벌 임상에 진입하면서 받은 마일스톤을 오스코텍과 비율대로 배분했다.
◇ADC 핵심 기술 2조원↑…항체 싸게 도입해 가치 극대화
이 같은 두가지 대형 딜에는 극명한 차이가 있다. 우선 오스코텍의 경우 레이저티닙은 물질 자체가 곧 자산이다. 이를 개발한 오스코텍의 공로가 크게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레고켐바이오의 'LCB84'는 TROP2 물질보다 ADC 기술에 더 방점이 찍혀있다. 도입한 항체에 약물을 위치 특이적으로 결합시키는 콘쥬게이션 기술, 혈중 안정적인 링커로 암세포에서만 톡신을 활성화하는 기술 등이 레고켐바이오의 기술력에서 나왔다.
TROP2 항체에 레고켐바이오의 ADC 기술이 결합되며 LCB84의 가치는 2조원대로 훌쩍 뛰었다. 단순 항체 물질이 아닌 완성된 ADC 기술이기 때문에 더 높은 가치가 책정된 셈이다.
만약 LCB84가 글로벌 상업화에 성공해 얀센으로부터 계약한 총액 17억2250만달러를 받게되면 레고켐바이오는 메디테라니아와 2021년 맺은 계약에 따라 상업화 단계에 따른 마일스톤 4775만달러(선급금 포함)를 지급하면 된다.
레고켐바이오가 메디테라니아에 지급하는 금액은 LCB84에 매겨진 가치 17억2250만달러의 단 2.8%에 불과하다. 즉 나머지 97.2%는 레고켐바이오의 몫이다.
레고켐바이오는 자체 ADC 플랫폼 기술을 적용하고 독자적 임상에도 진입하며 LCB84의 가치를 극대화했다.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건 외부에서 도입하는 현명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었다. 싸게 필요한 물질을 도입해 비싸게 되팔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할 수 있던 배경이다.
박세진 레고켐바이오 수석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은 더벨과의 통화에서 "메디테라니아에는 당시 계약한 만큼의 금액만 지불하게 되며 얀센과의 딜 체결로 메디테라니아에 별도로 또 지급하는 금액은 없다"며 "메디테라니아에 지급할 돈은 얀센과의 계약에서 극히 일부로 레고켐바이오 입장에서는 매우 좋은 딜이 성사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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