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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제약바이오 마켓리뷰]한계 몰린 상장사, 소규모 유증으로 경영권 변경 속출[유상증자]48곳 중 절반이 사모 증자…11곳 최대주주 변경 수반

정새임 기자공개 2024-01-02 12:58:44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9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다수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유상증자를 택했다.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사례가 속출했다.

특히 오랜 기간 상장 후 이렇다 할 매출을 내지 못한 1세대 바이오텍들이 자금난을 버티지 못하고 경영권을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간 수차례 유증으로 지분율이 크게 희석돼 창업주들은 작은 규모의 유증만으로도 최대주주 지위를 내줘야 했다. 유독 소규모 3자배정 유증이 많았던 배경이다.

◇1세대 바이오텍의 몰락…파멥신·헬릭스미스·크리스탈지노믹스 최대주주 변경

더벨플러스에 따르면 올해 48개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이 유상증자를 실시해 총 1조8376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조달 금액이 50억원 미만인 경우 집계에서 제외했다.

지난해에는 34개 제약바이오 기업이 유증으로 4조9098억원을 마련했다. 이 중 3조원 이상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제외하면 올해 유증 규모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다. 다만 지난해보다 유증을 실시한 기업이 10곳 이상 늘어났다. 조달 환경이 여의치 않은 시장 분위기 상 소규모 유증이 많았다고 볼 수 있다.

단적으로 1000억원 이상 유증을 실시한 기업이 전년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지난해 1000억원 이상 유증을 실시한 기업이 △삼성바이오로직스(3조2008억원) △HLB(2410억원) △엔지켐생명과학(1685억원) △한국비엔씨(1560억원) △이오플로우(1134억원) △카나리아바이오(1004억원) 6곳에 달한 반면 올해는 △에스디바이오센서(2278억원) △루닛(2002억원) 단 두 곳에 그쳤다.


규모가 큰 유증은 대부분 일반공모 방식으로 이뤄졌다. 다만 건수로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눈에 띄게 늘어난 모습이다. 48곳 중 23곳이 제3자배정 형태의 사모 조달에 나섰다. 이 중 11곳이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했다. 그만큼 자금 사정이 한계에 다다른 기업이 속출했다는 의미다.

특히 일부 바이오텍은 최대주주 지분이 상당수 희석된 상황이어서 100억원에 못 미치는 금액으로 경영권을 내주기도 했다. 한 해 최대주주가 여러 번 바뀌는 경우도 있었다.

1세대 바이오텍들이 대표적이다. 파멥신은 제3자배정 유증을 통해 최대주주가 타이어뱅크 외 13인으로 변경됐다. 경영권은 타이어뱅크와 김정규 회장 일가가 갖게 됐다. 김 회장 일가와 타이어뱅크가 파멥신을 얻는데 든 돈은 단 40억원에 불과했다.

파멥신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한 300억원 규모의 유증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여러 부침을 겪었다. 창업주 지분을 넘긴 상태에서 유증 납입이 되지 않아 여러 차례 배정 대상자가 바뀌었다. 결국 경영권을 헐값에 넘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1세대 바이오텍 헬릭스미스는 올해 최대주주가 두 번 변경됐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3자배정 유증을 통해 카나리아바이오엠이 최대주주 자격에 올랐다. 하지만 이에 반발한 소액주주연합의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돼 본안 소송인 신주발행무효 소송에서 카나리아바이오엠이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올초 약속한 100억원 규모 유증 대금도 헬릭스미스 주가 하락으로 1년 넘게 납입을 미루고 있다.

결국 지난 28일 카나리아바이오엠-헬릭스미스-바이오솔루션 3자 합의로 헬릭스미스의 최대주주가 바이오솔루션으로 변경됐다. 바이오솔루션은 헬릭스비스가 실시한 365억원 규모 3자배정 유증을 통해 헬릭스미스 지분 15.2%를 확보했다.

또 다른 1세대 바이오텍 크리스탈지노믹스(현 CG인바이츠)는 지난 6월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한 3자배정 유증을 실시했다. 새 최대주주가 된 뉴레이크인바이츠투자는 580억원을 투입해 1500만주의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464만7696주의 보통주 신주를 받았다.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오성첨단소재를 대상으로 44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증도 실시한 바 있다.

최대주주 변경으로 창업주인 조중명 전 대표는 경영에서 한 발 물러난 모습이다. 조 전 대표는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이사회 의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재활의료기기 업체 네오펙트는 올해 최대주주 변경과 수차례 유증으로 혼란의 시기를 겪고 있다. 올해 실시한 유증만 6차례에 달했다. 전환사채(CB) 발행을 더하면 10차례가 넘는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온 셈이다.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도 스칸디신기술조합 제278호, 프렌다신기술조합 제271호로 변경됐다. 모두 신기술사업금융사 이스트게이트인베스트가 운용한다.


◇주가 하락으로 조달목표액 하향 불가피…무상증자 병행 사례↑

일반공모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한 바이오텍은 26곳으로 총 1억4167억원을 조달했다. 이 중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유증으로 발행한 2000만주 중 1985만주를 최대주주인 바이오노트가 차지해 사실상 3자배정 형태를 띄고 있다.

공모 조달도 쉽지 않은 한 해였다. 유증 결정 후 주가 하락으로 발행가액이 하향돼 목표치보다 적은 금액이 모였기 때문이다. 유증 발표 후 크게는 30% 이상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주가가 상승해 예정발행가보다 확정발행가가 높은 경우는 딥노이드와 보로노이, 노을 세 곳 뿐이었다.

공모 조달을 추진하는 경우 주가 방어와 청약 유인책으로 무상증자를 병행하는 사례도 증가했다. 루닛, 박셀바이오, 아미코젠, 보로노이, 미코바이오메드, 노을, 클리노믹스, 큐리언트, 피플바이오, 피씨엘, 에스씨엠생명과학 등이 유상증자와 무상증자를 함께 실시했다. 지난해 5곳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많게는 1주당 신주 2주를 지급하기도 했다.

유증으로 조달한 자금은 대부분 임상 등 개발이나 운영자금으로 사용됐지만 채무상환 목적도 컸다. 다만 주가 하락으로 목표 조달 금액이 축소되면서 추가 자금조달이 불가피해졌다. 대표적으로 클리노믹스는 300억원의 채무 상환 및 운영 자금 조달을 위해 총 440억원 규모의 유증을 실시했으나 주가가 38% 빠진 탓에 조달액이 276억원에 그쳤다. 결국 운영 및 시설자금을 제외하고 조달금을 모두 채무상환에 썼다.

추가 자금조달이 필요했던 클리노믹스는 넉 달 만인 12월 또 한 번 유증을 결정했다. 제3자배정 방식으로 실시하는 150억원 규모 유증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될 예정이다.

올리패스는 지난 9월 3자배정 유증으로 50억원을 조달한 뒤 석 달 만에 추가 유증을 결정했다. 당초 65억원에서 최근 35억원으로 조달 규모가 축소됐는데 내년 초 유증 납입이 끝나면 클리노믹스와 마찬가지로 최대주주 자리를 인프라플렉스에 넘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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