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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한미약품 '통합그룹' 탄생]국내 사례 살펴보니...이종 기업집단 '공동 경영'은 전무네이버 이해진-한게임 김범수 의기투합 유사....해외 화학 및 제약 진출 사례 다수

정명섭 기자공개 2024-01-17 07:22:39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5일 16: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OCI그룹과 한미그룹의 통합은 재계에선 찾아보기 힘든 경우다. 이종산업간의 인수합병(M&A) 사례는 많지만 서로 다른 오너 일가가 그룹을 공동으로 경영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집단에선 전례가 없고 네이버-한게임 합병 등 과거 벤처업계에선 일부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82개 대기업집단 중 유일...2000년대 한배 탄 네이버-한게임과 유사

공정거래위원회의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된 82개 그룹 중 다른 오너가와 그룹을 함께 이끌거나 공동 경영을 선언한 곳은 OCI그룹(재계 38위) 외에는 없다. 재계 역사상 OCI그룹과 한미그룹의 의기투합은 그만큼 희귀한 사례다.

눈높이를 대기업집단 밑으로 낮추면 2000년 네이버와 한게임의 합병이 그나마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한게임 창업자인 김범수 CA협의체 의장은 합병을 선언하고 NHN을 출범하고 공동 경영을 시작했다. 한게임의 기업가치를 네이버의 4분의 1로 산정해 신주를 발행, 주식을 맞교환하는 방식이었다.

포털 기업인 네이버는 야후와 라이코스, 엠파스, 다음(Daum) 등 경쟁사가 난립하는 검색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우기 위한 투자비가 필요했다. 한게임은 신규 사업모델 발굴과 인재 확보 등이 급선무였다. 양측의 이해관계는 포털과 게임 기업의 결합으로 이어졌다.

합병 이후 한게임이 번 돈은 네이버의 신사업과 기술 투자에 투입됐다. 네이버는 이를 발판으로 지식인, 블로그, 카페 등 커뮤니티 서비스와 결합한 검색 서비스를 연이어 히트시키며 국내 1위 포털로 발돋움했다. 이후 네이버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순위 10위 안팎의 빅테크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두 회사의 합병은 국내 산업 역사상 성공적인 M&A 사례 중 하나로 손꼽힌다.

OCI와 한미약품 협력의 핵심이 화학·태양광 사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신약개발에 투입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란 점에서 네이버-한게임 사례와 비슷하다. 다만 이같은 경영 체제가 지속가능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이해관계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해진-김범수 동맹'도 결국 김 의장의 카카오 창업으로 막을 내렸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게임이 번 돈으로 네이버가 웹툰, 지식인 서비스 등을 만들면서 한게임 내부에서 불만이 꽤 나왔다"며 "이는 양측이 갈라지게 된 여러 가지 이유 중에 하나"고 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오너가의 가족 경영조차 승계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공동 경영이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우현 회장 언급 독일 '바이엘'도 지분구조서 차이

해외로 눈을 넓혀보면 화학회사가 제약사업에 진출하는 사례는 흔한 편이다. 화학기업이 보유한 기술과 인프라를 제약사업 원료를 생산하는 데 활용하는 등의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독일 다국적 제약사 바이엘은 1863년 독일 바르멘에서 작은 염료회사로 시작해 제약과 식품으로 발을 넓혀왔다. 대표 제품은 1897년 스페인 독감이 유행하던 시기에 내놓은 해열 진통제 아스피린이다. 2018년에는 미국 종자기업 몬산토를 630억 달러(약 71조원)에 인수해 농업으로도 사업을 확장했다. 2022년 기준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507억 유로, 41억 유로다.

프랑스 석유기업 토탈에너지스의 산하였던 사노피는 신데라보와 독일계 제약사 아벤티스를 연이어 합병하면서 글로벌 제약사로 몸집을 불렸다.

머크그룹은 이와 반대로 제약에서 화학으로 발을 넓힌 케이스다. 1668년 독일 헤센주 다름슈타트의 천사약국이 모태다. 1800년대에 가문 사람 하인리히 엠마누엘 메르크가 화학사업으로 영토를 확장해 전자 소재, 생명과학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의약품 분야에서는 항암과 난임치료, 성장호르몬, 다발성 경화증 등의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로 잘 알려졌다.

다만 이 회장이 닮고 싶다고 언급한 독일 바이엘은 그의 말대로 '되고 싶은' 기업이지 OCI-한미약품 결합 사례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회사로 볼 수 없다.

바이엘은 기관 투자자가 지분 72.2%를 보유하고 있다. 세계적인 운용사 블랙록(6.6%)과 뱅가드(5.2%),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4.8%), 노르웨이 은행 투자 운영회(4.1%), 캐피탈그룹(3.8%), 알리안츠(3.6%) 등이 주요 주주다. 창업주인 프리드리히 바이엘과 그의 가족 지분은 회사가 합병과 인수를 거치며 제로(0) 수준에 가깝게 희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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