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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라인 블록체인 대통합]국내 양대 블록체인의 통합, '아시아 No.1' 목표①장점 키우고 단점 커버하는 통합 전략, 투자자 설득이 관건

노윤주 기자공개 2024-01-19 13:11:46

[편집자주]

카카오의 '클레이튼'과 라인의 '핀시아'가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통합을 추진한다. 새 프로젝트 명칭은 '드래곤(가칭)'이다. 통합이 이뤄지면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이 하나로 합쳐지고 두 조직이 통합된다. 아시아 대표 블록체인으로 거듭나는 게 목표다. 프로젝트 드래곤은 카카오와 라인 메신저 기반으로 확보한 2.5억명의 지갑사용자, 수백개 웹3 솔루션을 확보하게 된다. 다만 거버넌스 카운슬(GC) 설득, 통합 이후 사업 교통정리 등 산적 과제도 상당하다. 클레이튼·핀시아 통합의 배경과 과정, 미래를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7일 11: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형 메신저 플랫폼을 모체로 둔 두 개의 블록체인 플랫폼이 통합 의사를 밝혔다. 카카오 산하 '클레이튼'과 라인 산하 '핀시아'다. 양측은 재단을 합병해 하나의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통합 블록체인명은 '프로젝트 드래곤(가칭)'이다.

각자 '한국 대표 블록체인'을 외치며 라이벌에 가깝던 두 재단은 통합을 통해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꾸기로 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블록체인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해외 진출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카카오톡과 유독 국내서 고전하는 라인의 고민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클레이튼은 국내 생태계를 선점했다. 2900만명의 지갑(월렛) 유저를 보유하고 있지만 저조한 코인 가격, 과거 재단의 무분별한 가상자산 투자 등으로 신뢰를 잃었다. 핀시아는 '라인링크'에서 리브랜딩 후 재단 유보물량을 없애는 등 시장 신뢰는 탄탄하지만 초반 소극적이었던 마케팅으로 유저수 확보가 더디다. 통합은 그 핸디캡을 단번에 메워줄 수 있는 방안이다.

다만 통합이 이뤄지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양측 의사결정 기구인 '거버넌스 카운슬' 투표에서 과반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 인터넷 플랫폼을 뜻하는 웹2 시장은 이미 구글과 애플이 점령했다. 플랫폼의 미래먹거리 선점이 필요한 시기다. 웹3 시장을 선점해 글로벌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이 거버넌스 카운슬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클레이튼 생태계는 국내 최대…문제는 낮은 시장 신뢰

클레이튼은 출시와 동시에 카카오톡을 앞세워 일반 사용자에게 다가갔다. 카카오 자회사인 그라운드엑스가 개발한 전자지갑 '클립'이 대표적이다. 카카오톡 앱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상자산 월렛으로 출시 초반에는 톡 친구간 코인 전송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 덕에 2900만명이라는 월렛 유저수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의사결정기구(거버넌스 카운슬)도 생태계 초반 구축을 완료했다. 현재 약 30개의 기업이 클레이튼 커버넌스 카운슬로 활동하며 블록체인 노드를 운영하고 거래내역을 검증한다. 카카오,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그라운드엑스, 메타보라 등 카카오 본사와 계열사들이 참여 중이다. 넷마블, 네오핀(네오위즈홀딩스), 위메이드 등 게임사도 소속돼 있다.

클레이튼 생태계 기축통화격인 가상자산 클레이(KLAY)의 시가총액은 9000억원이다. 글로벌 시총 순위는 80위권이다. 개당 300원대로 하락한 코인 가격 때문에 시총 순위가 크게 밀려났다. 2021년에는 13위까지 시총이 올랐는데 이 때를 기점으로 국내 시장을 대표하는 가상자산이라는 인식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잃은 것도 있다.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 가상자산 클레이로 일부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에게 투자금을 지급했다. 피투자사들이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클레이를 현금화하면서 가격이 수직하락하는 결과를 낳았다. 운영사가 일반 투자자들을 고려하지 않고 예산을 집행했다며 모럴해저드 논란이 불거져 시장 신뢰가 급감했다.


◇신뢰 구축에 힘쓴 핀시아, 생태계 확장은 느려

핀시아는 생태계를 꾸린 기간이 길지 않다. 라인이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든 것은 2018년이다. 행보는 클레이튼과 사뭇 달랐다. 외부 기업을 적극 유치해 생태계를 확장한 클레이튼과 반대로 라인은 자사 서비스 내에서만 이를 활용했다.

'라인링크'라는 이름으로 처음 코인을 선보였고 라인이 운영하는 가상자산거래소 비트박스에 최초 상장을 진행했다. 링크 기반 블록체인 서비스들은 라인 메신저 앱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이마저 일본 사용자들에게만 공개해 국내 시장에서는 큰 반응을 이끌지 못했다.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4월 재단을 설립하고 핀시아로 리브랜딩을 진행하면서 부터다. 그 전까지는 싱가포르 소재 라인테크플러스가 블록체인 사업과 가상자산 운영을 도맡았다. 국내와 미국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라인넥스트, 라인넥스트(미국)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모회사의 이미지를 지워 외부 기업과도 협업하겠다는 게 리브랜딩 취지였다. 핀시아는 초반 라인 플랫폼 내에서만 서비스가 돌아가 생태계 확장이 더디게 이뤄졌다. 월렛 유저는 560만명으로 클레이튼이 5배 더 많다. 시가총액은 2850억원 상당이다.


◇통합 후 '아시아 최대 규모' 전망, 장미빛 미래 앞세워 설득작업 시작

양사는 사업 통합 시 2억5000만명의 유저, 420개 탈중앙앱(디앱) 서비스를 아우르는 아시아 최대 블록체인 플랫폼이 탄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클레이튼은 신뢰회복, 핀시아는 생태계 확장이라는 목표를 이루고자 한다.

합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클레이튼 30개, 핀시아 15개의 거버넌스 카운슬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카카오와 계열사들은 36.76%의 클레이튼 거버넌스 카운슬 보팅파워(의결권)를 갖고 있다. 핀시아도 소프트뱅크 포함 라인 관계사들의 보팅파워가 36.18%다. 과반의 동의를 얻기 위한 설득 작업이 필요하다. 양사는 17일부터 각 거버넌스 카운슬과 미팅을 시작한다.

핀시아 측 협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 잠재가치가 고려되지 않은 합병비율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13.07%의 보팅파워를 가진 굳갱랩스는 합병비율 재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공언했다.

통합 코인의 합병은 클레이를 기준으로 이뤄진다. 1클레이당 1프로젝트드래곤토큰(PDT) 비율로 통합한다. 1핀시아는 148.08클레이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이 때 1핀시아의 가격이 28.86달러(약 3만8672원)으로 책정됐다. 프리미엄 없이 액면가 그대로 합병하는 것에 불만이 나오는 것이다. 이제 막 생태계를 꾸렸기에 향후 가치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핀시아 투자자들의 주장이다.

거버넌스 카운슬 설득을 마친 후에는 통합 방안 마련이라는 숙제가 남는다. 전통산업의 기업 합병과는 유형이 다르다. 주체가 비영리재단이기 때문이다. 클레이튼은 싱가포르에, 핀시아는 아부다비에 재단을 두고 있다. 재단법인 합병에 대한 규정은 국가마다 달라 한쪽으로 통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두 개의 재단 모두 청산 절차를 밟은 후 별도 재단을 추가 설립하는 것이 유력하다.

인력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클레이튼은 블록체인 사업 인력이 기존 크러스트유니버스에서 재단으로 모두 이동했다. 크러스트유니버스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조직 중 하나로 그라운드엑스로부터 클레이튼 사업권을 이관받은 바 있다. 현재는 클레이튼 사업권이 전부 재단으로 넘어갔고 약 70여명이 재단 소속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핀시아는 재단 설립이 채 1년이 되지 않아 전속 인력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라인넥스트 등 블록체인 개발 조직에 근무하면서 재단 일을 함께 처리하는 구조다. 이번 합병은 재단에만 해당된다. 서로 다른 재단 인력구조 비율을 어떻게 맞출지도 거버넌스 카운슬 설득 포인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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