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의 NCC]여천NCC·한화토탈, 신사업을 대하는 차이④50대 50, 합작구조 동일…프랑스 토탈 '탈탄소' 추진, 친환경 열어둔 한화토탈
김동현 기자공개 2024-01-26 07:28:33
[편집자주]
석유화학 산업은 생활용품부터 전기전자, 자동차, 건설까지 전 산업의 기초소재를 생산하며 '산업의 쌀'로 불렸다. 이중 석유화학 산업의 기초유분인 에틸렌,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나프타분해설비(NCC)는 그야말로 산업의 '뿌리'라 할 수 있다. 산업 고도 성장기에 든든한 기초소재 공급처가 됐던 NCC이지만 반복되는 업황 변동성에 이제는 매각 대상 1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더벨이 국내 NCC 업계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2024년 행보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3일 15시4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그룹에 속한 나프타분해설비(NCC) 보유 업체는 여천NCC와 한화토탈에너지스 등 두곳이다. 두 곳 모두 한화그룹 계열사가 지분 50%만 확보해 합작 파트너사와 공동으로 기업을 꾸려가는 형태다. 사업 구조는 동일하지만 석유화학 불황기에 맞서 미래를 준비하는 태도는 사뭇 다르다.석유화학 산업의 가장 밑단에 있는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 생산을 위해 출발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지만 여천NCC는 합작에 참여한 한화그룹과 DL그룹 계열사에 기초유분을 공급하는 역할이 커 신사업 진출 유인이 크지 않다. 반면 프랑스 기업인 토탈에너지스와 손을 잡고 출범한 한화토탈에너지스의 경우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 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두번의 빅딜로 완성한 NCC 사업
한화그룹 계열 편입 순서로 치면 여천NCC의 출발이 한발 앞섰다. 외환위기(IMF) 여파로 석유화학 업계가 통폐합과 대형화에 열중하던 1999년, 여수석유화학 단지에서 NCC를 운영하던 한화석유화학(현 한화솔루션)과 대림산업(현 DL케미칼)이 양사 시설을 통합·운영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탄생한 여천NCC는 130만톤 규모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갖추며 단숨에 업계 최상위권 수준의 NCC 업체로 올라섰다. 다만 대림산업의 생산규모(82만톤)가 한화석유화학(48만톤)의 2배가량 많았던 탓에 출범 이후 인력구성이나 인사권 등을 두고 내외부에서 잡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실제 출범 당시 맺었던 계약기간 25년이 끝나가던 시점에서 분할을 놓고 내부에서 논의가 이뤄졌다. 본래 계약 만료 시점은 올해 말이었는데 양사 경영진은 최종적으로 합작법인을 유지하기로 하며 여천NCC는 기존의 사업을 계속해서 이어갈 계획이다.
여천NCC를 기반으로 기초유분을 공급받던 한화그룹은 2015년 다시 한번 합작사를 통해 생산 규모를 끌어올렸다. 대상은 석유화학 업체 대형화가 한창이던 2003년에 출범한 삼성토탈이다. 이 회사는 본래 삼성종합화학과 프랑스 석유화학 기업 토탈이 50%씩 출자해 설립한 곳으로, 에틸렌을 비롯해 스티렌모노머(SM), 폴리프로필렌(PP) 등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했다.
대산석유화학 단지를 거점 삼아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오던 삼성토탈은 2015년 한화그룹과 삼성그룹 간의 '빅딜'을 통해 한화그룹에 편입됐다. 당시 한화그룹은 삼성의 방산(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 석유화학(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 업체를 총 2조원에 인수했다. 합작 주체가 삼성에서 한화로 바뀌었을 뿐 토탈은 그대로 합작 지분을 유지해 지금의 한화토탈이 됐다.
◇여전히 주력은 NCC…친환경 솔루션 추가한 한화토탈
여천NCC와 한화토탈에너지스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합하면 한화그룹은 업계 1위인 LG화학(330만톤)을 뛰어넘는다.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두 회사의 생산능력은 각각 229만톤과 153만톤으로 합산 생산능력은 400만톤에 육박한다.
이러한 높은 생산능력은 지금 같이 석유화학 업황 둔화와 중국의 자급화율 상승기에는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실제 여천NCC는 지난 2022년 영업손실 3867억원을 기록했는데 이 회사가 적자를 낸 것은 2008년(-2700억원) 이후 14년만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도 누적 1679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한화토탈에너지스의 경우 아직 적자전환을 하지 않아 비교적 상황이 낫긴 하지만 수익성이 처음으로 1000억원(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이는 비단 NCC 보유 업체의 문제뿐 아니라 석유화학 산업 전반이 직면한 문제로 업계는 고부가·친환경 신소재 분야로 사업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여천NCC와 한화토탈에너지스는 안정적인 에틸렌 공급이라는 특수한 목표를 두고 설립된 합작사 형태인 탓에 현실적으로 사업 전환 시도가 어렵다.
여천NCC의 매출에서 지배기업(한화솔루션·DL케미칼)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이며 한화토탈에너지스 역시 한화그룹 및 토탈에너지스 산하 계열사와의 거래가 활발한 편이다. 한화그룹 입장에서도 한화솔루션을 중심으로 에너지 신사업 기반을 마련한 상태에서 굳이 이들 합작 계열사에 힘을 보탤 유인이 떨어진다.
다만 해외 에너지 기업인 토탈에너지스와의 합작사인 한화토탈에너지스는 친환경 분야에 사업화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2021년 토탈에서 현재 토탈에너지스로 사명을 변경한 이 회사는 2050년 탄소중립 에너지 회사를 목표로 태양광, 수소 등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 중인데 한화토탈에너지스 역시 이 영향을 받아 폐플라스틱 재활용 및 탄소 활용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R&D)에 뛰어들었다.
신규 사업 계획에 '환경 사업 및 기술 개발과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이라는 문구를 추가하는 한편 연구소 산하 선행기술연구담당 조직 아래에 친환경솔루션연구팀을 설치했다. 사업을 구체화한 것은 아니지만 2020년까지 기존 기초원료·합성수지 사업 증설에 집중하던 데에서 한발짝 진일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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