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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동맹의 재편]'아시아뿐' 외로운 디얼라이언스, HMM 앞의 선택지들①떠나느냐, 남느냐…재료는 오션 얼라이언스 균열·독자노선 MSC와 ZIM

허인혜 기자공개 2024-01-31 10:54:14

[편집자주]

바닷길에 빗금은 없지만 주인은 있다. 소유자가 다른 물길이 붙어있다보니 규율은 빡빡하고 이권다툼도 적잖다. 하지만 서로의 길을 침범하지 않고 해운업을 하기는 불가능한 일, 국제 해운동맹이 중요한 이유다. 한동안 3강 체제를 구축했던 국제 해운동맹은 새로운 동맹의 등장으로 격랑에 빠졌다. 국내 해운업계는 HMM 매각전에 더해 글로벌 해운동맹 변화에도 영향을 받게 됐다. 더벨이 해운동맹의 재편 현황을 짚어보고 국내 해운·물류 시장에 미칠 영향을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9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HMM은 무한경쟁에서 잠시 벗어나 있었다. 최대 경쟁자인 한진해운이 파산했고 HMM은 글로벌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에 가입했다. 이전에도 2M(머스크·MSC)과의 협력으로 비호를 받았다. 팬데믹 기간은 그야말로 전성기였다. 쌓인 현금이 너무 많아 매각 부작용이 우려됐을 정도다.

지금 HMM이 악재를 만났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전과 같은 평화의 시대는 아니다. 수년을 이어온 매각 작업이 본격화됐고 운임지수는 요동치고 있다. 하필 HMM이 속한 동맹에도 변화가 예고됐다. 유일한 유럽 선사를 떠나보내야 하는 디얼라이언스는 아시아권 선사들의 모임으로 축소된다. HMM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네트워크·선복량·유럽선사' 알토란 잃는 디얼라이언스

직면한 변화는 하팍로이드의 디얼라이언스 탈퇴다. 독일 하팍로이드는 세계 2위 해운사인 머스크와 '제미니 협력(Gemini Cooperation)'을 결성하기로 했다. 내년 1월까지는 디얼라이언스 소속이지만 2월부터는 새 동맹으로 떠난다.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에게 하팍로이드는 특별한 존재다. 애초에 디얼라이언스 결성을 주도했던 곳이 하팍로이드다. 첫 회원사는 여섯 곳으로 시작했는데 이중 하팍로이드의 유럽 항로가 가장 컸다.

디얼라이언스의 구성은 다소 바뀌었지만 처음부터 지금까지 하팍로이드만이 유일한 유럽 국적의 선사다. 현재 하팍로이드를 제외하면 일본의 ONE, 대만의 양밍, 우리나라의 HMM이 잔류한다. 아시아 선사만 남는다는 이야기다.
하팍로이드의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 Afif. 사진=하팍로이드

해운사들이 동맹을 맺는 이유를 돌아보면 하팍로이드 탈퇴는 디얼라이언스에게는 치명적이다. 해운동맹 선사들은 선박과 항만을 공유한다. 디얼라이언스는 그중에서도 아시아~유럽, 아시아~미주 등 동서항로에 초점을 맞춰왔다.

선복량도 크게 줄어든다. 하팍로이드의 선복량은 190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이다. 통상 동서항로를 정기서비스하려면 400만TEU가 확보돼야 하고 대서양항로와 아프리카항로 등을 위해서는 600만TEU 규모가 필요하다. 하팍로이드 탈퇴 후 디얼라이언스의 점유율은 18.4%에서 11.4%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사실 디얼라이언스에서 다른 회사, 예를 들면 일본이나 대만, 우리가 빠졌다면 동맹의 차원에서는 큰 타격이 아니었다"고 봤다. 이어 "이론적으로는 동맹이 줄어도 미주나 유럽, 지중해 등 노선은 모두 다 쓸 수 있다"며 "하지만 다양한 네트워크가 되지 않는다. 항로를 다섯 곳 쓸 곳을 한두 곳으로 줄여야하고 서비스 네트워크도 축소된다"고 설명했다.

◇오션 얼라이언스의 균열? HMM에게는 기회

하팍로이드 탈퇴까지 1년의 유예기간이 있다는 건 그나마 위안이다. 디얼라이언스의 동맹 기한은 2030년까지였지만 1년 전 고지 후 탈퇴가 가능한 조항이 있다.

HMM의 선택은 크게보면 두 가지다. 남느냐, 떠나느냐. 세부 선택지는 더 많다. 남는 선사들만 똘똘 뭉칠지, 외부 선사를 영입할지를 선택해야 한다. 떠난다면 동맹 없는 홀로서기를 선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HMM 대비 선복량이 5배가 넘는 머스크도 늘 동맹을 구성해 왔다. 컨테이너 선복량 글로벌 1위 선사인 MSC가 독자 노선을 택했지만 동맹 가능성도 열려 있다. 결국 누구를 데려오느냐, 혹은 어디로 가느냐가 난제다.

이런 상황에서 오션 얼라이언스에 감지된 균열은 HMM에게 기회일 수 있다. 오션 얼라이언스는 중국의 코스코와 프랑스의 CMA-CGM, 대만의 에버그린이 결성한 동맹이다.
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 사진=HMM

중국과 대만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동맹이 와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때 이탈한 선사를 대신해 HMM이 오션 얼라이언스에 들어가기나 이탈한 선사를 디얼라이언스로 흡수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싱가포르의 조선·해운 전문매체 스플래시247는 영국 해사 전문 컨설팅 기관 드류리(Drewry) 연구원의 분석을 인용해 에버그린의 디얼라이언스 이적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오션 얼라이언스 내부에 균열이 있다는 이야기가 돈다"며 "현재는 과점 이슈 등으로 오션 얼라이언스 편입을 시도하기 어렵지만 선사 중 한 곳이 나오게 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고 봤다. HMM을 포함해 어떤 곳이든 디얼라이언스를 추가로 떠나면 동맹은 사실상 해체다.

MSC와의 결합 가능성도 있다. 머스크도 2M의 해체 후 독자 노선이 예상됐지만 하팍로이드와 맞손을 잡았다. 글로벌 10위권 선사 중 동맹을 맺지 않은 곳은 MSC와 이스라엘 짐(ZIM) 두 곳이다. 과거 2M이 HMM에 이어 짐과 전략적 동맹을 맺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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