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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동맹의 재편]동맹의 조건과 HMM의 현실은 얼마나 부합할까②까다로운 글로벌 선사들, HMM 거절했던 이유 '자금력·신뢰도' 다시 도마에

허인혜 기자공개 2024-02-01 07:36:43

[편집자주]

바닷길에 빗금은 없지만 주인은 있다. 소유자가 다른 물길이 붙어있다보니 규율은 빡빡하고 이권다툼도 적잖다. 하지만 서로의 길을 침범하지 않고 해운업을 하기는 불가능한 일, 국제 해운동맹이 중요한 이유다. 한동안 3강 체제를 구축했던 국제 해운동맹은 새로운 동맹의 등장으로 격랑에 빠졌다. 국내 해운업계는 HMM 매각전에 더해 글로벌 해운동맹 변화에도 영향을 받게 됐다. 더벨이 해운동맹의 재편 현황을 짚어보고 국내 해운·물류 시장에 미칠 영향을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9일 16: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해운동맹 가입은 해운사에게 필수적이다. 해운동맹은 한번 맺으면 장기적인 보호막이 된다. 그만큼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규모를 키워 효율성과 경쟁력을 도모하는 것이기 때문에 각각의 동맹이 너무 많아서도 안 된다.

HMM의 기준은 조금 더 까다롭다. 세계 8위 규모인 HMM은 적어도 그와 비견하는 해운사들과 손을 잡아야 이득이 있다. 가입 허들이 높은 건 당연한 결과다.

몸담은 해운동맹에 균열이 생긴 HMM은 새 해운동맹 가입이라는 어려운 옵션을 고려해야 한다. 문제는 그렇지 않아도 해운동맹 가입 심사가 까다로운 와중 HMM이 매각이라는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해운동맹 가입의 조건과 HMM의 현실이 부합하는 지도 따져봐야할 요소다.

◇디얼라이언스·2M의 교훈

HMM이 새로운 해운동맹에 가입한다는 시나리오를 쓰려면 우선 가입의 조건을 알아야 한다. 디얼라이언스는 HMM의 세 번째 해운동맹이다. 앞서 뉴월드와 G6 얼라이언스에 가입한 바 있다. 해운업계 톱2인 MSC, 머스크와 손을 잡은 2M 연합도 있었다.

실패 사례에서 배울 게 더 많다. 해운동맹은 기간이 한정된 협약으로 주기적인 해운동맹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HMM은 현대상선 시절인 2016년 디얼라이언스 초기 회원에 들지 못했다. 독일 하팍로이드부터 한진해운까지 여섯 곳이 회원사로 참여했는데 HMM의 자리는 없었다.
의 컨테이너선. 사진=HMM

이때 HMM은 경쟁력 강화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해운동맹에 가입해야만 했다. 현대상선 채권단이 경영정상화의 키였던 출자전환의 조건 중 하나로 해운동맹 가입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얼라이언스 소속사 전체의 동의를 얻지 못하며 포기했다.

글로벌 동맹에 가입한 선사들은 신규 회원사를 받을 때 신뢰도와 자본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회원사들에게는 흔들리는 HMM이 못미더웠다는 이야기다. HMM은 2M과 공동운항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겨우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는다. 정식 가입은 못했다. 디얼라이언스는 2019년에야 HMM을 받아줬는데 전제한 것은 HMM의 경영정상화였다.

자본력이 우선 조건이라면 이번에도 유리한 위치는 아니다. 인수자로 나선 하림은 인수가로 약 6조4000억원을 제시했다. 하림의 현금성 자산은 1조6000억원 수준이다. 하림은 3조원 규모로 예상한 팬오션 유상증자와 2조원 가량의 인수금융, 6000억원 수준의 JKL파트너스 펀딩에 기댈 것으로 보인다. 유상증자만 따져보더라도 3조원을 마련하려면 팬오션 시가총액인 1조9000억원의 1.5배 이상의 신주를 발행해야 한다.

◇한진해운은 믿고 HMM은 못 믿은 이유

HMM이 디얼라이언스 가입에 고전하던 시기 한진해운은 초대 멤버로 이름을 올린다. 초기 디얼라이언스가 결성된 2016년 6월은 이미 한진해운이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하고 조양호 선대회장이 경영권 포기 각서까지 썼을 때다. 디얼라이언스가 HMM의 자구력에 의문을 품고 협력을 망설였다면 한진해운이라고 더 나을 게 없었다.

하지만 한진해운은 멤버가 됐고 HMM은 그렇지 못했다. 한진해운의 경우 자본력은 충족하지 못했지만 항공과 해운 중심의 '물류 가문'으로 쌓은 오랜 신뢰도의 덕을 봤다.
한진해운이 보유했던 1만TEU 급 컨테이너선 한진 코리아호. 사진=한진해운

세계 20대 컨테이너 해운사들은 정기적으로 '박스 클럽'이라는 콘퍼런스를 연다. 조양호 선대회장이 2014년 이 회의에 데뷔한 뒤 꾸준히 참석했다. 결정적인 장면은 2016년 3월이다. 조 선대회장이 이 회의에서 하팍로이드 등의 선사 오너들을 만나 한진해운의 디얼라이언스 가입을 강력하게 요청했다는 전언이다.

오랜 소통이 신뢰도의 척도 중 하나라면 HMM은 조금 더 불리해질 가능성이 높다. 하림에 매각됐을 때다. 배가 워낙 오래된 운송수단이다보니 해운사들은 1800~1900년대 출항한 곳이 많다.

반면 하림은 팬오션 인수로 2015년 해운업에 진입해 올해로 9년차가 됐다. 범양상선으로 치면 1960년대부터지만 주인이 여러 번 바뀐 만큼 해운사들과의 친분을 따지자면 그 업력을 모두 인정하기는 어렵고, 벌크선 중심인 팬오션과 컨테이너선 중심 선사들은 가까운 관계도 아니다.

팬오션과 같은 그룹으로 묶이며 기업이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하림은 팬오션과 HMM의 합병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못 박았지만 중요한 건 하림의 입장보다 기존 해운동맹 가입사들의 판단이다. 기존 가입사들이 하림의 입장표명 만으로 변화가 없으리라는 확신을 가질 지는 미지수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업계에서는 하림이 생소하다보니 글로벌 선사 등이 HMM의 매각전을 두고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며 "차후 해운동맹 가입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그래도 세계 8위…유리한 조건들은

다만 HMM은 글로벌 10위권 선사다. 불리한 조건들만 있을 리는 없다. 글로벌 해운동맹을 맺는 이유는 네트워크와 선복량 확대다. 8위 해운사는 탐낼 만한 동료다. 프랑스 해운 분석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HMM의 현재 선복량은 78만3732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다.
이달 HD현대중공업 울산본사에서 개최된 'HMM 가닛호' 명명식 행사. 사진=HMM

최근 선복량을 더 늘리고 있다. 이달 HMM 가닛호가 스타트를 끊었다. 디얼라이언스 회원사들과 공동운항하는 미국 동안 항로 EC1(East Coast1)에 투입될 예정이다. HMM은 2021년 6월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과 각각 6척씩 12척의 1만3000TEU급 선박 계약을 맺었다. 12척이 모두 인도되면 선복량은 100만TEU가 된다. 7위사 에버그린의 선복량이 164만5185TEU다. 9위 양밍과는 30만TEU 만큼 차이를 벌린다.

초대형 선박 비중도 해운동맹 가입의 조건 중 하나다. 인도 후 HMM은 1만TEU급 이상의 초대형 선박이 전체 선복량의 80%를 차지하게 된다. HMM이 재도전 끝에 디얼라이언스에 합류한 배경도 2만4000TEU급 선박 12척을 포함해 20척의 선박을 추가로 확보했기 때문이다. 디얼라이언스는 2M과 오션 얼라이언스 대비 2만TEU급 이상 선박이 부족했는데 HMM의 합류로 충족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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