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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동맹의 재편]합병 후 살아남은 해외 항공사들, 생존 비결은④생존한 항공사들이 재편한 글로벌 항공지도…중복노선 많은 대한항공-아시아나 해법은

허인혜 기자공개 2024-02-21 13:47:14

[편집자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단순히 국내 항공사간의 만남이 아니다. 세계 7위로 올라서는 만큼 항로도, 항로를 결정하는 항공동맹도 바뀐다. 해외 경쟁당국이 결론을 숙고하는 이유다. 국내 항공업계에도 전례없는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두 대형 항공사(FSC)가 합병하면 거대한 항공동맹이나 마찬가지다.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역시 두 항공사의 자회사가 합병한 대형 LCC와 강소 LCC들로 재편된다. 더벨이 두 항공사의 합병에 따른 국내외 항공동맹의 변화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19일 16: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적기 중 톱티어 반열에 올라있던 한 항공사는 급격히 나빠진 건전성 등으로 파산신청을 하는 한편 생존의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결국 또 다른 국적사와의 합병을 결정한다. 두 항공사의 만남은 글로벌 항공사의 순위를 뒤바꾸는 '빅딜'이었다.

두 회사에게는 최선의 탈출구였지만 시장과 경쟁당국은 걱정이 많았다. 거대 항공사 두 곳이 만났을 때의 점유율 확대와 그에 따른 경쟁 저하 등을 우려해서다. 조종사 등 임직원들의 의견차이도 있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과정을 떠올리게 하는 이 예는 2000년대 미국의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 합병 사례다.

국내에서 대형 항공사간 합병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첫 번째이자 당분간은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보지 않은 길을 전망하려면 다른 이들의 선택과 족적을 따라가볼 필요가 있다. 항공사간 합병은 넓은 의미에서 항공동맹이고, 항공사간 합병으로 실제 항공동맹과 전략도 변화해 왔다.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 외에도 몇 번의 항공업계 빅딜이 이뤄졌다. 한솥밥을 먹게 된 항공사들은 위기를 넘기고 잘 성장했을까.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과 닮은 미·EU 선례들

해외 항공업계는 1980년대부터 활발히 합종연횡해 왔다. 시기적으로는 1980년대~1990년 사이 대형 항공사의 소형 항공사 인수가 잦았다. 1978년 미국이 항공자율화 정책을 확립하면서 항공사가 난립했기 때문이다. 신규 항공사만 100여곳에 달했다.

수요는 한정적인데 공급이 넘치니 다시 공급자를 줄이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이후 '빅딜'들은 2000년대 이후 이뤄졌다. 2000년대 이후 고유가가 지속됐고 9.11 테러와 세계적 전염병이 겹치며 항공사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었다.

해외 항공사간 인수합병은 지역별로 보면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유럽과 미국이다. 국적이 다른 항공사끼리의 만남도 있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처럼 같은 국적의 항공사가 합병하기도 했다. 다만 국적이 다르더라도 아주 먼 지역끼리 합병하기보다 유럽 내에서의 합병이 주를 이뤘다.

대표적인 예가 에어프랑스와 네덜란드항공사 KLM, 알이탈리아의 합병 등 여섯 가지다. 독일 루프트한자가 스위스항공, 오스트리아 항공 등 여러 항공사의 인수 의사를 타진하는 한편 실제로 사들인 바 있다. IAG그룹에는 영국항공과 이베리아항공, 에어유로파 등이 속해있다. 미국 내 항공사끼리의 합병은 델타항공-노스웨스트, 아메리칸-US에어웨이스, 유나이티드-콘티넨털 등이다. 항공사들은 다르지만 항공업계 침체가 합병의 공통된 원인이었다.

현재 미국은 빅3 세 곳이 경쟁 중이다. 델타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 아메리칸항공 등이다. 이 말은 곧 세 곳의 항공사가 합병 후 살아남았고 경쟁력도 일정부분 회복했다는 의미다. 유럽 항공 시장도 세 곳의 그룹으로 재편돼 있다.


◇어떻게 살아남았나…불필요한 경쟁 줄이고 노선 효율화

합병을 결정한 항공사들도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사례와 마찬가지로 안팎의 우려가 많았다. 대표적인 우려는 국내 대형 항공사(FSC) 합병에 따른 걱정과 같았다. 경쟁 저하다. 하지만 에어프랑스-KLM, 델타항공-노스웨스트, 루프트한자-스위스항공 등 대형 항공사간 합병은 모두 승인을 받았다. 합병 후 규모 면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보다 컸지만 조건부 승인 등의 방법으로 승낙을 받아 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역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승인까지 받아냈고 단 한 곳 미국만 앞두고 있는 만큼 더 이상 합병 승인 전략 자체를 돌아보고 뜯어고치기보다 잘 조율하는 방향만 남아있다. 이제부터 중요한 건 선례 항공사들이 합병 후 어떻게 살아남았느냐다.

에어프랑스와 KLM 등 대형 항공사간 합병 후 가장 먼저 택한 건 노선 효율화다. 두 항공사가 합병하면서 경쟁이 저하된다는 건 그만큼 경쟁을 위해 분산했던 힘을 다른 쪽에 배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수요가 적지만 경쟁을 위해 운영했던 노선은 줄이고 필요한 곳은 늘릴 수 있다. 에어프랑스와 KLM은 합병 첫해 수익률을 50% 이상 높였고 유럽 항공시장 점유율 26%를 기록하기도 했다. 유럽 내에서 1위다.

노스웨스트항공과 합병해 살아남은 델타항공은 항공사 합병 시너지의 대표적인 사례다. 델타항공은 팬데믹 이전인 2019년 한 해 동안 분기당 15조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2000년대 두 항공사의 합병 시너지를 전망하며 델테항공이 대서양 노선에, 노스웨스트항공은 아시아 노선에 강하다고 봤다. 유나이티드항공과 콘티넨털 항공도 각각 태평양 노선과 대서양 노선 등 주력 노선이 달랐다.

◇중복노선 80% 대한항공-아시아나, 장거리 노선 효율화 노린다

결국 합병의 시너지를 제대로 누리려면 합병 항공사간의 포트폴리오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다만 앞선 항공사들의 사례와는 차이가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미주, 유럽 등 국제선 노선에서 선호 국가와 선호 시간을 중심으로 항공기를 띄워왔다. 중복 노선이 80%다.

두 항공사는 포트폴리오 다양화에 따른 시너지보다는 중복 노선 효율화와 연결 노선 강화 등을 노려야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도 이 부분에서 시너지를 내면 조 단위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봤다. 시간표를 늘리고 노선도 대한항공 단일체제에 비해 늘어 외국인 환승고객 확대도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규모의 경제도 시너지로 노리고 있다. 여객 수송과 기단, 규모 등 기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한항공의 글로벌 순위가 10~20위권, 아시아나항공이 20위~30위권인데 합병 항공사는 10위 이내로 올라선다. 항공기 등 인프라와 인프라 유지비용, 인력 등이 중요한 항공업의 특성상 두 항공사를 합해 운영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국내 항공업계 경쟁력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일본과 아시아 허브공항을 두고 경쟁 중인 인천공항의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 각국의 항공 사정을 보더라도 미국과 중국, 일본 등을 제외하면 대형 항공사가 2곳 이상으로 나뉜 국가가 드물다.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등 중복노선 일부를 이관받는 저비용 항공사(LCC)도 수혜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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