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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상속과 대타협 thebell desk

원충희 THE CFO부 차장공개 2024-02-29 08:17:20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1일 07:4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어느 가족이나 상속이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최근 마무리한 '상속 & 거버넌스' 시리즈를 보고 한 대기업 임원이 전한 말이다. 해당 기업은 얼마 전 상속 문제를 비교적 수월하게 넘겼으나 막대한 세금 때문에 총수일가가 주식을 팔면서 가끔씩 화두에 오르고 있다. 앞서 10년 전쯤 큰 회장님들 간의 해묵은 상속 분쟁으로 그룹 사이가 애매해진 곳이기도 하다. 비록 당사자들이 모두 별세한 지금은 오너 세대들이 서로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물려받는 지분 가액이 큰 대기업 그룹일수록 상속은 더 어려워지는 문제다. 소위 '회장님의 유언장'이 없을 경우 유가족끼리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자기 몫을 주장하다 싸우기도 한다. 반대로 롯데나 옛 한진그룹처럼 유언장이 있어도 신뢰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불화가 생긴 사례가 있다. 유언장이 상속 분쟁 예방수단으로서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뜻이다.

유가족끼리 잘 합의해도 가장 큰 관문이 남는다. 60%대 상속세율을 그대로 감내할 경우 주식 매각으로 지분율이 낮아지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각종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법적 시비가 불거지고 '꼼수 논란' 등 세간의 따가운 눈총도 받는다.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 간 이종기업 통합의 기저에는 한미약품 총수가문의 상속세 문제가 있었다.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모색했고 그 과정에서 또 다른 가족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이슈가 생길 때마다 지배구조가 흔들리고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며 기업 경영에 누를 끼친다.

국내 창업자 가문은 한 세대를 거칠 때마다 상속·증여세 이슈로 지분이 대폭 희석된다. 4세대 이상 지나가면 더 이상 오너십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한다. IT 대기업은 그 속도가 더 빨라졌다. 네이버 등은 창업세대 이후로는 오너십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렇게 소유분산 기업(총수 없는 기업)이 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아니다. 포스코, KT 사례에서 보듯 국내 소유분산 기업들은 국민연금을 내세운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외국계 자본의 적대적 M&A 등에도 취약하다.

재벌가 상속 이슈에 따라 붙는 부의 대물림과 빈부격차 심화, 금수저·은수저 논란, 국민의 상대적 박탈감 등의 반대편에는 경영안정성 훼손과 해외자본의 국내 잠식 등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어느 쪽이든 우리 사회에 좋은 일은 아니다.

국내 재벌가의 벤치마킹 대상 중 하나인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은 공익재단을 통한 상속으로 유명하다. 사실 이는 스웨덴 노사정 대타협의 산물이다. 재단을 통한 상속을 인정하고 세금감면과 차등의결권 등을 오너가에게 준 대신 근로자이사 선임과 고용안정, 재단이 받는 배당수익의 80%를 사회 환원하는 조건이 붙었다.

우리도 이 같은 논의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 창업주 가문에 당근을 주되 의무도 부가하는 식의 대타협 필요성을 두고 찬반이 격할 순 있다. 다만 어쨌든 이대론 안된다, 뭔가 바꿔야 한다는 점에서 문제의식의 출발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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