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집단 톺아보기]화승엔터프라이즈 실적변동성 좌우하는 '아디다스'③신발납품 핵심 매출처…지난해 '보수적 발주기조' 여파 수익성 저하, 영업현금 급감
박동우 기자공개 2024-03-04 07:28:47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1일 14:4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발 제조사 화승엔터프라이즈의 실적 변동성을 좌우하는 핵심요소는 스포츠 패션 기업 '아디다스(Adidas)'다. 아디다스 브랜드가 붙은 제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핵심 협력사로 입지를 굳혔기 때문이다. 안정적 거래선을 구축한 덕분에 매출이 6년새 3배 가깝게 늘었다.하지만 아디다스의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 화승엔터프라이즈 역시 덩달아 어려움에 처하는 취약점도 안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 부진 여파로 아디다스가 재고 축소에 나서면서 보수적인 발주 기조를 채택했다. 자연스레 화승엔터프라이즈의 수익성 저하, 영업활동현금흐름 감소로 이어졌다.
◇해외 제조법인 관리, 베트남·중국 생산기지
2015년에 출범한 화승엔터프라이즈는 신발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사업을 수행하는 기업이다. 해외법인 '화승비나'의 자금 조달을 염두에 두고 설립됐다. 화승비나는 2002년 베트남 동나이성에 연간 1200만족의 신발을 양산하는 시설을 조성했다. 동남아 공장은 핵심 고객사인 아디다스 브랜드 운동화를 납품하는 거점으로 부상했다.
아디다스는 2010년대 들어 화승그룹에 베트남 캐파(생산능력) 확장을 꾸준히 요청했다. 하지만 화승비나의 모기업이던 화승인더스트리는 300% 웃도는 부채비율과 1000억원에 못 미치는 유동성을 감안하면 자체적인 자금조달 여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대신 신규법인을 상장시켜 확보하는 자금으로 동남아 공장을 증설하는 로드맵을 수립했다.
화승인더스트리는 화승엔터프라이즈를 세운 뒤 화승비나 지분 일체를 화승엔터프라이즈에 현물출자했다. 화승엔터프라이즈는 2016년 10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입성했다. 당시 공모자금 934억원 가운데 92.9%(868억원)가 화승비나로 유입됐다.
화승엔터프라이즈는 글로벌 시장에 포진한 신발 생산 계열사들의 경영을 관리하는 역할에 주안점을 맞췄다. 베트남 법인 화승비나 외에 중국 장천제화유한공사, 화승인도네시아 등의 100% 자회사도 거느렸다. 지난해 말 기준 종속기업은 국내 3개사, 해외 21개사 등 24곳으로 집계됐다.
출자한 기업 가운데 화승크라운과 대영섬유는 인수·합병(M&A) 전략과 사업 다각화 기조가 투영된 산물이다. 화승엔터프라이즈가 누적 389억원을 집행해 70%의 지분을 보유한 화승크라운은 2019년 5월에 베트남 모자 제조사 유니팍스를 인수했다. 대영섬유는 2022년에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공장을 확보했다.
◇아디다스, 신규 주문 대신 '재고 감축' 주력
수익원 다변화 노력에도 여전히 '아디다스'가 지니는 존재감은 상당하다. 아디다스그룹에서 화승엔터프라이즈가 공급한 제품이 전체 벤더 납품량 대비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2016년 13% △2018년 15% △2022년 21% 등으로 오른 대목이 방증한다.
화승엔터프라이즈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바이어인 아디다스로부터 협력업체 중 납품속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받았다"고 강조해 왔다. 아디다스 측과 안정적인 거래선을 구축한 대목은 외형 성장의 촉매가 됐다. 2016년 말 6402억원을 기록한 연간 매출이 2022년 말 1조6540억원으로 6년새 2.6배 불어난 배경이다.
하지만 아디다스의 경영 여건이 나빠지면 화승엔터프라이즈에 악재로 작용한다. 이달 1일 아디다스가 발표한 2023년 실적 잠정치를 살피면 순매출은 214억2700만유로(30조9142억원)다. 2022년 225억1100만유로와 견줘 4.8%(10억8400만유로) 줄었다. 영업이익 역시 전년대비 60% 감소한 2억6800만유로(3866억원)에 그쳤다.
인플레이션 현상이 계속 이어지고 세계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소비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다. 아디다스 역시 생산 주문을 늘리기보다는 쌓인 제품 물량을 해소하는데 주력했다. 아디다스가 보유한 재고는 2022년 9월 말 63억6000만달러(8조4817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줄었고 지난해 3분기 말에는 52억7800만달러(7조387억원)를 기록했다.
아디다스가 보수적인 발주 기조를 채택하면서 화승엔터프라이즈 수익성이 둔화됐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률은 0.6%로 2022년 1~9월 3.8%보다 3.2%포인트 하락했다. 판매관리비가 전년 동기대비 1%(11억원) 늘어난 1074억원을 시현하는 등 비용을 제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순이익률 역시 마이너스(-) 2.2%로 나타났다.
현금창출력도 빠르게 약화됐다. 작년 1~9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585억원으로 2022년 3분기 누적 1028억원과 비교해 443억원(43.1%) 적다. 영업활동현금흐름 역시 433억원에서 100억원으로 333억원(76.9%) 줄었다. 2022년 연간 순유입분 968억원과 견줘보면 868억원(89.7%) 감소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재무개선' AJ네트웍스, 조달비용 '확' 낮췄다
- '9년만에 엑시트' 한앤코, 한온시스템 거래구조 살펴보니
-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온시스템 인수한다
- [수술대 오른 커넥트웨이브]2대주주 지분매입 나선 MBK, 주식교환 카드 꺼냈다
- [이사회 모니터]이재용 에이비프로바이오 대표, 바이오·반도체 신사업 '드라이브'
- 와이투솔루션, 주인 바뀌어도 '신약' 중심엔 美 합작사 '룩사'
- 아이티센,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본격 출범
- 아이에스시, AI·데이터센터 수주 증가에 '날개'
- [이사회 모니터]서정학 IBK증권 대표, ESG위원회도 참여 '영향력 확대'
- SW클라우드 '10주년' 폴라리스오피스, “초격차 밸류업”
박동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Board Index/카카오]지표에 7대 항목 나열…정신아 대표 전문역량은
- [Board Index/카카오]사외이사 교육, 시행횟수·내용 돋보이는 '카뱅'
- [Board Index/카카오]소위원회 개최빈도 살펴보니…'카뱅' 압도적
- [비상장사 재무분석]'IFRS 도입 3년' 야나두, 재무구조 개선 관건 'RCPS'
- [Board Index/카카오]뱅크와 페이 '경영자 승계정책' 무엇이 다를까
- SNT모티브 CFO의 '특별한' 소통
- [유동성 풍향계]HD현대케미칼 현금흐름 좌우한 'HPC 설비'
- [Board Index/카카오]SM엔터·카뱅 이사회 공시, 결정적 차이는 '반대사유 공개'
- [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갚고 또 갚고' GS E&R, 재무건전성 강화전략 지속
- [Board Index/카카오]페이·게임즈·SM엔터, 사추위에 '전원 사외이사' 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