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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하는 애니메이션]'어른'도 애니 본다…슬램덩크의 역습①기존 영유아층 중심, 지상파 의존 탈피…웹툰·웹소설 IP 활용 제작 부상

고진영 기자공개 2024-02-26 08:14:32

[편집자주]

국내 애니메이션산업은 오랫동안 성장이 더뎠다. 유통채널을 지상파 방송에 의존한다는 구조적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게다가 코로나19 이후 막이 열린 OTT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투자, 수익모델이 무너지는 이중고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새옹지마(塞翁之馬). OTT로의 플랫폼 이동은 결국 소비층과 장르 다변화로 이어졌다. 슬램덩크가 대표하는 '뉴트로(Newtro)' 트렌드 역시 부흥의 기회가 됐다. 변화하는 시장의 움직임, 국내 애니메이션사들의 현황을 더벨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2일 08: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애니메이션산업은 원래 지상파 방송국에 힘이 쏠려 있었다. 애니메이션을 주로 방송국에 납품했기 때문이다. 지상파 콘텐츠가 유아동을 노린 3D 장르에 집중되다 보니 내수시장 규모에 비해 공급이 넘치는 불균형 국면이 계속됐다.

하지만 소비 플랫폼이 OTT 중심으로 급격히 옮겨가자 영유아물에 치우친 산업구조는 한계가 두드러졌다. 여기에 <더 퍼스트 슬램덩크> 신드롬이 청장년층 수요가 결코 적지 않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주춤했던 애니메이션 회사들의 제작 활동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OTT 득세, 호재인 줄 알았더니

코로나19 이전 애니메이션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짚어보면 유통채널이 가장 컸다. TV용 애니메이션의 제작비는 회당 평균 1억원 이상이 들어갔지만 방송사가 지급하는 판권료는 그 10분의 1수준에 불과했다.

애니메이션 업체들로선 주문형비디오(VoD) 등 부가판권이 중요한 수익창구였던 셈이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이 방송된 이후 케이블방송이나 IPTV 등 다른 플랫폼에 내보내려면 일정한 홀드백(hold back) 기간을 지켜야 했다. 작품을 빠르게 유통하기도 쉽지 않았다는 뜻이다.

오로라월드가 제작한 3D 애니메이션 <유후 구조대>.

그래서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영상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이 나타날 때마다 적극적으로 진출을 모색해왔다. 과거 케이블TV와 IPTV에 대해서 그랬듯 OTT 역시 마찬지였다.

특히 넷플릭스는 2020년 즈음부터 일본 애니메이션을 적극적으로 수급하고 제작하기 시작했다. 재패니메이션(일본 애니메이션)의 OEM(주문자의뢰생산)을 담당하던 국내 애니메이션 기업들에게도 단비가 내릴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팬데믹 현상으로 번지자 국내 OEM사들은 뜻밖의 어려움에 부딪혔다.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들은 오프라인에서 직접 대면으로 제작하는 방식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제작기업들의 노령화로 디지털 방식을 외면하고 수작업을 고수했다. 일본 스튜디오가 원화 초안과 제작 시트를 인력 편으로 보내면 국내 OEM 기업이 동화를 완성하는 방식으로 작화 용지를 주고 받았다. 비접촉, 비대면의 코로나 상황에선 외주작업이 불가능했다.

실제로 2020년 상반기 애니메이션산업의 전체 매출액을 보면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8% 급감했다. 같은 해 하반기의 경우 전체 콘텐츠 산업은 전년 동기보다 매출이 늘었지만, 애니메이션산업은 여전히 23.2% 떨어지며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설상가상 지상파에 방송되던 국산 애니메이션들도 입지가 좁아졌다. 지상파 애니메이션이 대부분 유아동 타깃으로 집중됐던 탓이다. 광고주 입장에서 수요가 많은 핵심콘텐츠로 보긴 어렵다. 게다가 OTT 플랫폼으로 소비자들이 이동했으니 애니메이션 방송의 광고 수익성은 더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레거시 미디어들의 낮은 판권료, 코로나 영향, OTT가 부상하는 과정에서의 혼란이 겹치면서 애니메이션 영상 자체로 확보할 수 있는 수익은 기반이 자꾸 취약해졌다. 2021년 하반기를 전후해선 OTT에 밀려 IPTV 시장마저 빠르게 위축됐다. 개별 유료결제가 주요 수익원이던 애니메이션 콘텐츠 사업에 타격이 불가피했던 배경이다.

◇'뉴트로' 열풍에 청장년층 수요 부각

팬데믹이 끝나고 산업도 서서히 회복하기 시작했지만 터닝포인트로는 ‘뉴트로(Newtro)’ 열풍을 꼽아야 한다. 뉴트로는 ‘새로운(New)’과 ‘복고(Retro)’를 합성해서 나왔다. 이미 지난 유행이 다시 새롭게 소비되는 현상을 뜻한다. 패션, 디자인 업계를 강타한 뉴트로 바람은 애니메이션 시장에도 찾아왔다.

2022년 초 16년 만에 나온 ‘포켓몬빵’과 ‘띠뿌띠부씰’이 전국적으로 대인기를 끌었고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졌다. 20~30대의 뉴트로 콘텐츠 소비를 불러일으킨 계기로 평가된다. 이런 추세는 2023년 1월 국내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폭발적인 흥행을 거두면서 더 불이 붙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누적관객이 487만명을 돌파했는데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가운데 최고 성적이다. 410일이 넘는 최장기 연속 상영기록을 아직도 이어가고 있다. 개봉 이후 TV애니메이션인 <슬램덩크> 시청시간이 덩달아 왓챠에서 12.8배 증가하기도 했다.


슬램덩크 신드롬은 10~20대뿐 아니라 30~40대에게도 애니메이션 진입장벽을 무너뜨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3대 멀티플렉스 예매비율을 보면 3040 관객이 70%를 넘었다. 실질적 구매력이 있는 성인층을 겨냥해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야 할 필요성, 그리고 그 사업성을 확인시킨 전환점이다.

이에 따라 웹툰,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제작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여럿 제작했던 스튜디오미르의 경우 웹툰 <외모지상주의>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이 작품은 2022년 12월 넷플릭스에서 공개, 글로벌부문 주간 8위에 올랐다.

넷플릭스 <외모지상주의> 스틸컷.

또 애니플러스는 애니메이션 전문 OTT인 라프텔을 합병한 이후 웹툰에 기반한 시리즈 애니메이션을 확대 중이다. <붉은 여우>, <위험한 편의점>, <피라미드 게임>, <호랑이 들어와요> 등 웹툰 10여 편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고 지난해 밝혔다. 2024년에서 2025년 사이 공개한다.

이밖에 로커스는 2022년 네이버웹툰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웹툰IP를 활용한 애니메이션 제작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네이버 웹툰 <유미의 세포들>, <전자오락수호대>등의 3D애니메이션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애니메이션의 핵심 유통경로가 OTT라는 것이 분명해진 상황"이라며 "영유아층 중심으로 편성돼 있던 지상파 의존도가 낮아졌고 OTT플랫폼 투자배급을 목표로 하는 게 시장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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