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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성과급 이연 파장]1000만원 성과급도 3년간 수백만원씩…힘빠지는 IB들①미래에셋·NH증권 등 속속 내규 마련…부동산 PF발 불똥, IB마다 선별 적용 필요

양정우 기자공개 2024-03-08 08:08:39

[편집자주]

증권사 IB 파트에서 성과급 이연에 따른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발단은 대규모 성과급의 일회성 지급을 일삼았던 몇몇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서의 일탈이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이 엄격한 제재 의지를 밝히자 증권사마다 1억원 미만 인센티브까지 이연을 일괄 적용하는 방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추가적 리스크가 없는 수수료 기반의 전통 IB 부서에서 비교적 적은 성과급을 받아온 인력에게는 날벼락인 셈이다. 더벨은 불만이 확산되고 있는 IB 성과급 이연 논란을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6일 07: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자본시장을 이끌어가는 주역인 IB들이 뿔났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부실화에 따른 여파로 금융 당국이 증권업계 인센티브 제도에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PF 조직의 한탕주의를 경계하고자 성과급 이연 지급의 적용을 강도높게 주문하고 있다.

문제는 당국과 사측 특유의 일괄 적용 스탠스다. 이제 부동산 PF와 전통 IB 부서를 불문하고 1억원 이하 성과급까지 모두 이연 지급이 현실화되고 있다. 연간 성과급이 1000만원 수준인 주니어 IB마저 연간 수백만원씩 수년에 걸쳐 인센티브를 수령해야 하는 처지다. 막대한 일회성 성과급의 악용을 막기 위한 방안이지만 선의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 성과급 전 구간 이연 '스타트'…부동산 PF 무관 인력 '박탈감 호소'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올해부터 IB 전 파트의 1억원 미만 성과급도 1억원 이상의 인센티브 지급 방식에 맞춰 3년 간 나눠 지급하기로 했다. 최근 실무진마다 지난해 실적에 따른 보상으로 책정된 성과급도 곧바로 이연 지급이 적용된 것으로 파악된다.

NH투자증권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간 IB 파트에서 성과급이 1억원 미만이면 이연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향후 1억원 미만 금액도 나눠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세부 이연지급안이 확정되면 그 기준에 따라 정산할 방침이다. 내부에서는 1억원 이상 지급 방식과 유사할 것으로 관측한다. 현재 1억원 이상 성과급은 총액의 40~60%를 3년 간 이연해 지급하고 있다.

이런 성과급 이연 조치는 삼성증권을 비롯한 전 증권사의 방침으로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금융 당국에서 강력한 통제 신호를 보내면서 증권업계에서 연달아 새로운 내규를 설정해 나가고 있다. 지난 1월 말 당국은 부동산 PF 파트의 위법적 성과급 실태를 지적하면서 인센티브 총액이 1억원 미만일 때 이연 지급 대상에서 제외해온 관행까지 언급했다. 이연 지급 대상을 선별한 보상 체계를 문제시한 것이다.

증권맨 중에서도 엘리트 집단으로 여겨지는 게 IB 임직원이지만 성과급은 드라마틱하지 않다. 인센티브로 수억원에서 수십억원 대의 보수를 받는 건 극히 제한적일 뿐 아니라 대부분 부동산 PF 부서에 소속됐거나 조직의 정점에 위치한 인사들이다. 이 때문에 당초 금융 당국이 인센티브 지급의 점검 타깃으로 삼은 것도 IB 파트 내 부동산 PF 부서로 한정돼 있었다.

하지만 그 뒤 IB 파트 전반을 아우르는 전사적 성과급 체계에 대한 코멘트가 나왔고 커버리지나 기업공개(IPO) 부서 등 전통 IB 영역 역시 적용 대상에 포함될 수밖에 없었다. 증권사의 전통 IB 부서에서 근무하는 인력은 성과급이 1억원 대인 경우도 담당이나 부서장급 임원 등에 국한돼 있다. 부동산 PF 부서와는 전혀 다른 액수다.

이들 전통 IB 조직의 주니어 IB 인력은 성과급이 1000만원 수준에 불과할 때도 적지 않다. 하지만 1억원 미만 성과급도 이연 지급이 내규로 확립된 터라 매년 분할된 금액을 수령해야 한다. 전체 연봉에 따라 과세 표준은 다르겠으나 통상적 수치에 따라 30% 대의 세금이 책정된 것으로 가정해보자. 미래에셋증권 사례에서는 성과급 1000만원에서 세금을 제외한 700만원을 3년에 걸쳐 받아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 IB 본부장은 "앞으로 조직의 기둥으로 성장해야 할 주니어 직원의 사기가 크게 꺾였다"며 "근래 시장 여건에서는 1000만~2000만원 정도의 인센티브가 설정된 인력도 적지 않은데 몇 백만원씩 나눠 받아야 한다는 얘기에 허탈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말했다.


◇국내 IB 보상체계, 주니어 IB에 피해 집중…일괄 적용 불합리 '한 목소리'

증권사별로 차이는 있겠으나 대부분 부서별 경상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책정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메이저 IB 하우스의 경우 경쟁사와 성과보수의 균형을 맞추고자 거의 비슷한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예를 들어 15~20여명의 IB 실무진이 배치된 전통 IB 부서의 경우 한 해 100억원 가량의 매출을 거두면 일반적으로 70억원 안팎이 비용으로 지출된다. 이 때 부서 내 이익으로 처리된 약 30억원에서 10~15% 정도가 성과급의 재원으로 쓰이고 나머지는 사측으로 귀속된다. 이 경우 결과적으로 3억원 가량을 인센티브로서 부서 전원에게 안분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IB 업무의 특성상 통상적으로 부서장이나 몇몇 시니어의 업무 기여도가 클 수밖에 없다. 오랜 기간 다져온 네트워크 역량이 절대적인 데다 선임 실무진의 노하우로 각종 이슈에 대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벤처캐피탈이나 사모펀드 운용사(PE)처럼 조직원의 성과급 배분과 기여도 책정 기준이 아주 정교하게 설계되지 않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1억원 미만 성과급의 이연 적용에 따라 피해가 집중된 건 주로 저연차 IB인 것으로 파악된다. 당초 금융 당국은 단번에 수십억원의 성과급을 거머쥐고자 무리하게 부동산 딜을 시도했던 인사를 제지하기 위해 인센티브 체계를 점검했었다. 하지만 그 결과 전혀 다른 성격의 영역과 인력으로 불똥이 튄 것이다.

증권사 임원은 "성과급 이연 지급이라는 큰 틀은 동일하지만 1억원 이상의 성과급을 수천만원씩 분할해 지급받는 것과 수천만원을 수백만원씩 나눠 받는 건 박탈감 차이가 매우 크다"며 "1000만원 정도의 인센티브가 국내 소득 수준에서 큰 액수도 아닌데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건 불합리한 처사"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증권사의 이연보상제도는 단기 실적 위주의 성과급 체계가 임직원의 고위험상품 판매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도입됐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자산 5조원 이상인 증권사와 자산 2조원 이상인 상장 증권사는 성과보수를 보수위원회의 심의 의결에 따라 지급해야 한다. 이 때 최소 이연 기간(3년)과 이연 비율(40%)을 준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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