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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성과급 이연 파장]익스포져 안남기는 전통 IB, 'PF 한탕주의' 소탕에 된서리②IPO·회사채, 사후적 손실 인식 전무…1억 미만 성과급 인력 대다수

양정우 기자공개 2024-03-08 08:08:48

[편집자주]

증권사 IB 파트에서 성과급 이연에 따른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발단은 대규모 성과급의 일회성 지급을 일삼았던 몇몇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서의 일탈이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이 엄격한 제재 의지를 밝히자 증권사마다 1억원 미만 인센티브까지 이연을 일괄 적용하는 방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추가적 리스크가 없는 수수료 기반의 전통 IB 부서에서 비교적 적은 성과급을 받아온 인력에게는 날벼락인 셈이다. 더벨은 불만이 확산되고 있는 IB 성과급 이연 논란을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6일 14: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일한 증권사 IB 파트이지만 부서마다 성과급의 토대인 경상이익의 성격엔 현격한 차이가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서의 수익엔 후행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가 잠재돼있다. 반면 전통 IB 부서의 경우 주관 수수료가 기반이어서 이익 인식 뒤 사후적 위험이 수반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부동산 PF 부서의 성과급 이연 지급엔 초강수를 둬도 합리적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하지만 수익 반영 후 뒷탈이 없는 전통 IB 부서에도 예외없는 이연 수령이 적용되는 건 가혹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1억원 미만 인센티브까지 일괄 이연되는 새 제도에서 가장 피해를 입은 건 전통 IB 영역의 실무진들이다.

◇부동산 PF 부서, 후행적 손실 리스크…수수료 기반 전통 IB, 종결시 수익 인식

부동산 PF는 부동산 시행사가 아파트나 오피스 등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할 때 필요한 돈을 조달하고자 일으키는 대출을 통칭한다. 시행사는 별도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앞세워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는다. 증권사는 시행사와 대주단(은행, 보험사 등) 사이에서 부동산 PF를 주선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채무보증을 서거나 직접 대출을 도맡는다. 이 때 발생하는 수수료와 이자 등이 부동산 PF 부서의 핵심 수익원이다.

문제는 이들 부동산 PF가 기업공개(IPO)에 나서거나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처럼 단발성 딜로 종결되지 않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직접 대출을 해줬다면 수년 간 진행되는 해당 부동산 프로젝트에 종속돼 향후 사업 좌초시 손실을 떠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받아야 할 돈을 못 받는 '선수익-후손실' 구도로서 이른바 충당금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

하지만 IPO나 커버리지 부서에서는 충당금이 인식될 여지가 없다. 상장예비기업이 IPO 작업에 착수하고자 증권사와 상장 주관 계약을 맺어도 상장조건부 선취수수료는 발생하지 않는다. IB 파트에서 상장 과정 내내 인적, 물적 비용을 투입하지만 결국 IPO에 성공한 뒤에 모든 수수료를 정산받는다. 결과적으로 IPO 부서의 경상이익엔 손실로 변질될 수익이 아예 반영되지 않는 것이다.

커버리지 부서 역시 마찬가지다. 회사채 발행을 핵심 업무로 소화하면서 다른 조달을 병행해 다루기도 한다. 여기에 명확한 수치로 나타내기 어려운 증권사와 기업 간 네트워크 관계를 관리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회사채를 찍을 때도 발행 완료시 이슈어가 주관사를 상대로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역시 충당금 이슈와는 거리감이 있는 수익 모델이다.

이런 부서 간 수익 구조의 성격 차이는 단연 성과급 이연 지급에 대한 상반된 입장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 PF 부서의 경우 현재 수익 창출로 인식된 프로젝트가 언제든지 손실로 뒤바뀔 수 있다. 그만큼 실무자 중에서 인센티브를 이연 방식으로 분할해 수령하는 게 공정하다고 여기는 인력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전통 IB 부서에서는 IPO 성사와 회사채 발행에 따라 손익 처리가 종결된 딜에서만 수수료를 취득하고 있다. 이들 실무진 입장에서는 부동산 PF 부서와 동일한 경상이익 수치여도 이익의 질이 다르다고 항변할 수 있다. 이미 이연 지급의 대상이었던 1억원 이상의 인센티브를 받는 당사자도 그간 불공평한 처사로 여길 수 있었던 대목이다.

최근 총 29개 증권사가 지난해 4분기와 연간 잠정실적을 공시했다. 증권업계의 이익 규모는 2021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이후 2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한 해의 경우 무엇보다 국내 부동산 PF 익스포저 충당금과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 손실 인식의 여파로 일부 하우스에서 큰 폭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급 이연 논란 주범 '부동산 PF 부서'…전통 IB 피해 집중 '아이러니'

IB 성과급 이연 논란의 발단은 어디까지나 부동산 PF의 부실 우려에 따른 금융 당국의 검사 조치였다. 이례적 고금리 기조와 부동산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부동산 PF 문제가 국내 경제와 금융 시장의 부담 요인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당국은 부동산 PF 익스포저의 과도한 확대가 거액의 성과급에서 비롯됐고 인센티브 이연 지급 실태를 대대적으로 진단했다.

증권업계에서도 부동산 PF 특유의 막대한 성과금을 쫓고자 과도하게 리스크를 추구해온 실상을 놓고 자성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충당금으로 되돌아올 수 있는 직접 대출이 큰 폭으로 확대됐다. 내부 의사결정이 유일한 허들인 터라 좀더 손쉽게 이뤄졌다. 이런 측면에서는 성과급 전 구간에 걸쳐 이연 지급의 엄중한 적용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을 내는 게 쉽지 않다.

반면 IPO와 회사채를 주관하는 전통 IB 부서의 경우 일회성 성과급을 단번에 거머쥐고자 무리한 리스크테이킹에 나설 수 있는 업무가 아니다. IPO는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해야 하고 흑자 실적이 없는 기업은 특례 상장에 따른 별도 요건(기술성 평가 등)을 충족해야 한다. 여기에 공모시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금융 당국의 감시까지 받는다. 그럼에도 1억원 이상의 성과급이 나오면 인센티브 이연 지급 방침을 수용해왔다.

역설적이지만 IB 전 부서를 상대로 1억원 미만 성과급을 이연 지급하는 방침은 부동산 PF와 결이 다른 전통 IB 부서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IPO와 커버리지 영역의 인력은 애당초 성과급의 규모가 부동산 PF보다 훨씬 작아 매년 1억원이 넘지 않는 액수가 책정되는 인력이 대다수다. 더구나 부동산 PF 부서처럼 업황 부침이 있지만 활황 때는 거액을 수취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다.

한 IB 본부장은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을 필두로 증권사마다 IB 전 부서의 1억원 미만 성과급도 일괄적으로 이연시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1억원 아래 성과급을 받을 수밖에 없는 IPO나 커버리지 허리층과 주니어 인력의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PF 부서와는 전혀 성격이 다른데 뜬끔없이 된서리를 맞아 억울하다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PF 구조도. 출처:이베스트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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