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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 Art]미술관에 간 변호사 "시대 앞선 예술, 뒷받침하는 법률"이규영 법무법인 율촌 외국변호사 "예술품 소유 방식 다양화…무궁무진한 가능성 열린 것"

서은내 기자공개 2024-03-11 08:19:34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7일 16: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FT, AI미술, 조각투자 등 미술계에 생소한 용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예술을 바라보는 접근 방식, 소비형태가 다양해지면서다. 생소한 접근 방식에 대한 반감도 있지만 한켠에서는 새로운 예술 생태계를 받아들일 준비 또한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다. 법제 정비는 그 중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이규영 법무법인 율촌 외국변호사는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비싼 가격 탓에 가지지 못했던 예술작품, 부동산 등 수많은 자산들을 소액으로 소유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며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존재하는, 새로운 세상을 여는 일에 법률전문가로서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갤러리아백화점에서 진행한 이건용 작가의 전시. 이건용 작가의 작품 '바디스케이프 76-3'이 디지털화된 NFT 작품으로 소개돼 관심을 모았다.


◇ 영세 예술가 지원 법률봉사…예술법 전문 길 모색

이규영 변호사에게는 '미술투자 전문'이라는 독특한 수식어가 붙는다. 그는 서울대 외교학 학·석사 졸업 후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국제행정학과 로스쿨 과정을 거쳤다. 미국변호사로서 뉴욕 로펌에서 일하던 중 모험을 꾀하면서 예술법 전문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 변호사는 "뉴욕에선 학생증만 있으면 미술관 입장이 무료다보니 틈만 나면 미술관을 가곤 했다"며 "유학시절 나의 좁고 어두운 방과는 달리 미술관 벽에는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이 다 모여 있었고 그림이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

로펌에서 10여년간 회사법을 담당했지만 뭔가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다. 가난한 예술가를 지원하는 'VLA'(Volunteer Lawyers for the Arts)에서 봉사를 시작했고 그가 좋아하는 미술, 엔터테인먼트 분야 케이스를 다루며 예술법 업무를 3년간 진행했다.

4년 전 한국에 돌아와서도 예술법을 다뤄보고 싶어 컨설팅 회사 'ATTIGOR'에 몸담았다. 미술품의 해외 거래에 대한 자문을 담당했다. 중견 중소 갤러리들의 문을 두드리며 법률 수요를 모색했으나 쉽지는 않았다. 이후 법무법인 지평을 거쳐 최근 율촌에 영입됐다.

이 변호사는 군소 아트페어나 갤러리를 즐겨 찾는다. 미술 애호인으로서 지난해에는 '아트 컬렉팅 : 감상에서 소장으로, 소장을 넘어 투자로'란 책을 내기도 했다. 그는 "투자전문 변호사임에도 스스로 돈 되는 그림을 별로 가져보지는 못했다"며 "따듯한 세계관을 가진 작가의 그림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김환기 작가의 작품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이 변호사는 "김환기 선생님의 책에 '내가 점을 찍어 새 창을 하나 냈는데 사람들은 그 창밖을 보려하지 않는다'란 말이 나오더라"며 "그림을 보는 건 그림과 나만이 갖는 사적이고 은밀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림 구매에 꼭 필요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이 변호사는 "작품은 누가 그 그림을 소유했는지에 따라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그림을 구매할 때는 소유자의 이력, 경매에 나온 횟수, 작가의 서명, 인보이스 등 진위와 가치를 확인할 서류를 잘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 NFT·조각투자…미술품 가치평가·현금화 자문수요 증가

이 변호사는 미술투자 관련 법률 전문가의 행보에 있어서 새로운 기술을 따라가기 위한 노력의 중요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변호사는 "작은 기반 기술이 늘 세상을 크게 바꿔놓고 있고 조각투자 역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기회 중 하나"라고 말했다.

NFT 관련 업무도 이 변호사의 분야 중 하나다. NFT란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란 뜻을 가진 디지털 자산의 일종이다. NFT작품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디지털 상에서 소유할 수 있게 만든 미술품을 의미한다.

지난해 국내에서도 NFT가 발행돼 인기를 끈 사례가 있다. 갤러리현대 계열사 에트나컴퍼니가 이건용 작가와 협업해 발행한 NFT작품이다. 해당 작품은 실제로 갤러리아백화점에서 판매되기도 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이 변호사는 "여태까지 다룬 새로운 예술형태라고 배척하기보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욕구가 나타나는 이유를 살피고 이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또 "예술은 항상 새로움을 시도해 시대를 앞서갔고 법은 그 뒤에서 제도로서 예술을 뒷받침하는 형태로 발전해간다"며 "이를 통해 미술에 대한 관심도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율촌은 지난해 3월 토큰증권TF를 만들었으며 상관성이 깊은 조각투자 분야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TF에 합류한 이 변호사는 미술품 가치평가, 매수, 현금화 등에 관한 자문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토큰증권 관련 금융위 가이드라인이 발표되고 조각투자 제도가 정비되는 중이다. 거래소는 최근 신종증권시장 개설 샌드박스를 지정했으며 미술품조각투자 전문 업체들의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도 수리되는 등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조각투자 업체들의 투자계약증권신고서 제출 과정에서 미술품 가치평가의 합리성이 큰 이슈가 됐다"며 "업체마다 증권신고서 수리, 증권 공개유통, 상장 등 각각의 목표지점이 다른데 필요한 세부 요건들에 대한 자문 의뢰가 많다"고 말했다.

조각투자 시장 확대를 위해선 투자자보호가 가장 큰 허들이다. 조각투자업체들은 안전한 기초자산을 잘 선별, 가치평가, 가치 흐름 예측을 통해 상품을 구성해야하며 향후 계획대로 현금화해 수익을 실현할 장치를 마련해야한다.

이 변호사는 "투자자 입장에서 당국이 증권신고서를 수리했거나 규제샌드박스를 인정했다고해서 그것이 높은 안전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며 "기초자산의 전망, 수익실현 구조, 권리 이전, 도중 엑시트 여부 등에 대해 꼼꼼히 따져야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에는 이미 조각투자로 성공해 기반을 닦은 업체로 '매스터웍(Masterworks)'이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매스터웍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조각투자회사로 동시대 예술을 중심으로 최고가 그림에 투자하는 회사로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매스터웍은 수익률이나 규모 면에서 안정화된 회사"라며 "그림을 살 때마다 LLC를 세우고 그 회사가 그림을 구입, 판매해 이익을 벌어들이면 그 이익을 투자자들이 나눠갖는 구조"라고 말했다.

또 "조각투자업체마다 수익을 내는 방식이 다른데, 특정 형태가 더 낫다고 판단하기보다는 거래소를 통해 법적으로 안전한 망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법제가 갖춰져 가는 것이 필요하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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