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인사풍향계]강호동 회장 첫 비서실장에 '동향' 류길년…친정체제 구축 시작합천 율곡농협 조합장 시절 합천군지부장 인연…조직 장악 '고삐'
이기욱 기자공개 2024-03-11 13:05:38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8일 10: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강호동 신임 농협중앙회장이 동향 출신 인사를 초대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과거 회장들의 경우 지역 안배를 고려해 비서실장을 선임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강 회장은 과감히 핵심 요직에 최측근 인사를 앉혔다. 농협 내부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선택으로 해석된다.비서실장을 시작으로 기획조정본부 상무 등 핵심 요직에 대한 인사도 빠른 시일 내 단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잡음이 일고 있는 NH투자증권 사장 선임에도 강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전 회장들 첫 비서실장 지역 안배 고려…신임 회장, 공격적 인사 기조
8일 업계에 따르면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전일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애초 취임 예정일은 오는 21일이었지만 이성희 전 회장이 지난 6일 퇴임함으로써 예상보다 일찍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공식 취임식은 오는 11일 열릴 예정이다.
강 회장은 임기 시작 후 첫 인사로 비서실장을 새롭게 임명했다. 과거 농협중앙회장들 역시 취임 직후 비서실장을 가장 먼저 교체해왔다. 중앙회 내부 핵심 자리들을 정리한 후 부회장 전무이사, 상호금융 대표, 조합감사위원장 등 임원진을 재편하는 수순이다.
강 회장의 첫 비서실장으로는 류길년 신용보증기획부 국장(사진)이 낙점됐다. 류 비서실장은 경남 합천 출신으로 강 회장과 출신 지역이 같다. 강 회장은 최근까지 경남 합천 율곡농협 조합장을 지냈다.
류 비서실장은 합천군 용주면 출생으로 부산외국어대학교를 졸업했다. 1997년 농협 합천군지부 근무를 시작으로 의정시지부 농정지원단장, 조합구조개선지원부 등에서 근무했다. 2019년과 2020년 2년간 합천군지부장을 지내며 강 회장과 많은 활동을 함께 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서실장에 동향 출신 인사를 선임한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면서도 과감한 결정으로 받아들여진다. 농협 조직 특성상 역대 농협중앙회장들은 인사에 있어 지역 안배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왔다. 특히 첫 인사인 비서실장은 상징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편이었다.
대표적으로 김병원 전 중앙회장은 호남 출신임에도 첫 비서실장에 경북 출신 이재식 당시 회원종합지원부장을 임명했다. 경기도 성남 출신인 이성희 전 회장도 충청남도 홍성 출신인 조소행 충남지역본부장을 비서실장에 선임했다. 강 회장은 이들에 비해 보다 공격적인 인사를 단행하며 조직 장악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기획조정본부장·NH투자증권 사장 인사 등 주목…이석준 회장 "드릴 말씀 없어"
농협 내부의 또 다른 핵심 요직들도 빠르게 정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순서로 거론되는 자리는 기획조정본부장 상무다. 농협중앙회의 기획조정본부는 기획과 총무, 인사 등을 담당하는 핵심 조직이다. 신임 회장이 조직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서 최우선적으로 장악해야하는 곳이다.
이성희 전 회장 역시 비서실장 선임 이후 인사 맞트레이드 방식으로 기획조정본부장을 교체했다. 당시 권준학 NH농협은행 부행장을 기획조정본부장으로 불러들였고 지준섭 상무를 농협은행 부행장에 선임했다. 이후 권준학 상무는 농협은행장까지 지내며 이 회장과 장기간 호흡을 맞췄다. 이석용 현 농협은행장도 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을 거쳐 은행장에 선임됐다.
정용왕 현 기획조정본부장은 이 전 회장과 같은 경기도 출신 인사로 NH농협은행 경기영업본부장과 농협경기본부장 등을 지냈다. 이 전 회장 아래서 비서실장도 지낸 최측근 인사 중 한 명이다. 현재 기조대로라면 '친 강호동' 색채가 강한 인물로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강 회장이 NH투자증권 사장 선임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다수 나오고 있다. 현재 NH투자증권은 차기 사장 숏리스트로 윤병운 NH투자증권 IB1사업부 대표(부사장)와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 사재훈 전 삼성증권 부사장 3인을 선정했다.
농협중앙회 측은 이 중 유 전 부회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위해 강 회장과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의견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농협금융지주는 NH투자증권의 지분 56.8%를 갖고 있는 최대 주주다.
국민연금(5.67%)과 소액주주(34.4%)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상장사 특성을 고려해 그동안 농협중앙회는 NH투자증권 사장 선임 과정에 개입을 최소화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증권업이 아닌 농협 측 인사가 숏리스트에 포함되며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은 7일 국립현충원 참배 자리에서 NH투자증권 사장 선임 관련 질문에 "관련 얘기를 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자리인 것 같다"며 "지금은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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