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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 차기 리더는]반전 없는 독주…강호동 당선, 직선제 변화가 주효했다24대 선거 출마로 인지도 상승…4년간 전국 돌며 '표 밭 다지기'

이기욱 기자공개 2024-01-29 07:59:14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6일 16: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반전 없는 독주로 마무리됐다. 강호동 25대 농협중앙회장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전국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1강 후보'로 평가받아 왔다. 김병원 전 회장과 이성희 현 회장에 이어 또 한 번 '재도전 프리미엄'이 입증됐다. 강 당선인 스스로도 한 차례 낙선 이후 꾸준히 전국을 돌며 차기 선거를 위한 지지 기반 다지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것으로 전해진다.

2007년말 선거 이후 약 16년만에 돌아온 직선제 선거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세력별 '표 몰아주기'가 과거보다 어려워져 강 당선자가 손쉽게 '대세론'을 굳힐 수 있었다.

◇김병원·이성희 이어 강호동까지…낙선 후 당선 필수 코스되나

이번 선거에서 강호동 당선인과 타 후보들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농협중앙회장 선거의 경험 유무였다. 강 당선인은 지난 24대 회장 선거 이후 두 번째 도전이었고 다른 주요 후보들은 모두 이번이 첫 출마였다.

강 당선인과 함께 24대 선거에 이어 재출마한 후보가 한 명 더 있기는 했지만 실질적인 후보군에서는 제외되는 인물이었다. 임명택 후보는 비조합장 출신 후보로 지난 24대 선거에서는 단 한 표도 얻지 못했고 이번 선거에서도 득표 수 1표에 그쳤다.

한 차례의 선거 출마 경험은 전국적 인지도의 차이로 나타났다. 강 당선인은 지난 선거에 나가 1차 투표에서 3위(56표)에 이름을 올리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지난 선거는 292명의 대의원 조합장과 농협중앙회장 1명이 총 293표의 투표권을 행사하는 간선제 방식으로 진행됐다. 강 당선인의 득표율은 19.1%였다.

최근 농협중앙회장 선거 흐름을 볼 때 회장 당선을 위해서 최소 한 차례의 낙선은 필수 코스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김병원 23대 회장의 경우 21대, 22대 회장 선거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고 이성희 24대 회장 역시 23대 회장 선거에서 낙선한 경험이 있다.

강 당선인은 24대 선거로 한 차례 본인의 이름을 알린 후 지난 4년 동안 차기 선거를 위한 '표 밭 다지기' 행보를 지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직접 전국을 돌아다니며 조합장 및 조합원들을 만난 결과 전국적 지지 기반을 만들 수 있었다. 이 것이 소속 지역인 경남권 위주로 지원을 받았던 24대 선거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강 당선인에 대한 전국적 지지는 득표수로도 확인할 수 있다. 강 당선인은 1차 투표 결과 607표를 획득했다. 이는 부산·울산·경남 지역과 대구·경북 지역의 투표권 수를 합친 것(약 380표)보다 많은 수다. 광주·호남 지역까지 합친 표수(약 670표)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특정 한 두 지역의 지지만으로는 나올 수 없는 수치다.

득표율은 48.8%에 달했다. 단 16표 차이로 아쉽게 과반 득표에는 실패했지만 이전 회장들과 비교해도 1차 투표에서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성희 현 회장의 경우 24대 회장 선거에서 28%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고 김병원 전 회장은 23대 회장 선거에서 31.4%로 2위를 차지했다. 당시 1위였던 이성희 회장의 득표율도 35.9%로 강호동 당선자의 1차 투표 득표율과는 큰 차이가 난다.

◇직선제 변화로 '표 몰아주기' 전략 어려워…충청·경기, 조덕현 지원 불구 표 분산

2007년 12월 선거 이후 약 16년만에 돌아온 직선제 선거 방식 역시 강 당선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300표 미만의 표로 결정되는 간선제 방식에 비해 유력 인사를 중심으로 하는 '표 몰아주기' 전력이 어려워졌다. 이번 선거에 행사된 투표권은 총 1245표로 지난 선거(293표) 대비 4배 이상 늘어났다.

과거와 같은 간선제 방식으로 진행됐을 경우 2위 조덕현 후보의 도전이 더욱 거세게 다가왔을 가능성이 높다. 조 후보는 조합장 3선 경력으로 전국적 인지도는 낮지만 충청권과 서울·수도권 지역의 지지를 받으며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인물이다.

충청권은 조 후보(동천안농협 조합장)의 기반 지역이고 서울·수도권은 이성희 현 회장의 영향력이 강한 곳이다. 마땅한 서울·수도권 지역 출신 후보가 출마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 회장과 가까운 서울·수도권 인사들이 충청권의 조 후보를 지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24대 선거 당시 서울·수도권(54표)과 충청권(55표)의 투표권 비중은 전체 293표의 37.2%에 달한다. 소수의 대의원 조합장을 움직이는 것은 조합장 직선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만약 이번에도 간선제 방식이 유지됐다면 조 후보가 30% 후반대 득표율을 기록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조 후보가 받은 표는 327표로 전체 1245표 중 26.3%에 해당한다. 직선제에서도 경기·수도권과 충청권의 투표권 비중은 약 37%다. 경기·수도권 또는 충청권의 많은 조합장들이 조 후보 지지 전략에 동참하지 않고 타 후보에게 투표한 것을 알 수 있다.

2차 투표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결선에서 3위 후보가 자신을 지지하는 대의원 조합장들을 움직여 2위에게 표를 몰아주는 것이 가능했다. 실제로 23대 선거에서는 이런 전략으로 1, 2위가 결선에서 뒤바뀌었다.

당시 1차 투표에서 3위를 기록했던 최덕규 후보는 자신에게 왔던 74표를 1차 투표 2위 김병원(91표) 전 회장에게 몰아줬다. 김 전 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결선에서 1차 투표 1위 이성희 현 회장을 제치고 최종 당선됐다. 김 전 회장이 결선에서 얻은 표는 163표다. 단순 계산으로는 최 후보의 74표 중 72표가 김 전 회장에게 옮겨 갔다.

하지만 직선제인 이번 선거에서는 동일한 전략이 불가능했고 3위 송영조 후보의 292표가 강호동 당선자와 조 후보에게 비슷하게 분산됐다. 덕분에 강 당선인은 1차 투표 순위를 무난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강 당선인은 1차 투표 대비 174표 늘어난 781표를 획득했고 조 후보는 137표를 추가로 받아 464표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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