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티넘 메가펀드 뉴 리더십]‘게임 체인저’ 신기천 부회장의 넥스트스텝 ‘글로벌’②2000년부터 25년차 CEO '대기록'…원펀드 전략 진화 '끝없는 고민'
최윤신 기자공개 2024-03-14 08:28:59
[편집자주]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국내 벤처 캐피탈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한다. 원펀드 전략을 바탕으로 VC펀드의 규모 대형화를 이끌었고, 지난해말 8600억원 규모의 펀드 결성으로 새 지평을 열기에 이르렀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8600억원에 이르는 초대형펀드를 운용하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리더십이 이전과 같을 수는 없다. 하우스는 지난해 말 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진용을 재정비했다. 더벨이 메가펀드 시대 ‘에이티넘 웨이’를 만들어 갈 뉴 리더십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2일 14시4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기천 부회장(사진)은 ‘원펀드 전략’을 바탕으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펀드 대형화를 이끈 벤처캐피탈업계의 게임 체인저다. 기록적 성과를 바탕으로 25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를 진두지휘해왔다.8600억원 규모의 메가펀드는 그에게도 커리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심사역 출신 대표인 그는 그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결성한 원펀드의 핵심운용인력으로 빠짐 없이 이름을 올려왔다. 이번 메가펀드에선 심사역으로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처음 있는 일이다.
신 부회장은 향후 펀드의 양적 확장보다는 질적 변화를 꾀하면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원펀드 전략의 진화를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쉽지 않았던 '원펀드 전략' 도입…'성과'로 입증
신 부회장은 에이티넘인베스트의 살아있는 역사 그 자체다. 설립 초기 합류해 대들보로서 회사를 지탱하고 이끌어 왔다. 대전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1987년 삼일회계법인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벤처 투자라는 이름도 생소했던 1988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당시 제일창업투자)가 설립됐고, 신 부회장은 초기인 1989년 합류했다. 사실상 창업멤버로 봐도 무방하다.

단순한 양적 성장이 아닌 벤처캐피탈 업계에서 독보적인 색깔을 만들어냈단 점에서 ‘전략가’로 통한다. 그의 원펀드 전략이 지금의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다수 펀드를 운용하는 대신 한 펀드 내에서 산업별, 성장 단계별 투자를 진행하는 독보적인 형태다. 실제 원펀드 전략 시행 이후 에이티넘의 성장곡선이 가팔라졌다.
신 부회장이 원펀드 전략을 본격화한 건 한미창업투자에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로 이름을 고쳐단 2010년 즈음이다. 이전까지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도 여러개의 작은 펀드를 만들어 운용해왔다. 신 부회장은 펀드마다 운용인력이 나뉘다보니 전사적 역량이 모아지지 않고 힘이 분산된다고 생각했다. 펀드의 성과에 따라 운용인력들이 이직이나 전직 등을 고려하는 것도 아쉬웠다.
전사의 역량을 하나의 펀드에 모으자는 차원에서 생각해 낸 게 ‘원펀드 전략’이었다. 전에 없던 방법이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확신을 갖진 못했다. 하나의 펀드가 잘못될 경우 ‘퇴로’가 없다는 게 리스크였다. 그렇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실행에 옮겼다. 임전무퇴의 의지로 밀어부쳤다.
결과론적으로 다행히 전략은 적중했다. 2011년 에이티넘팬아시아조합을 1057억원 규모로 결성했다. 국내 VC역사상 최초의 1000억원대 펀드다. 물론 결성 과정이 쉽진 않았다. 대형 펀드가 투자수익에 긍정적이냐는 주요 LP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 그럼에도 2008~2009년 기록했던 역대급 성과를 기반으로 대형 펀드 결성을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원펀드 전략의 유효성은 성과로 입증해 나갔다. 높은 수익률로 대형 벤처조합 운용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 대형 펀드를 통해 성장단계별 투자가 가능하니 딜의 장악력이 높아졌고, 이는 높은 회수 성과로 이어졌다.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돈을 맡긴 이들에게 최선의 수익을 돌려줘야 한다는 그의 철학도 LP들을 끌어모은 요인으로 꼽힌다. 원펀드 방식은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를 믿고 돈을 맡긴 LP들간의 이해상충을 없앨 수 있는 구조이기도 하다. 모든 출자자의 자금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전사적 역량을 다해 운용하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또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성장단계를 중심으로 투자를 단행하고, 펀드 결성 2년 후부터 회수가 가능한 구조를 설정했다. 회수가 이뤄지면 즉시 원금을 출자자에 배분해 출자자의 유동성 관리가 원활하도록 한 점도 LP들을 모은 비결로 꼽힌다.
첫 원펀드인 에이티넘팬아시아성장조합은 2020년 내부수익률 11.3%로 성공적으로 청산했다. 이후 펀드레이징에는 매번 기존 출자자들이 참여했고, VC 조합 출자에 관심이 없던 신규 출자자들도 새로 합류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매번 펀딩마다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며 ‘메가펀드’ 결성에 이르렀다.
◇펀드 핵심운용인력서 빠져…전략가 역할 더욱 강화
8600억원의 메가펀드는 신 부회장의 ‘원펀드 전략’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펀드 결성이후 부문대표 체제를 도입하는 등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다. 방점은 전문성에 찍혀있다. 사실 원펀드 전략 자체가 심사역들의 전문성을 발휘하기 좋은 구조다. 여기에 부문대표 체제를 추가로 도입해 전문성의 ‘극대화’를 추구한다.
변화의 단초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은 또 있다. 신 부회장은 심사역 출신 대표로서 그간 결성한 원펀드에 핵심운용인력으로 어김 없이 이름을 올려왔다. 하지만 이번에 결성한 에이티넘성장조합 2023의 핵심운용인력에선 그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신 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부문대표를 선임한 만큼 이들이 투자 활동 전반의 의사결정을 맡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봤다”며 “심사역들의 경력 관리와 키맨으로서의 역할을 고려할 때 젊은 사람들이 들어가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차기 리더를 육성하기 위한 그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앞으로 개별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 참여보다는 ‘전략가’로서의 큰 그림에 더 힘쓸 것으로 보인다. 원펀드는 항상 승승장구 했지만 매번 최대 펀드 기록을 경신할 때마다 상황은 도전적이었다. 벤처 펀드가 어느정도 규모까지 커지는 게 성과를 내는 데 적합한가를 항상 자문해왔다.
이미 향후 펀드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 구성원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펀드 목표 규모를 설정할 방침이다. 다만 규모에 대한 ‘집착’은 내려놓을 생각이다.
포커싱은 양적 성장 보다는 질적 변화에 맞춰져있다. 그는 “국내에 있어서는 VC에 출자하는 LP의 저변을 굉장히 넓혔다는 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젠 글로벌로 출자자의 저변을 넓히는 데 욕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물꼬’는 텄다. 실제 이번에 결성한 에이티넘성장조합2023에는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의 자회사인 버텍스홀딩스로부터 출자를 받았다. 해외 LP를 유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라이제이션 방향성이 해외 출자자 모집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만 머무르는 게 여러 가지로 제약이 많다고 생각하고, 투자 포트폴리오도 글로벌화를 도모하고 있다. 실제 이번 펀드의 20%가량을 해외에 투자할 계획이다.
그는 “실리콘밸리를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굉장히 많은 한국계 멤버들이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며 “중국계와 유대계, 인도계 등이 해당국의 벤처캐피탈의 서포트를 통해 굉장한 기업을 만들고 있듯이 이들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포트폴리오 기업의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는 것도 목표다. 그는 최근 국내 벤처기업 다수가 한국이 아닌 글로벌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봤다.
◇글로벌 드라이브, 이승용 각자대표와 시너지 본격화 기대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뿐 아니라 국내 벤처캐피탈업계의 획을 그어온 그가 해야 할 일은 아직 무궁무진하게 남았다. 사내에서의 입지도 여전히 공고하다.
기존 단독 대표이사를 맡던 그는 2018년부턴 이승용 사장과 각자대표 체제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 대표는 창업자인 ‘거부’ 이민주 회장의 사위다. 하지만 각자대표 체제에서 그의 역할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해외에서 주로 활동하며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펀드의 핵심운용인력으로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최대주주의 일가로서 모회사인 에이티넘파트너스를 비롯한 그룹 전반의 방향성을 조율하고, 해외에서 성과 창출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모회사인 에이티넘파트너스의 대표와 계열사인 뉴그로브파트너스, 에이지벤처스의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각자대표 체제가 7년차를 맞으며 두 각자대표의 시너지도 발휘되고 있다. 에이티넘성장조합2023의 해외출자자 유치에는 이 대표의 해외 네트워크가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글로벌을 정조준하고 있는 만큼 시너지는 더 커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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