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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R&D 인사이더스]'미워도 다시' 신라젠, 항암바이러스 단점극복 'SJ-600'오근희 연구소장 "CD55로 기존 치료제 한계 극복…AACR서 2건 발표"

차지현 기자공개 2024-03-14 08:59:34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2일 15: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적군으로 적을 무찌른다.' 바이러스를 활용해 암을 치료하겠다는 노력은 꽤 오랜 기간 이어져 왔다. 항암 바이러스 연구가 처음 시작된 시기는 196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암 환자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후 갑자기 병세가 호전되는 사례가 속속 나오면서 수많은 과학자들이 관련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제껏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는 단 한 개에 불과하다. 투여 방식이나 내성 등이 문제가 되면서 쉽지 않은 도전으로 여겨졌다. 일찍이 시장 개척에 나섰던 신라젠 역시 난관을 극복하지 못했다. 해당 파이프라인 임상 실패로 존폐의 기로까지 내몰리기도 했다.

한 차례 뼈아픈 실패를 겪었지만 신라젠은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새로운 도약의 중심에 있는 게 바로 자체 개발한 항암 바이러스 플랫폼 'SJ-600'이다. 세계 3대 학회 포스터 발표로 채택되는 등 최근 들어 성과를 부쩍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더벨은 항암 바이러스 파이프라인 연구개발(R&D) 구심점인 오근희 연구소장(사진)을 만나봤다.

◇CD55로 '중화항체 생성 및 IV 투여 보체 공격' 극복

신라젠 입장에서 항암 바이러스는 정체성이나 다름없다. 시가총액을 10조원까지 치솟게 했다가 존폐 위기로까지 내몰리게 한 게 바로 '펙사벡', 항암 바이러스 기전이다. 암세포만 공격하도록 변형한 바이러스를 이용해 암을 치료하겠다는 아이디어다. 정상 세포엔 해를 가하지 않으면서 암세포만 용해한다.

문제는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였다. 백신과 마찬가지로 항암 바이러스를 투여하면 우리 몸의 면역반응에 의해 중화항체가 생성된다. 여러 번 투여할수록 효능이 사라진다. 통상 세 번 정도 항암 바이러스를 투여하면 이후부턴 악효가 나타나지 않는다.

투여 방식도 넘어야 할 관문이었다. 대부분 항암 바이러스 후보물질은 종양에 직접 주사하는 방식으로 개발 중이다. 유일하게 FDA 승인을 받은 항암 바이러스 신약인 미국 암젠의 흑색종 치료제 '임리직'도 종양 내 직접 주사한다.

다만 전이암이나 크기가 작은 암 등 주사하기 어려운 곳에 종양이 있으면 직접 주사 투여는 불가능하다. 과정이 까다로워 환자 선호도도 낮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정맥주사(IV) 방식을 고민했으나 몸속에서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단백질(보체)이 걸림돌이 됐다. 종양에 도달하기 전에 바이러스가 보체에 잡아먹혀 대부분 사라졌다.


항암 바이러스의 중화항체 생성 그리고 IV 투여의 혈중 보체 공격 문제를 모두 해결한 게 SJ-600 시리즈다. 보체 공격을 무력화하는 단백질 CD55를 바이러스 표면에 발현시켰다. 혈액 내에서 안정적으로 항암 바이러스가 살아남도록 우리 몸이 항암 바이러스를 외부 물질이 아니라고 인식하게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오 연구소장은 "보체로 인해 IV로 투여하면 효능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기존 항암 바이러스 문제만 해결해도 효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봤다"며 "항암 바이러스의 가장 큰 허들인 중화항체까지 극복하면서 10~20번 투여해도 효과를 내는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펙사벡의 근원인 백시니아 바이러스 균주, 그 중에서도 와이어스(Wyeth) 균주를 사용한다는 점도 SJ-600 시리즈의 강점으로 내세웠다. 백시니아 바이러스는 이미 천연두 백신을 통해 안전성이 검증됐다. 또 와이어스 균주는 사람 암세포 감염에 우월한 능력을 보이기에 실제 인체 대상 임상에서 더 우수한 결과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경쟁력 입증 사활, SJ-600 연구 2건 모두 AACR서 발표

기존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점에서 SJ-600 시리즈를 향한 시장의 기대는 크다. 특히 회사 정체성을 유지하고 나아가 존속성과도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SJ-600 플랫폼은 큰 의미를 지닌다.

그렇다면 자체 개발 플랫폼으로 재도약 기반을 마련한 신라젠은 이제 진짜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신라젠의 답은 명확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넉넉잡아 3년이면 본임상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전임상 단계에서 기술수출 등도 적극적으로 타진할 계획이다. 다만 빨리 성과를 올려야 한다는 조급함 탓에 파이프라인 가치를 낮추지 않겠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오 연구소장은 "항암 바이러스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생산 및 독성 실험 등에 필요한 기간을 고려하면 3년 내 임상 1상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적정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로 플랫폼 가치를 높이고 최대한 많은 파트너사와 접촉할 예정"이라고 했다.


자신감의 근거는 단연 데이터다. 최근 SJ-600 시리즈 연구 결과 두 건이 모두 미국암학회(AACR) 2024 포스터 발표로 채택됐다. AACR은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와 유럽종양학회(ESMO)와 더불어 암 분야 세계 3대 학회로 꼽히는 최고 권위 암 학회다. SJ-600 시리즈의 경쟁력을 국제 무대에서 공식적으로 증명하게 된 셈이다.

첫 번째 연구에선 면역적격 유방암 마우스 모델에서 SJ-600 시리즈를 반복 투여 시 중화반응을 회피해 항암 효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걸 입증했다. 또 다른 연구를 통해선 간 전이 대장암 마우스 모델에서 IV 방식의 SJ-600 시리즈가 전이성 악성종양에도 뚜렷한 항암 효능을 나타낸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는 "바이오벤처의 파이프라인 관련 연구가 메이저 학회에서 복수로 채택됐다는 걸 회사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라면서 "반복 투여했을 때 중화항체를 회피하거나 간 전이 대장암 마우스 모델에서 IV 방식 투여 시 거의 생간으로 회복시키는 전임상 결과를 보고 놀랍다는 반응이 많이 왔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선 항암 바이러스가 대세로 자리 잡은 면역관문억제제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도 전망했다. 면역관문억제제는 뛰어난 항암 효과를 내지만 20% 내외 환자에게만 약이 듣는다는 단점이 있다. 종양 내 만성적인 면역억제 미세환경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는 "SJ-600 시리즈는 T세포 반응을 유도하는 동시에 선천면역체계를 활성화함으로써 면역억제 미세환경을 극복, 면역관문억제제의 낮은 반응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이번 AACR 포스터 발표에서도 전이암에서 종양 내 면역 환경을 면역반응이 활발한 암(hot tumor)으로 변화시킨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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