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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배상 후폭풍]누가 먼저 배상에 나설까 ‘눈치게임’③재무부담·판매환경 왜곡 우려…배상안 수용비율도 골머리

고설봉 기자공개 2024-03-18 12:44:58

[편집자주]

금융감독원의 홍콩 H지주 ELS 배상안이 발표되면서 판매사들이 느끼는 압박도 커졌다. 당국이 나서 배상을 권고하는만큼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내부적 부담이 크다. 매번 소비자피해를 배상하면 향후 상품 판매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또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가운데 떠안아야할 유무형적 부담도 상당하다. 장기로 예상되는 배상 기간에 따른 영업력 타격도 불가피하다. ELS 배상안에 따른 판매사 영향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4일 14: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홍콩 H지수 ELS 부실 이슈를 해소하기 위한 공을 넘겨받은 판매사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배상안이 나왔지만 판매사들은 이를 얼만큼 수용할지 저울질하고 있다. 최대한 보수적으로 배상에 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무적으로나 상품 판매환경의 왜곡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어느 판매사가 먼저 배상에 나서고 전체 배상액 규모를 확정할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실질적으로 먼저 배상에 나서는 판매사의 상황을 기준으로 전체 판매사들의 배상 기조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KB만 바라보던 판매사들…충당금 선반영 논의도

지난해 홍콩 H지수 ELS 문제가 불거질 당시 모든 판매사들의 시선은 KB국민은행에 쏠렸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홍콩 H지수 ELS는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등 은행 5곳과 한투·미래·삼성·KB·NH·신한 등 증권사 6곳 등 11곳의 금융사를 통해 팔렸다. 판매규모는 2023년 12월말 잔액 기준 총 18조8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국민은행의 판매잔액은 8조1972억원으로 전체 판매 잔액 중 53.2%를 기록했다. 이를 걔좌수로 환산하면 약 12만9000여 계좌다. 판매 규모가 큰 만큼 국민은행은 ELS 이슈의 중심에 섰다.

자연스럽게 국민은행의 이슈 해소 전략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국민은행이 배상을 할 것이지, 배상 규모는 얼마로 정할 것인지, 배상에 따른 재무부담을 어떤 식으로 와화할지 등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특히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이 대규모 검사를 예고하면서 국민은행의 부담감도 커졌다.

지난해 말 국민은행 안팎에선 사전에 충당금을 일부라도 적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내부적으로도 선제 충당금 적립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부실 사태 여파가 있었던 과거 DLF와 라임펀드 사태를 지켜봐왔던만큼 사전적으로 충당금을 쌓는 것이 재무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국민은행은 충당금을 쌓은 만큼 충분한 재무여력을 갖추고 있었다. 사상 최대 호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경쟁 금융지주와 격차도 크게 벌린만큼 충당금을 쌓는데 부담이 덜했다. 지난해 KB금융은 순이익 4조6319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국민은행 순이익은 3조2615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선제적으로 충당금 적립에 나서지 않았다. 금감원 검사가 예고된 상황에서 충당금을 적립한다는 것은 불완전 판매를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검사 결과가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소비자 배상에 나선다면 곧바로 위기다.


◇당국의 배상기준 마련…판매규모 상관없이 선뜻 나설 수 없어

올해는 상황이 보다 분명해졌다. 금감원이 홍콩 H지수 기초 ELS 관련 분쟁조정기준(안)을 제시함에 따라 배상비율 산정의 근거가 마련됐다. 판매사마다 개별 소비자와 분쟁의 여지는 있지만 배상안에 따라 기준이 정해진만큼 분쟁의 범위가 무한정 넓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현재 각 판매사들은 배상안에 대한 검토와 자체적인 소비자 구제책을 정리하고 있다. 각 사마다 또 각 고개마다 상황이 제각각이어서 실제 배상 규모도 다르다. 또 내부적으로 의사결정과 재무적인 이슈 등에 따라 배상 시기도 조절될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어느 한 곳이 먼저 나서 대대적으로 배상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상호 눈치를 보면서 금감원 배상안을 소비자에게 안내하는 등의 소극적인 행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괄적으로 배상에 나서는데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특히 판매 규모와 상관 없이 배상을 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우려가 있다. 불완전 판매 등 위법 여부가 아직 명확해지지 않았다. 금감원 검사가 이뤄졌고 중간 발표가 있었을 뿐 개별 금융사별로 제재가 확정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배상에 나선다면 각 판매사 스스로 불완전 판매를 인정하는 꼴이다. 금감원이 사적화해 정도를 제재의 감경요소로 삼겠다고 했지만 실제 위법 요소가 있었는지 여부를 조금 더 가려봐야 한다는 의견도 크다.

또 비교적 위험도가 낮고 일반화된 상품을 팔았음에도 원금손실 발생을 이유로 배상에 나서는 것에 대한 부담도 크다. 향후 비이자상품 판매 환경 자체가 왜곡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다. 비이자상품에 대한 투자자 책임을 시장에 각인시킬 필요성이 크다는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규모와 상관 없이 배상이란 용어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크고 금감원 배상안이 나왔지만 여전히 불완전판매 등에 대한 입장은 다르다”며 “재무부담과 향후 상품판매에서의 투자자책임 등에서 잘못된 선례가 될 수 있어 선뜻 먼저 배상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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