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영풍과 헤어질 결심]이제는 사라진 동업의 상징 '서린상사'1984년 설립 후 같은 지배구조 유지…고려아연, 이사회 장악 후 대표 교체 수순
이호준 기자공개 2024-03-27 09:20:24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6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금이야 분쟁이 발생했지만 고려아연과 영풍이 지난 70여년간 불협화음을 피할 수 있었던 건 단연 '경영 체제' 덕분이다. 그동안 영풍그룹은 최씨 집안이 전반적인 고려아연 경영을 맡고, 장씨 집안은 보유한 지분으로 그룹의 경영권을 주로 뒷받침해 왔다.이러한 '동업 룰'은 지난 수십년간 고려아연과 영풍의 비철금속 수출·입 사업을 공동으로 수행해 온 서린상사에서 잘 드러난다. 특히 서린상사에서는 최씨 집안이 66%를 보유해 최대주주지만, 회사 경영은 지분율 33%인 장씨 집안이 맡아 왔다.
일단 지배구조 자체는 1984년 설립 직후 구축됐다. 당시 자본금 15억원으로 설립된 서린상사 지분 구조는 고려아연(33.33%)과 최윤범 현 고려아연 회장 및 그 특수관계자(33.33%), 장형진 현 영풍 고문 및 그 특수관계자(33.33%) 등으로 구성됐다.
고려아연은 총지분 66%라는 숫자 안에서 변화만 있었다. 고려아연은 2006년 6~8월 고(故) 최기호 고려아연 창업주의 장·차남인 최창걸·최창영 명예회장 등으로부터 지분 16%를 넘겨받았다. 그리고 최씨 집안을 포함해 지금까지 같은 지분(66%)을 유지 중이다.
장씨 집안도 총지분 33%의 안에서 이름만 달라졌다. 장씨 집안은 서린상사 설립 이후 2010년대 중반까지 지분 33%를 고(故) 장병희 영풍그룹 창업주의 장남과 차남인 장철진 전 영풍산업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이 반으로 나눠 갖고 있었다.
현재는 장철진 전 영풍산업 회장의 별세(2018년)와 장형진 고문의 지분 양도(2021년) 등을 거쳐 장형진 고문의 차남 장세환 서린상사 대표(8.81%)와 영풍(7.85%)을 비롯해 영풍개발(10%), 영풍문화재단(5%) 등이 나눠서 서린상사 지분을 들고 있다.
동업 정신이 가장 빛나게 된 건 2010년대 중반 이후다. 서린상사는 이전까지도 고려아연과 영풍의 비철금속 수출·입 사업을 도맡았다. 양측이 판매와 원료 매입 단계에서 어느 정도의 일을 같이 해 왔지만 최종 의사결정은 전문 경영인이 내리는 구조였다.
그러다 2014년 장형진 고문의 차남이 서린상사 경영 전면에 나섰다. 1980년생인 장세환 서린상사 대표는 그전까진 회사에서 해외 영업을 담당했다. 그는 이후 대표이사직에 올라 지금까지 고려아연과 영풍의 비철금속 판매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아 왔다.
고려아연은 장세환 대표의 경영방침을 대체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모두 6인으로 구성된 서린상사 이사회에 자사 측 인사 3인을 둬 오긴 했지만, 두 가문의 오랜 동업 역사처럼 최대 지분으로 장세환 대표의 의사결정을 뒷받침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최근 고려아연이 서린상사 이사회를 장악하기로 하면서 더 이상 동업의 의미를 되짚는 일은 어렵게 됐다. 두 집안이 지분 다툼까지 벌이는 상황이라 고려아연은 앞으로 서린상사의 사업을 영풍의 이익으로 귀결시키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서린상사를 이끌었던 장세환 대표도 추후 '해임'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린상사의 경영권을 쥐기로 한 고려아연은 사실상 어떻게든 판매권을 자기 쪽으로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새 대표를 자사 측 인사로 선임할 전망이다.
시장 관계자는 "고려아연 측 인사들로 이사회가 채워지게 되면 대표이사 교체 건은 다가올 수순"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코스닥 리빌딩 리포트]1000억 CB 공수표 날린 퀀타피아, 공개매각 추진
- 올리패스 잠재 대주주 사내이사로…수익성 확보 총력
- '대유타워 매각' 대유위니아, 새 원매자 찾기 시동
- GA '전성시대' 계속되려면
- [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KB손보, 부채항목 개선…상품 포트폴리오 효과는 못봤다
- [보험 패러다임 시프트]삼성생명의 제3보험 공략, 'CSM 확보'에 방점
- [한화생명 글로벌 은행업 도전기]해외 진출 주역 김동원 사장, '인도네시아' 선택한 이유
- [보험 패러다임 시프트]DB손보, 선제적 대응으로 일궈낸 '이익 체력'
- [외국계 보험사는 지금]ABL생명, 보험료 감소에도 기업가치 제고…올해는 '건강보험'
- 하나저축, 분기 흑자 전환…충당금 여파는 '여전'
이호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Red & Blue]은둔의 풍산, 이제는 스포트라이트 중심으로
- [뉴 포스코 승부수]10년 전 배운 그대로, 새 실세도 뜬다
- [Earning & Consensus]호실적에도…KAI, 허리띠 졸라매야 하는 이유
- [Earning & Consensus]금호타이어 최대 실적 이끈 '고인치 타이어'
- [뉴 포스코 승부수]'넘어야 할 산'…장인화식 구조조정은 어떻게
- [뉴 포스코 승부수]이차전지 '적기 투자' 예고한 철강맨의 속뜻
- [뉴 포스코 승부수]취임 한달 차에 돌아본 '코스트 이노베이션'
- [퍼포먼스&스톡]꺾여버린 기세에…포스코홀딩스, '자사주 소각' 카드 재소환
- [Earning & Consensus]컨센서스 웃돈 한화오션, 연간 '흑전'도 이룰까
- [On the move]인재 찾는 한화모멘텀, '독자 경영' 채비 본격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