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3월 28일 07시4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최근 성과가 눈에 띈다. 2020년 미국 시장에 출시한 지 3년 만에 신규 환자 처방 수 1위 뇌전증 치료제로 등극했다. 작년에 미국에서 세노바메이트로만 벌어들인 금액은 2708억원에 달한다.미국 시장에서 세노바메이트의 성장은 상징적이다. 국내 기업의 의약품 해외 직판 가능성을 처음으로 입증했다. 셀트리온 등이 유럽 직판에 나서면서 지금이야 낯설지 않은 전략이 다. 하지만 세노바메이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받았을 당시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이전까지 국내 기업이 해외 그중에서도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신약을 직접 판매하는 건 불가능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미국은 국내와 보험, 약가제도, 유통구조 등이 다른 데다 보수적인 의료진을 설득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른 조직문화를 경험한 현지 영업사원을 관리하기도 쉽지 않다.
SK바이오팜은 어떻게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어 냈을까. 얼마 전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으로부터 영업비밀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는 흥미로운 일화를 소개했다.
현지 영업사원과 판매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발표 전 이 사장은 3명의 사원을 연단으로 불렀다. 모두 갓 아이를 낳은 사원들이었다. 그는 이들에게 아이 이름을 한글로 새긴 도장을 각각 나눠줬다. 값비싼 선물은 아닐지라도 직원 입장에선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는다.
이게 다가 아니다. 이 사장은 미국 내 10개 세일즈 지점 내 150여명 직원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고 있다. 영업사원 자녀의 생일이나 대학 합격 소식 등 경사가 있으면 직접 선물을 챙긴다. 이번 부활절엔 방탄소년단(BTS) 앨범을 보낼 계획이다. 자연스레 일할 맛이 나는 환경을 조성한 셈이다.
그의 리더십은 일종의 넛지다. 넛지는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란 뜻이다. 보상 또는 벌을 주는 하수의 방법이 아닌 동기를 부여해 자발적인 행동을 이끌어내는 고수의 방법이다. 개인에겐 선택의 자유를 더욱 부여하는 동시에 적은 비용으로 편익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뛰어나다.
세노바메이트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미국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다음 직판 타깃 국가로 중국을 낙점했다. 중국 역시 국내 제약 기업의 성공 사례가 거의 없는 개척해야 할 시장이다. 특유의 규제 환경과 문화를 보유한 중국에서 이 사장이 어떤 형태의 넛지 리더십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후 SK바이오팜이 또 한 번 새 역사를 기록할 수 있길 기대하고 또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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