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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the Musical]쇼노트의 '개천용' <헤드윅>, 20년 진기록 비결은'주류 경계 허물었다', 대학로 소극장부터 샤롯데씨어터까지 흥행가도

이지혜 기자공개 2024-04-08 09:30:10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5일 09: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뮤지컬 <헤드윅>은 경계에 도전한다. 베를린 장벽에 가로막힌 1988년 동베를린과 미국을 배경으로 억압과 자유 사이를 오간다. 주인공인 헤드윅(Hedwig)은 트랜스젠더이자 드랙퀸으로서 남성과 여성의 경계에 서 있다. 자유를 갈망해 가발을 썼지만 애인에게는 가발을 금지, 떠나지 못하도록 억압하는 그의 이중성도 극을 관통한다.

작품의 테마는 작품의 형식도 지배한다. <헤드윅>에서 특히 돋보이는 무대적 특징은 극과 현실, 무대와 관중의 경계를 허문다는 점이다. 극의 막이 오름과 동시에 헤드윅으로 분한 배우가 객석에 뛰어든다. 그리고 관객과 직접 소통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관객은 뮤지컬 <헤드윅>의 관람자인 동시에 작품 속 ‘헤드윅’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뉴욕 밀레니엄 극장에 발걸음한 이들이기도 하다. 때문에 다른 작품처럼 무대와 객석이 단절되어 있지 않다. <헤드윅>에서 관객은 작품의 구성요소이며 무대와 객석의 심리적 거리가 매우 가깝다.

<헤드윅>이 스테디셀러에 오른 힘이다. 배우와 관객이, 무대와 객석이 경계를 허물고 어우러진 덕분에 관객들은 ‘헤드윅’의 감정에 오롯이 이입할 수 있었다. 트랜스젠더, 드랙퀸, 동독과 서독, 미국 뉴욕의 외진 클럽 등 낯선 소재와 배경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관객들이 <헤드윅>을 사랑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역시’ <헤드윅>, 흥행가도 달린다

뮤지컬 <헤드윅>의 14번째 시즌이 3월 22일 샤롯데씨어터에서 막을 올렸다. 늘 사랑받았고 항상 특별했던 <헤드윅>이지만 이번 시즌의 의미는 남다르다. 한국 공연 20주년을 맞았다.

<헤드윅>을 향한 관객의 반응은 뜨겁다. 1차 티켓 오픈 기간이 되자마자 조정석 배우가 헤드윅으로 출연하는 공연이 모두 매진됐다. 다른 공연들도 인기를 끄는 것은 마찬가지다. 매진 속도가 다를 뿐 <헤드윅>의 티켓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 1분기 뮤지컬 총 티켓예매액 기준으로 <헤드윅>은 3위에 올라 있다. <헤드윅>의 티켓 오픈 시기가 1월 31일인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수치다. 1월 31일부터 이달 4일까지 총 티켓예매액을 살펴보면 <헤드윅>이 1위에 올라 있다.

이는 극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유연석 배우가 헤드윅으로 분한 이달 3일, 오후 3시 공연도 거의 매진됐다. 평일 낮인데도 <헤드윅>을 보려는 관객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투자를 맡은 롯데컬처웍스에서도 <헤드윅>의 관객 동원력을 인정,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롯데컬처웍스는 <헤드윅>이 공연되는 기간 샤롯데씨어터의 레스토랑 몽드샬롯에서 <헤드윅>을 테마로 식사를 제공한다. 극의 흐름에 맞춰 식사를 즐기다가 결말은 극장에서 확인하는 방식이다.


◇쇼노트의 색깔 만들어준 <헤드윅>

쇼노트에게 있어서 <헤드윅>은 색깔을 만들어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이야 세계 최다 공연, 최다 관객 기록, 전회 전석 기립 등 각종 기록을 세운 <헤드윅>이지만 20여년 전 라이선스를 한국에 들여올 때만 해도 <헤드윅>은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작품이었다.

당시만 해도 <헤드윅>은 브로드웨이에 입성하지도 못했다. 1994년 뉴욕 맨해튼의 작은 록 클럽에서 첫 선을 보이다가 2014년 브로드웨이 벨라스코 극장에 입성한 게 <헤드윅>이다.

미국에서 공연된 <헤드윅>이 토니상, 드라마 데스크상 등을 받으며 지금은 메인스트림 공연이 됐지만 이건 쇼노트가 라이선스를 취득한 지 10년이나 지나서 이뤄진 일이다. 더욱이 소재나 주인공의 개성, 배경 등은 한국 관객에게 낯선 소재였다.

그러나 쇼노트는 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콘서트 등을 통해 노하우를 쌓아온 쇼노트인 만큼 락 콘서트 형식을 표방하는 <헤드윅>의 매력을 살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판 <헤드윅>이 2005년 250석 규모의 대학로 라이브극장에서 막을 올린 배경이다.


◇대학로 소극장에서 샤롯데씨어터까지, 20년의 '진기록' 비결은

소규모 객석에서 시작한 <헤드윅>이었지만 오히려 극의 특성에 잘 맞았다. 관객과 호흡이 극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헤드윅>은 표면상 헤드윅과 이즈학 등 두 인물이 극을 이끄는 2인극 형태지만 사실상 1인극이나 다름없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락가수인 헤드윅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식으로 극을 이끌고 관객의 호응을 유도한다.

덕분에 <헤드윅>은 2005년에만 상반기, 하반기에 걸쳐 두 차례의 시즌을 성료했고 2006년 시즌3를 거쳐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네 번의 시즌을 420석 규모의 KT&G 상상아트홀에서 공연했다. 여기에서도 성공을 거둔 <헤드윅>은 500석 규모의 백암아트홀 무대에 올랐고 2016년부터는 대극장에 진출했다.

그러고도 승승장구해 <헤드윅>은 2016년부터 2019년 시즌12까지 700석 규모의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2021년에는 1200석 규모의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올해에는 국내 최고의 뮤지컬 전용 극장이라 불리는 샤롯데씨어터에서 막을 올렸다. 이를 가리켜 이성훈 쇼노트 대표이사는 “개천에서 용이 난 격”이라고 말한다.

극장 규모의 확대는 제작사인 쇼노트에게 위기이자 기회였다. 대형작품으로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을 기회였지만 소형 극장에서 이뤄낸 관객과 호흡, 무대를 향한 몰입도를 대극장에서 어떻게 이뤄내느냐가 관건이었다.


쇼노트는 이를 영리하게 풀어냈다. 배우가 관객 입출입구에서 등장해 객석을 뛰어다니는 것으로 동선을 짜고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했다. 대량의 안개를 뿜어내 조명을 밝고 화려하게 연출했다.

또 3개월에 걸쳐 그린 각종 영상이미지를 활용해 실제 무대와 영상의 경계를 허물었다. 무대 전면, 상부에 있는 스크린을 활용해 마치 콘서트처럼 배우의 얼굴 등을 조명해준 점도 주효했다.

쇼노트의 노하우가 십분 발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쇼노트는 20년 동안 뮤지컬 제작 등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동시에 K-Pop(K팝) 스타의 콘서트 등도 맡아 지휘하고 있다. 두 장르의 공연사업을 모두 영위하는 만큼 그간의 노하우가 집대성된 게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 <헤드윅>이라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극장에서 공연되기 시작한 건 2021년이지만 당시에는 코로나19로 <헤드윅>의 진가를 발휘하기가 어려웠다”며 “이번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되는 <헤드윅>이야말로 대극장에서 관객과 소통을 극대화하면서 매력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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