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4월 12일 07시1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동제약그룹 신약개발 R&D 스핀오프 유노비아의 발걸음이 멈춰선다. 분사 후 반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조직을 대거 축소키로 결정했다. 사방에 봄기운이 완연한데 회사 안엔 구조조정 찬바람이 불어닥쳤다.내부에선 이 상황을 전혀 예상 못한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의 불만이 곳곳에서 표출된다. "고지까지 겨우 '1미터' 남았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는 게 화가 난다"며 정리해고 소식을 접하고 꽤 격정적인 불만을 토로한 이들도 적잖다.
그러나 방도가 없다. 유동성이 말라버린 바이오벤처를 영속하는 건 결코 다다를 수 없는 무지개를 잡으려는 일이다. 또 아무리 뜻이 숭고해도 이 시대와 시국에 임직원에 무급봉사를 요구할 수도 없다.
유노비아의 도전은 어디서부터 스텝이 꼬인 걸까. 아직 완전한 끝맺음이 아닌만큼 평가가 조심스럽지만 짚어봐야 할 부분이 몇 가지 눈에 띈다. 먼저 기술과 물질의 좋고 나쁨을 떠나 설립 후 시장에서 수백억원을 조달하겠단 계획이 시장 상황과 '핏'이 맞지 않아 보인다.
국내 비상장 바이오 펀딩 역사상 시드 투자로 100억원 이상을 조달한 기업 자체가 없다. 시리즈A로 범위를 넓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해당 라운드로 620억원을 모은 알토스바이오로직스 사례가 있으나 '아웃라이어'에 가깝다. 정말 투자유치를 잘했다 해도 300억원 이상을 조달하기 힘들다.
유노비아는 국내 제약업계의 신약 R&D 역사를 바꾸기 위한 오너의 용단에서 출발했다. 이 자체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위대한 도전과 항해에 나선 전초기지의 재무 체력이 반 년만에 캐시번을 직면할 수준이었단 건 꽤 난해한 지점이다.
신약개발 바이오벤처 경영은 달리기처럼 거리가 정해져 있거나 완주를 정의내릴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또 십수년이 걸리는 상업화 전까진 라이선싱 외엔 답이 없는 이 바닥에서 거의 다 왔다는 건 한 게 없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남은 거리 1미터가 42.195km의 마라톤에서 남은 거리일지, 달팽이 경주에서 1미터인지도 알 길이 없단 뜻이다.
자급자족을 전제하는 중세 장원경제에선 식량난이 시작되면 으레 옆 영주와 전쟁을 일으키는 영주들의 사례도 떠오른다. 승리나 영토 확보 하다못해 약탈이라도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가 아니다. 전쟁에서 사병 즉 사람이 죽을수록 영지 내 호구(戶口)가 줄어들어 고정비용을 경감할 수 있어서다.
물론 유노비아의 길을 중세시대의 비정한 행보와 등치하는 것은 상당한 비약이다. 그러나 어쨌든 유노비아는 기약을 알 수 없는 동면을 앞뒀다. 오너 3세 윤웅섭 부회장이 윤용구 선대회장의 '길(via)'이자 창업정신인 신약개발 유지를 잇는 데 최선을 다했기에 더 아쉽다.
윤 부회장이 사감에 휩쓸리지 않고 이른 시기 심기일전하길 바란다. 어설픈 위로 대신 음모론을 깁고 더한 틈에 진심을 담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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