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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알리가 차린 1000원 밥상

홍다원 기자공개 2024-04-22 07:20:01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7일 08: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000원 딸기, 1000원 고구마, 1000원 계란.

중국 이커머스 업체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상품 전문관 '케이베뉴'에서 판매한 제품 가격이다. 3000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논산 딸기 750g, 해남 고구마 3kg, 유정란 60알이 장바구니에 담겼다.

알리의 강점인 극초저가 전략이 신선식품에 적용됐다. 시중 절반도 못 미치는 가격부터 무료 배송까지 공격적으로 과일·채소·수산물·육류 등 신선식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오픈마켓 형식으로 알리에 입점한 국내 중소 셀러 등이 주문을 받으면 소비자에게 제품을 직접 보내 준다. 알리에서 샀지만 국산 제품이 한국에서 배송되니 신뢰도를 높였다.

1000원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무섭게 오른 물가에 소비자들은 환호했다. 선착순에 들기 위한 팁들이 빠르게 공유됐고 신선식품들은 판매 후 10초 만에 매진됐다.

신선식품은 재구매율이 높은 시장이다. 한 번 사용한 플랫폼을 쉽게 바꾸지 않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기도 하다. 알리의 예상보다 빠른 신선식품 진출로 쿠팡·컬리·SSG닷컴·오아시스마켓 등 기업들이 바짝 긴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이 빗나갔다. 오히려 신선식품업계는 알리의 등장을 반겼다. 알리 신선식품에는 없는 자신들의 강점이 돋보일 수 있는 기회다. 이벤트성으로 알리를 이용할 수는 있겠지만 고객층 이동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선식품이야말로 주문 후 빠르게 배송돼 식탁에 올라오기까지의 고객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맛과 품질 등 서비스 차이가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알리는 신선식품 경쟁력인 직매입과 물류센터를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냉장 및 냉동 콜드체인 인프라도 구축해야 한다. 직접 보고 살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도 없다.

신선식품업계 관계자는 "1000원이라는 가격이 아니라면 알리에서 지속적으로 신선식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적을 것 같다"며 "비슷한 가격이라면 새벽배송이 가능하고 다양한 제품을 확보한 곳에서 장을 볼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극초저가 가격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알리는 '1000억 페스타'를 열고 1000억원을 전액 부담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투입한 금액이 큰 만큼 회수해야 할 비용도 만만찮다. 향후 지원 금액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다른 신선식품 업계 역시 시장 공략 초기에는 1원 식품, 1000원 식품 등 알리와 같은 마케팅 방식을 사용했다.

알리에서 산 식품이 자연스럽게 밥상 위에 올라오기 위해서는 가격이 아닌 다른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알리의 목적이 일회성 고객 늘리기가 아닌 신선식품 영역 확장이라면 말이다. 알리로 공산품은 살 수 있지만 내가 먹을 음식은 선뜻 사기 어렵다는 인식이 바뀔 수 있을지 주목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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