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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양자역학' 공부하는 CEO, 대성창투 주가 상승 이끌까코스닥시장 상장 25년 포트폴리오 따라 냉온탕…최근 AI, 양자컴퓨팅 포트폴리오 확대

유정화 기자공개 2024-04-22 08:17:23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7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

벤처캐피탈(VC) 대성창업투자 주가는 변동성이 큰 편입니다. 그간 '두나무', '크래프톤', '리디'를 비롯해 테마주 등과 묶이면서 주가가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해왔죠. 올해 들어서는 '시프트업'이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시프트업이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대성창투의 주가도 출렁이는 모습입니다.

대성창투의 16일 종가는 1965원을 기록했습니다. 시프트업의 실적이 공시된 이달 1일 대성창투 종가는 2210원을 기록했고, 이튿날부터 주가는 2000원 아래에서 떨어져 횡보하고 있죠.

시프트업의 실적은 시장의 예상을 웃돌았습니다. 지난해 매출은 1686억원으로 전년 대비 155%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11억원으로 508% 급증했습니다. 당기순손익은 71억원 적자에서 1067억원으로 흑자로 전환했습니다. 모바일 슈팅 게임 흥행작 ‘니케: 승리의 여신’이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영향입니다.

투자한 포트폴리오 기업이 호실적을 기록했는데, 주가는 왜 하락한 걸까요? 답은 대성창투의 지분율에 있습니다. 시프트업은 이번 감사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주주 현황을 공개했는데요.

김형태 대표 및 특수관계자가 지분 45.19%를, 텐센트 자회사 에이스(ACEVILLE PTE. LTD.) 40.06%, 카카오 성장나눔게임펀드(1.96%), KIF-카카오 우리은행 기술 금융펀드 1.25%로 나타났습니다. 기타는 11.54%를 차지했죠. 대성창투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성창투가 시프트업에 얼마나 투자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렇다 보니 대성창투의 주주 현황에서 없자 투자 규모가 매우 적거나 이미 회수한 것으로 판단해 대성창투의 주식이 매도세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대성창투 한 관계자는 "시프트업 지분을 보유한 건 맞는다"면서 "감사보고서에 표시하는 것은 회사(시프트업)가 결정한 내용이고, 지분율과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대성창투는 지난 2018년 시프트업에 투자했습니다. 당시 기업가치는 2000억원 수준이었죠. 시프트업은 최근 신작 '스텔라 블레이드' 시험판(데모)을 출시했는데, 이마저도 호평을 받으면서 시가 총액이 3조원에서 형성될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대성창투가 구주를 매각할 경우 10배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죠.

시프트업은 2013년 12월 일러스트레이터 출신 김형태 대표가 주축이 돼 창업한 게임 개발사입니다. 수년간 적자를 이어왔지만 ‘승리의 여신: 니케'로 그야말로 대박을 쳤습니다. 지난달 5일에는 한국거래소에 신규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Industry & Event

맥을 못추고 있는 주가와 달리 대성창투의 경영 실적은 지난해 더 개선됐습니다. 영업이익은 21억원으로 전년(10억원) 보다 2배나 늘었고, 벤처캐피탈 매출에 안전판 역할을 하는 관리보수도 40억원으로 전년(37억원) 보다 13억원 늘었습니다. 지난 2022년 설립 이래 가장 큰 규모인 1100억원 규모로 결성한 '대성 메타버스 스케일업투자조합' 덕을 봤죠.

이같은 실적이 주가를 끌어올리진 못했습니다. 벤처캐피탈 사업은 펀드 결성부터 투자, 회수에 이르기까지의 '선순환 투자구조'가 중요합니다. 자금을 조달해야 투자를 할 수 있고, 투자를 해야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으니깐요.

그러나 대성창투는 당분간 신규 펀드 결성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대성창투가 지난해 한국모태펀드, 한국성장금융의 출자 사업에서 잇따라 위탁운용사(GP) 지위를 반납해 대성창투의 출자 제한 페널티를 받았습니다. 모태펀드는 1년, 성장금융은 최대 3년이죠.

펀드레이징 때 마다 '큰손' 역할을 해온 정책 금융의 도움도 당분간 기대할 수 없게 된 셈입니다. 현재 대성창투가 운용하고 있는 12개 벤처조합 가운데 10개 펀드가 모두 모태펀드의 출자를 바탕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투자 혹한기 속 민간 LP 출자 확보도 쉽지 않습니다.

실적 보단 이같은 종합적인 상황이 주가에 반영된 게 아니냐 하는 의견이 있습니다. 한 VC 관계자는 "요즘 투자자들은 실적도 실적이지만 기사를 찾아보거나 정보를 취득하는 방식이 과거 보다 더 합리적"이라며 "시프트업 IPO 이슈는 긍정적이지만 GP 반납 이슈를 상쇄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Market View

1987년 설립된 대성창투 1999년 대구창업투자라는 이름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습니다. 1세대 벤처붐이 일던 당시 대구창업투자는 이름으로 코스닥시장에 등장했죠. 이후 인사이트벤처, 바이넥스트하이테크, 바이넥스트창업투자에 이어 현재의 대성창투에 이르기까지 네 번이나 간판을 바꿨습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대성창투에 대해 내놓은 리포트는 1개 있었습니다. KDB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이 2015년 작성한 '대성창투 2015년 하반기 IPO시장 활성화 기대주'라는 제목의 보고서입니다. 당시 대성창투 주가는 꾸준히 상승세를 그리고 있었죠.

김지영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증시 활황에 따른 IPO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으며, 기술특례 상장 기업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죠.

이어 "정부의 지속적인 벤처·창업 등 창조경제 지원정책에 따른 조합결성 증가로 안정적인 운용보수가 기대되고, 결국 투자 회수나 지속적인 수익 시현에 따른 배당여력 증가도 매력적으로 판단했다"고 했습니다.

기업의 IPO는 투자한 VC의 자금 회수를 의미합니다. 2022년부터는 금리가 오르면서 시장 유동성이 축소됐고, IPO 시장도 함께 위축되면서 투자금 회수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됐죠.

그렇다면 대성창투의 배당은 더 늘어났을까요? 아닙니다. 대성창투는 지난 2016년 12억원을 배당한 이후로 현금 배당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대성창투의 지분의 47.16%는 대성홀딩스가,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이 3.01%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Keyman & Comments

대성창투의 키맨은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사진)입니다. 지난해까지 공동대표 체제를 이어오다 이달부터는 단독으로 대성창투 대표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김 회장은 22년간 회사를 이끌어왔죠.

대성그룹 한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김 회장은 대성창투 투자 포트폴리오 검토를 위해 양자역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매년 포럼에 참석해 과학자들과 네트워크를 쌓고 있다고 하죠.

대성그룹이 매년 개최하는 '미생물 포럼'도 김 회장의 뜻이 피력된 결과입니다. 포럼은 바이오·인공지능(AI) 분야 석학들이 참석해 최신 연구 성과를 토론하는 자리인데요. 지난해는 '바이오기술 혁신의 코어 AI'를 주제로 최신 연구성과를 공유했습니다.

대성창투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김대현 CFO입니다. 회사 차원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어떤 계획이 있는지 문의했습니다. 김 CFO의 사내 번호는 공시에 나와있지만 취재를 통해 알게 된 개인 번호로 연락을 해봤습니다.

김 CFO는 "단기적이고 인위적인 주가부양 계획은 아직 없다"며 "장기적으로 수익률을 높이고 운용자산(AUM)을 확보해서 회사 수익성을 키우는 정공법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대성창투는 문화콘텐츠 분야 투자에 주력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엔 AI 플랫폼 기업 ‘래블업’, 양자컴퓨팅 소프트웨어(SW) 기업 ‘큐노바’ 등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김 CFO는 이어 "최근 상장이 기대되는 포트폴리오들에 대해선 회수 관리에 집중하고 있고, 회수는 적절한 시점에 의사결정이 중요한데 김완식 전무가 후배 심사역들에 자문·지시를 내리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완식 전무는 박근진 전 대표의 직무를 대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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