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E&S 합병 '승부수']유망주에서 리밸런싱으로, 기로에 놓인 E&S 수소사업명실상부 그룹 수소 '선봉'…이노·E&S 합병 시 우선순위 정리 가능
김동현 기자공개 2024-06-24 13:30:18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1일 07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은 한때 '따로 또 같이'를 기치로 계열사별 신사업 투자를 독려하는 분위기였다. 각사 이사회가 자율적으로 결정한 투자에 지주사나 그룹이 직접 개입하기보다 투자 성공 사례가 나오면 이를 통해 또다른 계열사의 사업과 시너지를 내겠다는 의도였다.수소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SK그룹이 친환경 그린 사업을 미래 에너지원으로 내걸자 SK이노베이션, SK E&S, SK가스 등 계열사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사업화 가능성을 검토하고 신규 투자에도 나섰다. 이중 가장 앞선 곳으로 평가받던 계열사는 다름 아닌 SK E&S다.
2025년 수소 공급능력 28만톤을 확보해 국내 1위 수소 사업자가 되겠다는 비전을 공포하고 기술 보유 기업 지분 투자, 생산시설 구축 등 사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다. SK를 대표하는 수소 계열사는 SK E&S라는 인식이 그룹 대내외적으로 공공연하게 퍼졌다.
그러나 지난해 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서든데스(돌연사)'를 언급하고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그룹 부회장을 그룹 의사결정 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선임하며 분위기가 급변했다. 그룹 전반의 사업 리밸런싱(재조정) 작업 속에 SK E&S의 수소 사업도 축소와 시너지 창출의 갈림길에 섰다.
◇수소 역량 집중된 E&S
그룹 지주사인 SK㈜는 2020년 초 수소사업추진단을 신설했다. 수소를 미래 에너지원으로 낙점하고 밸류체인 구축 및 투자 기회 확보를 위해 에너지 계열사 인력을 모았다. SK㈜와 SK이노베이션, SK E&S 등이 참여한 추진단의 단장 자리에는 추형욱 당시 SK㈜ 투자1센터장이 앉았다.
SK그룹은 추진단을 운영하기 전부터 SK E&S를 수소 사업 밸류체인의 핵심으로 꼽았다. SK E&S는 이미 연간 300만톤 이상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직수입하며 수소 밸류체인에 어느 정도 발을 담그고 있었다. SK E&S를 중심으로 한 수소 신사업에서 성과를 낼 경우 이는 곧 SK㈜의 성과(SK E&S 보유 지분율 90%)로도 연결될 수 있었다.
추 단장은 이러한 임무를 안고 2021년 SK E&S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SK E&S는 추 사장의 지휘 아래 수소연료전지업체 플러그파워 투자(2021년, 8000억원), 액화수소 설비 구축(지난달 준공, 7000억원) 등의 작업을 진행했다. 여기에 추가로 2026년 블루수소, 2030년 그린수소 등을 생산하겠다는 청사진도 그려진 상태다.
다만 이러한 수소 밸류체인이 수익성을 내기까진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당초 작년 말로 예상했던 액화수소 생산 개시 시점도 올해 5월로 약 반년 가까이 늦어지는 등 실제 상업화까지 거쳐야 할 단계도 많다. 그사이 투자 규모는 날이 갈수록 커지며 추 사장 부임 이후 SK E&S는 자본적지출(CAPEX)로 매년 1조원 이상을 들이고 있다.
◇수소 투자 멈칫한 이노, E&S 보조역할?
SK E&S가 앞장서서 수소 투자에 나선 반면 같은 수소사업추진단의 일원이었던 SK이노베이션은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진 않았다. 수소 암모니아 연료전지 기술을 보유한 미국 회사에 1047억원을 투자(2022년)한 사례도 있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사업화 계획을 세우진 않았다.
이 가운데 지난해 들어 매년 1000억원 내외의 금액을 수소 기술 개발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외부에 공개하기 시작했다. 이는 지난해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과정에 반영돼 SK이노베이션은 조달한 자금 중 924억원을 수소·암모니아 기술 및 사업 개발 목적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직은 검토 단계이긴 하나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그룹 내 수소 사업 창구를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다. SK E&S가 벌여놓은 수소 사업을 SK이노베이션이 이어받아 사업 시너지를 내는 등의 방식을 고려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그룹 전체로 놓고 봤을 때 리밸런싱 작업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SK그룹 내 독자적인 경영권을 인정받고 있는 SK디스커버리 계열의 SK가스에서도 수소 사업을 준비 중이다. 최태원 회장의 SK㈜ 계열 수소 사업, 최창원 부회장의 SK디스커버리 계열 수소 사업 모두 리밸런싱 후보에 오를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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