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the Musical]<젠틀맨스 가이드>, 피와 웃음으로 완성된 백작의 꿈6년 만에 네 번째 시즌…쇼노트, 코미디로 작품성과 대중성 노린다
이지혜 기자공개 2024-07-18 08:16:25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6일 14시0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09년 영국 런던 뒷골목의 밤. 낮은 신분으로 가난하게 살아가던 ‘몬티 나바로’는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자신이 고귀한 ‘다이스퀴스’ 가문의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본인이 백작이 되려면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 8명이 죽어야 하지만 아무렴 대수랴. 엄마에게 모질게 굴었던, 성격 나쁜 그들.“그래, 지렁이도 걷게 될지 몰라.” 몬티 나바로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주위 액자들과 주위 사람들이 “야, 꿈 깨라”하고 핀잔을 줘도 몬티 나바로는 흔들리지 않는다. 깨지기는커녕 꿈에 한 발 한 발 다가선다. 다가 설 때마다 사람이 죽어나간다는 게 흠이긴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신사를 위한 사랑과 살인 가이드』는 이렇게 완성된다.

◇네 번째 시즌, 더 새로워진 무대, 더 강력해진 웃음
쇼노트의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가 네 번째 시즌의 막을 올렸다. 2018년 11월 한국 초연을 시작으로 2020년 11월 재연과 2021년 11월 세 번째 시즌을 거쳐 3년 만에, 이번에는 여름에 돌아왔다.
규모도 한결 커졌다. 2018년과 2020년 초연과 재연까지만 해도 700석 규모의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을 진행했지만 세 번째 시즌부터는 1006석 규모의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하고 있다.
무대 연출도 업그레이드했다. 극의 막이 오르면 마치 책처럼 무대 전면에 3D팝업북이 펼쳐진다. 뮤지컬의 원작이 소설 『이스라엘 랭크: 범죄자의 자서전』인 데다 주인공이 자신의 살인과정을 일기형식으로 남긴다는 서사를 지니고 있어서다. 이는 원작과 극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무대의 세련미를 더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코미디 연출이다. 뮤지컬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다양한 장르의 뮤지컬 작품이 등장하고 있지만 코미디 장르를 보기는 쉽지 않다. 그것도 외국 코미디 작품을 국내에 들여오는 사례는 드물다. 그도 그럴 것이 서양과 한국의 웃음코드가 달라서다.
김동연 연출가는 “원래 ‘뮤지컬 코미디’라 불리던 쇼의 형태가 오늘 날의 뮤지컬이 된 것이기에 뮤지컬에서 코미디는 흔치 않은 장르가 아니라 기본이 되는 양식”이며 “고급스럽고 자연스럽게 관객에게 웃음을 전달하는 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젠틀맨스 가이드>가 6년 만에 4번째 시즌을 맞을 수 있었던 비결로 “서양식 유머 코드를 국내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우리만의 코드로 발전시킨 부분이 컸다”고 말했다.
배우진의 공로도 컸다. 사실 <젠틀맨스 가이드>는 탄탄한 스토리, 연출, 음악의 힘도 중요하지만 배우의 역량이 부각되는 작품이다. 코미디라는 장르적 특성상 연기와 움직임이 조금만 어긋나도 관객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어서다.
더군다나 다이스퀴스 가문의 후계자인 ‘다이스퀴스’ 역은 한 명의 배우가 9역을 소화, 일일이 다른 캐릭터를 묘사하며 다른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하며 관객에게 웃음을 줘야 한다. 작품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만큼 의상을 갈아입는 것조차 만만찮을 정도다. 정상훈, 정문성, 이규형, 안세하 배우가 해당 역을 맡아 열연했다.
정상훈 배우는 최근 열린 프레스콜에서 “외국작품의 웃음코드를 한국식으로 표현하기 위해 큰 틀만 남긴 채 모두 부수고 탑을 다시 쌓는 마음으로 연기했다”며 “관객을 웃기지 못하거나 너무 과하게 웃겨도 안 된다고 생각해서 농도에 맞게,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웃음을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다양성’ 추구하는 쇼노트, 코미디로 작품성 승부
<젠틀맨스 가이드>의 작품성은 이미 브로드웨이에서 정평이 났다. 2014년 전세계 최고 권위의 토니어워즈에서 10개부문에 노미네이트됐고 그 결과 △최우수 뮤지컬상 △최우수 극본상 △연출상 △의상디자인상 등 4관왕에 올랐다. 그해 드라마데스크어워즈에서도 6개부문, 외부비평가상에서 4개부문에서 수상했다.
쇼노트는 <젠틀맨스 가이드>가 회사의 작품 색깔에 부합한다고 판단헸다. 쇼노트는 해외 작품을 들여오거나 창작 작품을 올릴 때 가장 중시하는 기준으로 작품성과 함께 다양성을 내세우고 있다.

이성훈 쇼노트 대표는 “남들이 하지 않는 것, 남들이 들여다보지 않는 작품을 다양성의 관점에서 포용하고 한국 관객에게 소개하는 것을 좋은 작품의 기준으로 삼는다”고 말했다. 쇼노트의 킬러 콘텐츠 <헤드윅>과 <그레이트 코멧>도 다양성에 주안점을 둔 작품이다. <헤드윅>은 트랜스젠더를 소재로 삼았고 <그레이트 코멧>은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허무는 무대 구성으로 다른 작품과 차별화했다.
쇼노트의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젠틀맨스 가이드>는 한국에서도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2019년 남우조연상, 2021년 무대예술상, 2022년 프로듀서상을 받으며 선전했다.
대중의 호응도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젠틀맨스 가이드>는 뮤지컬부문 총티켓예매액 기준 주간순위에서 5위에 올라 있다.
<젠틀맨스 가이드>는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10월 20일까지 공연한다. ‘몬티 나바로’ 역에는 송원근, 김범, 손우현 배우가 캐스팅됐고 시벨라 홀워드 역으로 허혜진, 류인아 배우가 분했다. 피비 다이스퀴스 역은 김아선, 이지수 배우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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