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E&S 합병 '승부수']그룹 'AI 확장' 속 통합법인 역할은AI 시대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주목, 통합 '에너지솔루션' 준비
정명섭 기자공개 2024-07-25 08:17:55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3일 14시1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6월 경영전략회의에서 꺼낸 화두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였다. 기존 그룹의 역점 사업인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 중 체면을 세운 반도체를 뺀 나머지는 속도 조절 대상이 됐다. 현 상황에서 AI와 반도체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은 SK온발 재무부담이 커진 SK이노베이션 지원 목적이 핵심이지만 그룹의 AI 사업 확장 전략과도 일정 부분 맞닿아있다. 전력 소모가 큰 AI 생태계에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솔루션을 선보이는 기업이 되는 게 통합법인의 새 목표다.
◇AI 시대 전력 수요 급증에 주목
기업결합은 최소 5~10년 이상의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합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목한 미래 에너지 시장은 2차 에너지 시장으로 불리는 전기다.
2022년 말 미국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한 이후 빅테크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내놓은 생성형 AI는 소비하는 전력량이 기존 인터넷 서비스 대비 10배 이상 많다. 일례로 구글 검색 시 1회 평균 전력량은 0.3Wh인 데 비해 오픈AI의 챗GPT는 2.9Wh를 소모한다.
AI 연산의 핵심인 데이터센터의 2026년 글로벌 예상 전력 소모량은 620TWh(국제에너지 기구 추산)다. 2022년 대비 160TWh 증가한 수치다. 독일의 한해 전력 소모량이 490TWh(2022년 기준)인 점을 고려하면 매우 많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SK그룹 설명에 따르면 AI 서비스가 등장한 이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받고 싶다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와 석유화학 부문에선 사업 지위가 높지만 전기와 관련한 사업 역량은 부족하다. SK E&S는 국내 최대 LNG 발전 사업자다. 도시가스와 저탄소 LNG, 수소, 재생에너지, 에너지솔루션 등 전기를 생산하고 활용하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수 갖췄다.
SK이노베이션은 SK E&S를 품으면 석유에서 전기까지 과거-미래로 이어지는 모든 에너지 영역을 커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배터리 사업은 정유, 석유화학과 시너지를 내기 어려운 포트폴리오인데 SK E&S가 중간다리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깔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두 회사가 기술을 합하면 SK는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통합 SK이노 '에너지솔루션' 새 사업모델로
통합 SK이노베이션이 11월에 출범하면 양사의 주요 기술과 제품, 서비스를 묶은 에너지솔루션을 선보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각 사가 보유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액침 냉각 제품, 전력 운영 서비스 기술 등을 묶어 데이터센터 운영사나 전력 사업자, 완성차업체 등에 제공하는 식이다.
액침 냉각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 냉각 플루이드(기체와 액체 중간물질)를 활용해 데이터센터 서버를 식히는 방식을 말한다. SK이노베이션 산하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는 올해 하반기 데이터센터용 액침 냉각 제품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양사는 관련 사업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조만간 시너지 테스크포스(TF)를 꾸린다는 방침이다. 통합 SK이노베이션이 2030년에 예상한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0조원 이상이다. 이 중 1조7000억원을 전기 관련 에너지솔루션으로 거두겠다는 복안이다.
SK그룹은 향후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와 SK텔레콤 AI 데이터센터, SK이노베이션의 에너지솔루션을 AI 부문 3대축으로 육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HBM과 AI 데이터센터 부문의 경우 지난 경영전략회의에서 대규모 투자 계획이 발표됐다. 당시 SK하이닉스는 2028년까지 103조원을 투자하는 안을 발표했는데 이 중 80%인 82조원을 HBM 투자에 쓰겠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향후 5년간 AI 데이터센터에 3조4000억원을 투입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Market Watch]DN솔루션즈 이어 롯데글로벌까지, 대형 IPO '휘청'
- [롯데글로벌로지스 IPO]흥행 실패 우려, 결국 상장 철회로 귀결
- [AACR 2025]제이인츠 'JIN-001', 독성 최소화한 '저농도' 효능 입증
- [Financial Index/SK그룹]주가상승률 50% 상회, SK스퀘어 'TSR' 그룹내 최고
- 금호타이어, 분기 '최대 매출'…영업이익은 '주춤'
- 유지한 SKC CFO "트럼프 관세, 위기보다 기회"
- [i-point]신테카바이오, 'K-BioX 글로벌 SUMMIT 6' 참여
- 간추려진 대명소노그룹 선택지, '티웨이'에 집중
- [감액배당 리포트]제주항공, 신속한 885억 감액…배당은 못했다
- [중간지주 배당수익 분석]세아베스틸지주, 배당수익 3배 급증...분할회사도 첫 기여
정명섭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유지한 SKC CFO "트럼프 관세, 위기보다 기회"
- 제일기획, 비수기에도 호실적…'신·구 광고' 조화
- 미, 동남아 우회 중국 태양광 제재…빛보는 OCI홀딩스
- 에쓰오일 "미 관세 직접 영향 미미…글로벌 석유 수요는 줄듯"
- SK에코플랜트, SK온과 '닮은꼴'
- 'IPO 숙제' 남은 SK에코플랜트, SK머티리얼즈 품는다
- [효성티앤씨 밸류업 점검]'배당성향 20% 이상'...분사후 배당정책 첫 수립
- [Sanction Radar]중국·인니·태국산 'OPP필름' 반덤핑관세 2차 연장, 국내기업 안도
- 원가부담 커진 SGC에너지, 발전사업 '기대이하'
- '흑자전환' 한화솔루션, 미 주택용 에너지사업 실적 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