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7월 30일 07시3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8년 한국 정부의 10억달러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 과정에서 모인 글로벌 투자자의 주문은 약 57억달러. 청약 배수가 5.7배에 달한 것은 사상 최고 기록이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렸던 해였다. 1988년 이후 30년 만의 올림픽 개최에 이어 성공적인 외평채 발행까지 이뤄지면서 우리나라는 세계 무대에서 위상이 높아진 것을 자축했다.올해 대한민국 외평채는 또 한번 새 시대를 열었다. 선진 발행 방식으로 인정받는 SSA(Sovereigns·Supranationals & Agencies) 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발행에 성공하면서다. 수요예측 기간을 확대하고 최초 금리 제시 단계부터 목표금리를 비교적 명확히 제시하면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 국제기구, 정책금융기관 등 전 세계 우량 투자자를 유치하는 방식이다. 그간의 신흥국시장(EM)에서 벗어나 선진국시장(DM) 반열에 올라섰다는 의미를 지닌다.
외평채의 위상은 나날이 ‘월드클래스’가 되고 있는데, 조달 파트너로서 국내 증권사는 철저히 배제되는 모습이다. 올해 외평채 발행을 위해 기획재정부가 선정한 주관사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제외하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글로벌마켓증권 △HSBC △크레디아그리콜 등 외국계 증권사다. 지난 10년간 외평채 발행 과정에서 국내 증권사가 주관사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2014년 삼성증권, 2020년 미래에셋증권 등 두 번이 전부였다.
한 대형 증권사 본부장은 올해 목표 중의 하나가 외화채 발행 주관을 맡는 것이라고 했다. 국내 채권 시장, 특히 회사채 시장은 증권사 간의 주관 경쟁이 과열돼 ‘제 살 깎는’ 영업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기재부를 비롯해 공공기관·공기업의 외화채 주관사 입찰제한요청서(RFP)조차 받지 못할 때가 대부분이라고 토로한다. 정부가 ‘초대형 IB’ 자격을 부여한 증권사들에게라도 주관사 기회를 번갈아 제공했으면 한다.
정부도 이유는 있다. 공정성을 위해 RFP 배포 기준부터 주관사 선정 기준까지 훈령으로 정해뒀다. 다만 첫 관문인 RFP 배포 기준이 한국물(KP) 주관실적이다 보니 프레젠테이션(PT)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증권사 자체가 국내 1~2곳밖에 되지 않는다. 국내 증권사가 배제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AA’(S&P)로 영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일본(A+)보다 두 단계나 높다. 증권사의 주관역량에 연연하지 않아도 글로벌 투자자들을 모을 수 있는 ‘월드클래스’라는 의미다. 그 위상을 국내 증권사의 외화채 트랙레코드 육성에 활용한다면 더 많은 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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