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대해부]엔씨소프트에게 날개일까 족쇄일까①출시 26주년 여전히 수백억대 매출…리니지류 피로감에 역성장 분위기
황선중 기자공개 2024-09-20 07:34:23
[편집자주]
국내를 대표하는 게임 <리니지>가 출시 26주년을 맞이했다. 1998년 9월 출시 이래 장기 흥행을 이어오고 있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이용자의 경쟁을 부추기는 특유의 게임 구조 탓에 기존 이용자는 피로감을, 신규 이용자는 거부감을 느끼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리니지>가 엔씨소프트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주장마저 나온다. 과연 <리니지>는 엔씨소프트의 과거와 현재를 넘어 미래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2일 17: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엔씨소프트 대표작 <리니지>가 출시 26주년을 맞았다. 국내 게임산업 태동기를 이끌었던 1세대 게임이지만 여전히 연간 수백억원대 매출을 거뜬히 올리는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또한 <리니지>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하는 후속작은 나올 때마다 흥행 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후속작까지 모두 포함한 매출은 조 단위 수준이다.그러나 최근 <리니지> 시리즈를 둘러싼 분위기는 무겁기만 하다. 언제부터인가 게임 이용자 사이에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진 탓이다. 잘나가던 매출은 한풀 꺾였고 회사의 주가도 덩달아 내려 앉았다. 결과적으로 엔씨소프트는 26년간 애지중지 키웠던 게임을 안고 가면서도 한편으론 내려놔야 하는 역설을 마주하게 됐다.
◇1998년 9월부터 시작된 찬란한 역사
<리니지>는 1998년 9월 세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다수의 이용자가 동시 접속해 함께 즐기는 게임은 흔치 않았다. 기껏해야 그래픽 없이 문자로만 즐기는 채팅형 게임 수준이었다. 하지만 <리니지>는 1990년대 초반 연재됐던 동명의 만화 속 세계관을 접목해 게임에 그래픽을 입히며 차별화를 했다.
이용자의 반응은 뜨거웠다. 다수의 이용자 속에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경쟁하는 MMORPG 장르의 매력에 이용자는 빠져들었다. 때마침 불어든 피시방 열풍은 날개가 됐다. <리니지>는 출시 15개월 만에 국내 게임 최초로 누적 이용자 100만명 시대를 열었을 정도다. 그해 열린 '1998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는 대상까지 차지했다.
역사는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엔씨소프트는 2003년 후속작 <리니지2>를 내놓았다. 2D 그래픽이었던 원작보다 한 단계 진보한 3D 그래픽이었다. 이 게임도 '2003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다. 또한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몬퀘스트>, <리니지 공성영웅전>, <리니지 아덴전기> 같은 피처폰용 게임도 속속 발매했다.
스마트폰 시대 들어서는 더욱 빛났다. 2017년 원작을 모바일게임으로 재해석한 <리니지M>을 공개했다. 2019년에는 후속작을 기반으로 하는 <리니지2M>도 선보였다. 2021년엔 글로벌 맞춤형 <리니지W>까지 출시했다. 경쟁사 넷마블마저 IP 계약을 맺고 모바일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을 출시했을 정도였다.
◇엔씨소프트 고공성장 이끌어...최근엔 역성장 우려
<리니지> 시리즈 위력은 엔씨소프트 실적이 대변한다. <리니지> 출시 전인 1997년 엔씨소프트 매출은 5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게임 출시 직후인 1999년엔 80억원으로 뛰었다. 2000년에는 582억원으로, 2001년엔 1247억원으로 해마다 고공행진했다. <리니지2> 출시 이후에는 2000억원대로 성장했다.
스마트폰 시대에도 핵심 성장동력이었다. <리니지M>이 출시되면서 엔씨소프트 매출은 9835억원(2016년)에서 1조7587억원(2017년)으로 급증했다. <리니지2M> 이후로는 1조7011억원(2019년)에서 2조4161억원(2020년)으로 늘어났다. <리니지W> 출시 이듬해인 2022년에는 역대 최대 매출 2조5717억원을 기록했다.
<리니지> 시리즈만의 특징은 무엇보다 이용자의 경쟁 심리를 자극하는 게임 구조였다. 예컨대 <리니지>는 이용자가 다른 이용자 캐릭터를 죽이는 행위(PK)를 허용한다. 자신의 캐릭터를 사수하기 위해서는 캐릭터 능력치를 향상하는 아이템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P2W(Pay to Win·돈을 써야 이기는)' 수익구조의 뿌리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엔씨소프트 쾌속 성장을 목격한 경쟁사들은 너도나도 모방 게임을 발표했다. 국내 게임 시장은 점점 MMORPG 장르 일색으로 변해갔다. MMORPG 장르가 난립하자 이용자의 피로감과 거부감은 쌓여갔다. <리니지> 시리즈를 떠나는 이용자도 알게 모르게 늘어났다.
결국 엔씨소프트에는 역성장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지난해 매출은 1조7798억원으로 전년대비 30.8% 감소했다. 성장 기대감이 희미해지자 주가는 100만원대에서 10만원대로 떨어졌다. 언제부터인가 <리니지> 시리즈만으로는 성장하기 어렵다는 인식도 커졌다. 오히려 <리니지> 시리즈가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의견마저 나오고 있다.
그만큼 최근 들어 엔씨소프트는 '비리니지' 게임에 힘을 주고 있다. 지난해부터 <퍼즈업 아미토이>, <쓰론앤리버티>, <배틀크러쉬>, <호연> 등을 연달아 출시했다. 하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 엔씨소프트가 '리니지'와 '비리니지' 사이 갈림길에서 서성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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