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9월 26일 07시3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당 태종의 현인 위징은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易創業, 難守成)"고 말했는데 최근의 삼성전자가 이를 증명한다. 고 호암 이병철 회장, 고 이건희 선대회장 시기 겪었던 여러 위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수성의 과정은 내우외환, 악전고투가 동반되는 치열한 전쟁이다.삼성전자가 글로벌 또는 국내에서 1위인 제품이 다수 있는 만큼 전선은 호암이 경영할 때와는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넓다. 이 지점에서 고민이 생긴다.
도전자는 수비 측보다 효율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 잘 훈련된 한 무리의 게릴라만 있어도 적의 진영을 흔드는 게 가능하다. 약한 고리를 파고들어 일부 고지를 점령할 수도 있다. 수비 측은 기본적으로 방어를 위해 전군에 비상을 걸고 사단급 병력이 물 샐 틈 없는 촘촘한 경계 태세를 갖춰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오너 경영자' 이재용 회장이 강한 메시지를 내거나 등기임원으로 자신감 있게 나서야 한다는 얘기도 많지만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미 예상된 일이지만 국민연금은 이달 삼성물산과 이 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다. 새로운 소송이 더해지면서 사법리스크의 끝이 언제일지 전망하기 더 어렵다. 이 회장이 여전히 조심스러운 이유다. 수년간 이런 상황을 버티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기업을 키워낸 건 다행이다.
삼성전자가 부진해도 한국기업이 선전해 시장점유율이 더 높아지면 좋겠지만 문제는 어부지리다. 얼마 전 만난 삼성전자와 거래관계가 없는 반도체 소부장 기업 고위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진심으로 잘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빈자리를 국내기업이 아닌 마이크론(메모리)이, TSMC(파운드리)가 독식하거나 또는 제3국의 기업이 차지하는 경우에 대한 우려다. 갤럭시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전자가 전방위적인 리스크, 내외부의 성화에 직면한 상태에서 사업 경쟁력 강화에 전념해야 할 텐데 말처럼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도 군말 없이 사회와 국가의 중요한 일들에 앞장서야 한다.
이 지점에서 답답함이 증폭된다. 다른 기업보다 많은 인력, 물질적 지원이 동원되더라도 '감히' 공(功)을 취할 수 없다. 사람들이 그 시점에 알아주더라도 또 다른 부정적인 이슈 속에 쉽게 잊는다. 1위에 대한 막연한 정서적 거부감도 한몫한다.
2020년대만 해도 코로나19 시국에서 여러 분야에 대한 지원, 잼버리 사태 수습, 각종 기부 등 결정적인 타이밍에서 보여준 활약은 그 진가를 명확히 인식한 사람도 찾기 어렵다. 그리고 이미 다수의 뇌리에서 희미해졌을 일들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삼성그룹이 겪는 일은 다른 기업들이 강 건너 불구경할 수 있는 남의 일이 아니다. 독보적인 경쟁력을 지닌 계열사를 내세워 글로벌 1위 기업이 되고 한국을 대표한다면 지금 삼성이 지닌 고민을 그대로 실감한다. 자신의 사업을 지키면서 동시에 재계의 다른 곳보다 더 많은 과제를 숙명처럼 요구받는다. '수세'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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