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오너가 분쟁]독자행보 나선 임종훈, 이사회 없이 '한미약품' 임총 강행모회사의 주주권 행사에서 절차 생략…형제간 소통없이 대표이사 자격으로 추진
정새임 기자공개 2024-10-02 17:29:47
이 기사는 2024년 10월 02일 17시0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임시주주총회에 이은 한미약품의 임시주총 요구. 표면적으로 신동국·송영숙·임주현 3자연합과 임종윤·종훈 형제 간 갈등이 비화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배경을 살펴보면 형제 간의 불통도 자리하고 있다.먼저 열린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지주사의 사업회사 업무 방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고 이에 분노한 임종훈 대표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의결 없이 자회사 한미약품에 대한 임시주총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자회사에 대한 주주권 행사에서 이사회라는 절차가 생략된 것, 그리고 한미약품 신규 이사 후보자에 임종훈 대표 측 인물이 올랐다는 점에 정당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임종훈 대표가 표면적으로 같은 편에 있는 임종윤 사장과도 충분한 소통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시주총을 밀어붙였다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이사회 의결 없이 갑작스레 한미약품 임시주총 소집 요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열린 27일 한미사이언스는 3자연합이 요구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결의했다. 이어 30일 한미사이언스는 최대주주 자격으로 한미약품에 임시주총을 요구했다. 3자연합 주축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이사에서 해임시키고 새로운 이사를 선임하는 안건을 제시했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 지분 41.42%를 지닌 최대주주 자격으로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절차적으로 합당했는지 여부는 따져봐야 한다. 이사회에서 한 번도 논의되지 않은 부분이기 때문이다.
불과 3일 전 열린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는 한미약품 임시주총에 대한 어떠한 안건도 논의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임시주총은 이사회 결의 없이 대표이사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이뤄진 소집 요구라 볼 수 있다.

5월 한미약품 임시주총 때에는 이사회 의결 절차를 밟았다.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총에서 승리한 임종윤·종훈 형제는 한미약품 이사회에 진입하기 위해 한미사이언스를 통해 한미약품 임시주총 소집을 요청했다. 5월 3일 열린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한미약품 임시주총 소집 요청의 건이 다뤄졌고 이사회 과반 찬성을 얻어 안건을 결의했다.
임종훈 대표는 한미약품 지분이 없어 개인적으로 한미약품에 주총 소집을 요구할 수 없다. 따라서 한미약품 주총 소집을 요구할 땐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안건을 결의한 후 진행하는 것이 원칙적으론 합당하다.
자회사에 대한 임시주총 소집 등 주주권을 실행할 때 절차에 대해 법적으로 명시된 부분은 없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규정에도 자회사에 대한 모회사의 주주권에 대해 명시하고 있지 않다.
다만 이사회의 권한과 관련해 '이사회는 법령 또는 정관에 정해진 사항, 주주총회로부터 위임받은 사항, 회사경영의 기본방침 및 업무집행에 관한 중요사항을 의결한다'고 돼 있다.
규정에 따라 자회사에 대한 임시주총 소집 요구가 이사회 의결 없이도 대표이사 단독으로 결정해도 되는 부분인지에 대해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불과 몇 달 전까지는 한미약품에 대한 임시주총 소집 요청을 이사회의 중요 의결사항으로 봤다는 점에서다.
◇3자연합 간 갈등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임종훈의 독자행보
핵

한미약품 신규 이사로 올린 후보자에서도 비슷한 정황이 포착된다. 한미사이언스가 신규 이사 후보자로 올린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과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는 모두 임종훈 대표 측 인사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과거 임종훈 대표가 한미헬스케어와 한미정밀화학 대표로 재직할 당시 호흡을 맞춰온 인물들이다.
박 부사장의 경우 한미사이언스와 한미헬스케어 합병 당시 회사를 떠났다가 올해 정기주총에서 형제가 승리하자 다시 복귀했다. 그는 한미사이언스 재무를 담당하는 경영관리본부까지 함께 총괄하며 오른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갑작스럽게 임종훈 대표가 한미약품 임시주총 카드를 꺼내든 배경은 3일 전 열린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사회 도중 지주사의 사업회사 업무 방해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고 일부 이사들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알려졌다. 임종훈 대표는 이사들의 우려에 당황스러운 모습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한미약품 이사회를 빠르게 교체해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 간 갈등을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임시주총 카드를 꺼냈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 임시주총을 요구하는 자료를 배포하며 "박재현 대표는 특정 대주주가 요청한 인물을 취업시키기 위해 절차에 맞지 않는 인사발령을 내리는 등 그룹사 전체를 혼란에 빠뜨렸다"며 "특정 대주주만을 위한 하수인임을 자인한 박 대표와 이를 옆에서 부추기는 신동국 회장을 이사회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날선 비판을 이어가기도 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임종윤 사장과의 충분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듯하다. 임 사장 역시 지난달 2일 한미약품 임시이사회 직후 한미약품 임시주총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지만 이후 비교적 잠잠한 상태라 전해진다. 북경한미 동사장 선임 문제로 한바탕 갈등을 겪은 이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임종훈 대표가 대표이사의 이사회 권한을 확장하려는 과정에서도 3자연합뿐 아니라 임종윤 사장 측 이사들의 반대에도 부딪혔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임종윤 사장은 답변을 하지 않았다. 임종윤 사장 측 관계자는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했다.
임종훈 대표 측 관계자는 "임시주총 요구에 이사회 의결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규정은 없으며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상대편의 말도 안되는 프레임"이라고 말했다.
임종훈 대표 측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2일 오후 법원에 임시주총 소집 신청서를 제출했다. 한미약품에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한 지 이틀 만에 법적 절차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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