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0월 07일 06시5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도 속담에 '열 명의 장님에게 코끼리를 보여주면 열 가지 다른 코끼리가 나온다'는 말이 있다. 어떤 이는 다리를 만지고 기둥같다 했고 다른 이는 코를 만져 뱀과 비슷하다 했다. 그 누구도 코끼리의 전모, 즉 공연시장의 실상을 알지 못했다.한국 공연산업을 파악하는 유일한 기구인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이 그런 모양새다. 제작사는 자사의 공연정보를 외부에 드러내지 않는 데에만 급급했다. 유통되지 않는 정보는 고인 채 방치됐고 실제 정보와 KOPIS 데이터 간 괴리가 크게 벌어졌다. 이는 KOPIS의 존재의의마저 뒤흔들었다. 코끼리의 일부만 더듬다 전체를 놓친 셈이다.

2019년부터 공연정보를 KOPIS에 의무적으로 전송하도록 법제화했는데도 이런 상태다. 몇 해 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공청회에서 한 토론자가 "공연은 영화, 음원보다 복잡한 구조"라며 "대다수 제작사는 수익이 목표가 아니라서 전산망 구축은 급하지 않다"고 했는데 정말 그래서일까.
지금도 상황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최근 빅5 뮤지컬제작사와 뮤지컬제작사협회에 이 문제를 지적했지만 묵묵부답이거나 답변을 거부했다. 정말 공연산업은 제대로 된 정보도, 돈도 필요 없는 특수분야라서 그럴까.
투자자의 대답은 '아니요'다. 한국 콘텐츠 시장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공연계에도 각종 지원과 투자가 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수년째 대형 뮤지컬 제작사에, 기술보증기금은 몇 년 전부터 뮤지컬제작사협회와 협약을 맺고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다.
그러나 이들의 투자가 객관적 정보에 근거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매출? 매출의 근거가 되는 관람객 수와 객석점유율은 살펴봤을까. KOPIS 데이터도 교차 확인했을까, 아니면 제작사의 말만 믿었을까. 공공금융기관의 투자금이 국내 공연시장에 실제로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따져봤을까. 이 수치는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받아서 확인했을까.
지금처럼 부정확한 공연정보만 끌어온다면 KOPIS는 무의미한 통계생산기구로 전락한다. 그러기에는 지난 10년간 투입된 200억여원의 혈세와 무형 자원이 너무 아깝다.
KOPIS 설립 취지대로 공연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해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 그래야 제작자는 끊임없이 공연을 만들고 배우는 쉬지 않고 무대에 서며 관객은 꾸준히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투명하지도 않은 시장은 지속가능성이 더욱 위태롭다.
한 투자자는 말했다. "공연산업에서 정확한 시장정보는 생존의 문제이며 KOPIS는 생사를 가를 공연산업의 지도"라고. 이 지도로 제작자는 현실적 기획을, 투자자는 합리적 결정을, 관객은 제대로 된 선택을 내린다. 부정확한 정보는 시장성 없는 공연을 낳고 투자를 가로막는다. KOPIS 통계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다. 공연예술산업의 혈액이며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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