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2월 03일 06시4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에 첫눈이 폭설처럼 내린 지난달 27일 삼성전자 임직원은 숨죽였다. 반도체사업 위기로 긴장감이 커진 가운데 예년보다 빨라질 것으로 예상됐던 사장단 인사가 '드디어' 나왔다. 삼성전자에 이어 주요 계열사에서 28일 사장단 인사를, 29일에는 삼성전자에서 임원 인사를 공표했다.이번 인사를 보고 꼼짝없이 생각에 잠겼다. 신상필벌 등 그저 그렇게 쓰이는 어휘만으로 말끔하게 설명이 어려워서다.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은근히 급진적'이다. 중대한 변화를 예고한 지점도 있다.
우선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부회장에 더 이상 변명 거리가 남지 않았다. 그는 메모리사업부장, 대표이사를 겸한다. 책임과 권한이 대폭 강화됐다.
이재용 회장이 반도체에 관해서는 전 부회장을 통하라고 확실하게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전 부회장은 이제 하소연할 부분이 없다. 제약으로 거론되던 사내 정치, 파벌도 힘을 쓰기 어렵다. 오로지 DS부문의 반전만이 책임으로 남았다.
'미니 컨트롤타워'의 변화도 심상치 않다. 박학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사업지원TF로 합류했다. 그는 최근 역대급으로 현금 압박에 시달렸던 삼성전자의 곳간을 책임지면서 우량한 재무구조를 유지하는 데 힘썼다. 정현호 부회장이 유임된 상황에서 박 사장의 합류는 의미가 가볍지 않다.
삼성글로벌리서치로 이동해 신설된 경영진단실을 맡은 최윤호 전 삼성SDI 사장도 있다. 삼성전자 복귀의 '때'를 기다릴 만한 위치를 가졌다. 다만 기반이 약하고 다른 계열사들에게 요구할 권한이 있는지 문제다.
미래사업기획단의 변화를 고려하면 더 복합적이다. 미사단은 향후 컨트롤타워가 재건된다면 사업지원TF와도 경쟁할 후보로 거론된다. 그런데 작년 11월 출범한 뒤 줄곧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위상은 높지만 실체가 부족한 상태가 이어졌다.
임직원들마저 미사단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커지는 시점에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이 단장으로 전격 임명됐다. 이는 꺼져가던 미사단의 존재감을 순식간에 살렸다. 고 사장은 2010년 삼성이 컨트롤타워를 재건하기 직전 만들었던 신사업추진단의 핵심 초기멤버다.
고 사장의 미사단장 취임은 다른 의미도 내포한다. 바로 신성장동력의 '당당한 굴기'가 시작됐다는 점이다. 삼성의 바이오사업은 신사업추진단이 2010년 5대 신수종을 선정한 뒤 초라하게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글로벌 톱티어 기업으로 올라섰으며 더 이상 삼성 '후자'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줬다.
이번 인사를 앞두고 이 회장의 고심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DS부문의 위기를 극복하라는 내외부의 성화, 그룹 전체의 안정적인 성장 등을 고려한 수를 둬야 하니 머리가 참으로 복잡했을 터다. 그래도 새롭게 진용을 구축하면서 곳곳에 '결단'의 요소를 넣었다. 다만 이렇게 발을 내딛기까지 고통이 컸을 뿐이다. 그는 여전히 사법리스크의 한복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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